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속 강행한 도쿄 '무관중 올림픽'… 엇갈린 평가
비상사태 속 강행한 도쿄 '무관중 올림픽'… 엇갈린 평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08.08 14:54
  • 수정 2021.08.0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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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소재 정부청사 건물에 2020 도쿄올림픽 현수막이 걸려있다. ©AFP=뉴스1
일본 도쿄 소재 정부청사 건물에 2020 도쿄올림픽 현수막이 걸려있다. ©AFP=뉴스1

8일 막을 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은 '부흥 올림픽'을 기조로 일본이 오랜 기간 준비했다.

도쿄에서 올림픽이 처음 열렸던 1964년에는 전쟁 후 부흥과 경제 성장으로 활력이 넘치던 당시 일본 사회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부흥 올림픽'이 치러졌다.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도쿄올림픽 유치가 확정됐을 때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아픔을 털고 일어나자는 '부흥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컸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올해로 1년 미뤄지면서 이 같은 '부흥 올림픽'의 성격이 더욱 짙어지는 듯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1년 정도 흐른 2021년에는 전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것을 자축하는 지구촌 대축제의 성격으로 도쿄올림픽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올해에도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고, 도쿄올림픽은 자국민들조차 '취소하라'는 여론이 빗발치는 난관 속에 '강행'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개최됐다.

게다가 7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림픽 개최가 더욱 불투명해졌지만 IOC와 일본 정부는 23일 성화대에 불을 밝히며 '시작' 버튼을 눌렀다.

이런 종합 스포츠 대회가 끝나면 언론에서 흔히 '절반의 성공'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대회의 장단점을 열거하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도 쓰기 어려울 만큼 앞으로 나올 '손익계산서'를 전망하기가 어렵다.

우선 7일 기준으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선수 및 관계자 등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의 수가 총 404명으로 늘었다.

선수단만 1만 명 이상이 모인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생길지, 또 나아가서는 선수단 및 대회 관계자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것은 아닐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사실상의 무관중 경기를 택해 대회를 개최한 일본의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데 든 비용이 154억 달러, 약 17조 6천억 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일본 내에 300개 병상을 갖춘 병원 300개를 지을 수 있는 금액이고, 초등학교 1천200개를 세울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회가 코로나19로 1년 미뤄지며 28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무관중으로 인해 8억 달러의 수입이 날아갔다.

특히 이번 대회는 가뜩이나 많은 개최 비용이 든 올림픽으로도 평가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보다 더 많은 최대 280억 달러까지 추산했으며 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137억 달러의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리우올림픽이 당시 개회식 예산을 2012년 런던올림픽의 4천200만 달러의 절반 수준만 쓰고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을 들은 데 비해 이번 도쿄올림픽은 개회식부터 혹평이 잇달았다.

사상 최초의 무관중 올림픽 개회식은 외국 매체로부터 '장례식 같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재미, 감동을 찾기 어려웠고, 코로나19의 영향 탓인지 축제 분위기보다는 동일본대지진과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순서가 마련되는 등 행사 내내 차분함이 유지됐다.

그러나 동·하계 올림픽을 네 번째 치르는 선진국답게 대회 운영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엄청난 무더위 탓에 선수들이 경기력 발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부 경기 시간이 변경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는 대회 기간을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로 정한 이상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무라드 알리예프(프랑스)라는 복싱 선수가 판정 결과에 불복해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제외하면 판정이나 종목별 경기 운영 등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2016년 리우 대회와 비교해 당시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던 경기장 안팎의 치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또 러시아가 도핑 관련 징계를 받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끼리 도핑 관련 설전이 오가기도 했던 리우 대회에 비하면 도핑 이슈도 확연히 줄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대회 개막 전 선수촌에 내걸었던 이순신 장군 관련 현수막을 두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IOC가 올림픽 헌장 위반이라며 철거할 것을 요구한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대회 기간에 우리나라가 선수들 급식 지원센터를 운영한 것도 이전 올림픽에서도 해왔던 일이지만 일본의 일부 정치인 등이 이를 문제 삼아 트집 잡기에 나선 것도 아쉬운 부분이 됐다.

이제 성화는 꺼지고, 코로나19의 엄혹한 현실에서도 한데 모였던 전 세계 올림피언들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올림픽'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설명이 어려운 대회였던 만큼 이번 올림픽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가 이번 대회의 성패를 좌우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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