한글 아닌 영어 논평으로 '외교적 움직임' 여지 남겼다는 평가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것에 대해 미국이 ‘이중 언행’을 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는 지난 21일 열린 회담 이후 열흘만에 내비친 입장이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논평원 명의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 제목의 글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 조치는 미국의 호전적인 대북정책과 그들의 수치스러운 ‘이중 언행’(double-dealing)의 적나라한 상기”라며 “대화하자고 '립서비스' 하면서도 대결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신은 또 “많은 국가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공들여 만든 ‘실용적인 접근’과 ‘최대 유연성’이라는 미국의 핵심 대북정책이 그저 속임수라고 보고 있다”며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특히 통신은 회담에 대해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것’이라는 속담을 인용해 비난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제 미국과 남측 당국이 그들의 공격 야심을 분명히 했으니 북한이 자기방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탓할 어떤 근거도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논평원은 “미국이 오판했다”면서 “한반도 안팎에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이고 한반도를 기술적으로 전시 상황에 있는 한반도에 중대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목표는 남한 군이 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이 헤게모니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측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은 어리석다. 미국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거친 비난도 이어갔다.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것을 전한 것에 대해 “이 기회를 빌려 남측의 대통령(chief executive)에도 스스로를 인근 국가의 조준경 안에 디밀어 놨다고 언급하고자 한다”며 “이 기회를 빌려 남측의 대통령(chief executive)에도 스스로를 인근 국가의 조준경 안에 디밀어 놨다고 언급하고자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자신들의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 코앞에서 벌이는 중대하고 도발적인 행동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논평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흘간 침묵을 지켜온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내놓은 첫 반응이다. 31일 오전 8시 현재 조선중앙통신은 이 논평을 영문으로만 발표했으며 한글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을 겨냥하면서도, 논평원을 내세워 비난의 수위를 조절해 외교적 움직임이 여지를 남긴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yooka@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