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곡소사선 개통 19개월 지연...국토부는 왜 하루 전에야 공개했나
[기자수첩] 대곡소사선 개통 19개월 지연...국토부는 왜 하루 전에야 공개했나
  • 박순원 기자
  • 승인 2021.06.30 17:22
  • 수정 2021.06.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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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소사선 개통 19개월 연기가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29일 대곡소사선 7차 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국민에 알렸다.

그런데 연기를 알린 시기가 너무 늦다. 원래 이 노선은 2021년 6월 30일 개통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이미 대곡소사선 정상 개통이 어렵다고 파악했지만 어쩌다 이를 예정일 하루 전에야 국민에 알리게 된건지 그 배경을 알아봤다.

기자의 취재 결과 대곡소사선 정상 개통 불가 소식은 지난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공유된 상태였다. 대곡소사선 건설현장에선 김포공항 설계 변경과 지난해 긴 장마의 이유로 공사가 늦어졌고 국토부와 고양시-부천시 등은 정상개통이 어렵단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국토부의 공식 답변은 "현재 대곡소사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공식적으로 공사기간 연장 등은 회신 받은 바 없다"는게 고시 전까지의 오피셜이었다.

건설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곡소사선 시공사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은 노선 공정률에 비춰볼때 정상개통이 어렵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가늠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건설사는 회사 내부와 외부에 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대우건설은 김포공항 설계변경으로 발파 작업을 적기에 하지 못하고 현대건설은 장마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김포공항 북단 한강 하저 구간 공사를 제 때 하지 못하던 때였다.

지난해 말까지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국토부에 대곡소사선 정상 개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국토부는 건설사로 부터 적기 개통은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은적 없다고 했고 시행사 서부광역철도(주)와 현대건설·대우건설 역시 2021년 6월 30일 대곡소사선 개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안에는 함정이 들어있다. 건설사는 발주처의 발주를 받아 공사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 사업에서 발주처는 국토부, 건설사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이에 해당한다. 건설사는 계약 관계 상 을이되는 것이다.

이 경우 건설사는 발주처에 공사 기간 내 사업을 완료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할 수 없다. 건설사는 마지막까지 발주처가 제시한 공사 기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는 "공사 기간이 하루 남았어도 건설인들은 할 수 없다고 말해선 안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안에는 시간이 남지 않았어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공사 해야한다는 건설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국토부 역시 난처했을 것이다. 국토부 입장에선 건설사로부터 공사 기간을 준수할 수 없다는 회신이 들어오지 않은 마당에 먼저 나서서 노선 완공이 지연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국토부가 개통 연기 선언을 해놨는데 그 사이 건설사가 공사 속도를 올려 제때 완성해버리면 꼴이 우스워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건설현장으로부터 안된다는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발주처가 먼저 나서 불가능하다고 선언해 버리면 마치 발주처가 의도적으로 부정을 바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이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대곡소사선 4공구 부천 원종역 건설현장. 기존 공사 마감일은 2021년 6월 29일이었지만 기자가 찾은 원종역 사거리에는 출입구도 나있지 않았다. [출처=위키리크스한국DB]
대곡소사선 4공구 부천 원종역 건설현장. 기존 공사 마감일은 2021년 6월 29일이었지만 기자가 찾은 원종역 사거리에는 출입구도 나있지 않았다. [출처=위키리크스한국DB]

공사 기간에는 너무 많은 이권이 걸려있다. 향후 대곡소사선이 완공될 경우 국토부와 건설사는 지체보상금 규모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게 될텐데 지체보상금 규모는 최소 수백억원에 해당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지체보상금 규모를 책정할 때는 사업 지체 요인과 책임이 어느 주체에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국토부 입장에선 건설사에 사업 지체에 따른 보상금을 지불시켜야 하고 건설사는 지체보상금 규모를 최대치로 줄여야 한다.

양 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국토부와 건설사의 상황 모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국토부에 못하겠다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고 국토부 입장에선 현장에서 안된다는 보고가 가 올라온 것이 아니라 개통 연기를 선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곡소사선을 이용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현재 신규 철도 노선이 미치는 여파는 단순한 교통 수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철도 노선이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만 포함돼도 각 지역 부동산 가격에는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곡소사선 개통을 기다린 국민들에게도 여러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을 것이다. 회사 통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선 개통 시기에 맞춰 전세집을 계약한 국민이 있었을 것이고 노선 개통 시기에 맞춰 전세 계약 연장을 준비한 국민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노선 개통 시기에 맞춰 회사의 이직이나 별도의 사업을 구상한 국민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대곡소사선 개통이 연기될 거란 소식을 알지 못한 채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곡소사선 개통 연기 소식을 보다 일찍 국민에 공개할 수는 없었을까.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의 결정 하나가 너무 많은 이권을 좌우하게 돼 더 신중할 수 밖에 없었고 결정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밝힐 수 없었다"며 "더 빠른 시기에 알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여러 절차가 있었고 사정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처럼 국토부는 '확정'된 사실만 국민에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의 '무거운 입'을 기자는 매우 존중한다. 그의 말 한 마디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언행은 앞으로도 무거워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 공식 설명만 믿고 기다려 온 국민이 있다면 그들은 이제 기다림에 대한 피해를 감수 해야한다. 이들의 입장은 누굴 통해 대변될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ssu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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