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공수처의 '동시간 압수수색' 法 "반복 위험, 해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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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11.28 10:41
  • 수정 2021.11.29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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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서 폰 압수당한 김웅, 동시간 의원실 수색은 알지 못해
法 '동시간 압수수색' 판례 없어 다툼의 '법률적 이익' 존재
소송이익은 김웅 아닌 '공수처 다른 피압수자'에게도 있어
공수처가 '해도 되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 구분 못 해
지난 9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발사주' 의혹 사건 피압수자인 본인의 참여권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에게 항의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 [출처=연합뉴스]
지난 9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발사주' 의혹 사건 피압수자인 본인의 참여권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에게 항의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 [출처=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앞선 9월 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무실 수색 처분을 취소했다. 공수처는 수색 현장인 의원실에서 가져간 압수물이 없다며 김 의원이 낸 '압수·수색집행에 대한 준항고'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수사기관의 압수 처분에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는 취소소송인 '항고소송'으로 '법률상 이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대법원 판례는 이때 이익에서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를 배제한다. 때문에 공수처의 수색 처분을 취소하려면 '회복할 수 있는 권리나 이익'은 법적인 실체로 존재해야 했다. 

공수처는 지난 9월 13일 같은 영장으로 김 의원실 2차 수색을 시도했다. 수색을 마치면서 공수처는 '관련 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영장 집행에 따른 법적 결과물이 없어 그 집행을 종료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사실상 1차 수색 때 고발사주 증거물이 없다는 점을 알았을 공수처가 2차 수색을 시도한 건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1차 수색 다음 날 김 의원이 준항고를 제기하자 소송에서 '법률상 이익'을 다투려는 목적으로 압수물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한 행동이 2차 수색으로 읽힌다. 이 사건 첫 강제수사인 김 의원 압수수색에 법적 흠결이 생기면 고발사주는 실체 규명이 어려워져 공수처로서는 준항고 인용을 막아내야만 했다. 때문에 공수처검사 신분을 겸하는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5일 "공수처검사로서 영장 집행에 관여했다"는 답변서를 직접 재판부에 냈다. 김 처장은 영장 집행 현장에 있지 않았기에 원칙적으로 '피준항고인인 검사'가 아닌데, 이같은 김 처장 자청에 공수처장이 공수처검사로서 소송 상대방임을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김 처장이 아닌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고발사주 의혹 규명을 내세운 친정부 시민단체가 김 의원이 공수처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고발한 게 표면적인 이유다. 김 의원은 1차 수색 당일 오전 9시 25분 집에 있다가 오전 10시부터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했고 종료 시점인 오전 11시쯤 공수처검사로부터 같은 시각 의원실에도 수색이 진행 중임을 알게 됐다. 공수처검사는 김 의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 국회에 있는 보좌관과 통화하게 했다. 뒤늦게 국회 현장에 도착한 김 의원은 피압수자 자신이 아닌 보좌관에게 영장 집행 사실을 통지하고 수색에 나선 점에 항의했다. 형사소송법 제122조는 '피압수자 압수수색 사전통지'를 수사기관 의무로 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민단체는 김 의원 항의가 공무집행방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김 의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실력행사에 나섰다. 

공수처 압수수색 당시 고발사주 사건 참고인이던 김 의원은 공무집행 피고발인 신분을 겸하게 됐다. 영장이 취소되면 당시 항의는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할 수 있는 '법원 결정문'이 생겨 '법적 이익' 근거가 생긴다. 김 판사는 "이 사건 영장 집행의 위법성이 확인되는 경우 준항고인(김 의원)은 그 피고발 혐의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피항고인들의 수색 처분 취소로 인한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이익이다"라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영장 집행을 취소한 진짜 이유가 있다. 만일 시민단체가 고발하지 않았다면 김 의원은 준항고를 신청할 실익이 없게 되는데 이번 사안을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김 판사 시각이다.

김 판사는 이번 영장 집행 취소로부터 얻어지는 법적 이익을 '판례를 새로이 만드는 법률 효과'로 재정의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의 자택과 집무실 모두에서 영장을 집행했는데 이렇게 되면 피압수자 자신이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영장 집행은 단 하나다. 김 의원의 경우 자택 수색에 신경 쓰다 의원 집무실 수색 방어에는 처음부터 관여하지 못했다. 집무실 역시 수색 장소인 건 알았지만 집무실 압무수색이 주거지 압수수색과 동시에 이뤄질지는 알지 못했다. 집무실 영장 집행 때 별도 사전통지가 있으리라 기대한 김 의원으로선 일종의 '시간차 공격'으로 참여권을 반쪽만 보장받은 것이다.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이용한 수사기관 압수수색에 피압수자의 실질적 참여권이 침해되는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명확한 법원 판례는 없었다. 김 판사는 "영장 집행을 당하면서 다른 장소 영장 집행에도 참여하기를 원하는 경우 그 참여권 보장을 위해서는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질 영장 집행 절차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수색할 장소에 영장을 동시 집행하지 않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공수처 반론에는 형소법 제 119조에 따른 '집행 현장의 타인의 출입을 금하는 조치'를 하면 된다고 했다.

김 판사는 결정문에 "이 사건과 같이 수사기관이 여러 통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처분을 받은 사람의 참여권 보장에 관하여는 분명한 판례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에서 법원이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경우에 있어 수사기관이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충분히 보장해주기 위해 필요한 기준의 설정 없이 유사한 처분을 반복할 것이 예상된다"고 적었다. 고발사주 수사에 있어 공수처가 보여준 동시간 압수수색은 전례가 없어 법원이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재차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드러난 공수처의 강제수사 방식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수처는 김 의원실 자택 영장 집행 때 통지를 한 것으로 참여권 보장은 충분하다는 주장 말고도 집무실 영장 집행 때도 보좌관을 통해 김 의원의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는 주장을 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자택에서 영장을 확인하면서 '수색할 장소'에 의원 집무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수처검사에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라는 혼잣말을 했다. 공수처검사는 이 말을 '김웅은 자신의 사무실 영장 집행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자의적 해석을 했다. 형소법 제122조 피압수자 영장 집행 사전 통지 예외를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할 때'로 규정한다. 김 의원 스스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적이 없기에 김 판사는 공수처검사 판단이 위법하다고 봤다. 

국회 영장 집행 공수처검사는 김 의원 보좌관에게 "김 의원에게 이 사건 사무실에서 영장 집행 사실을 알리고, 위 집행에 참여할 것인지를 확인하라"며 보좌관을 통해 김 의원에게 참여 여부를 물었다고 주장했다. 자택 영장 집행 공수처검사 휴대전화를 통해 김 의원과 통화한 보좌관이 "최대한 협조하라고 하셨다"고 답했으니 피압수자가 불참 의사를 표시했다는 논리다. 그런데 국회 쪽 영장 집행 공수처검사가 이 말을 했다는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 13분으로 이때는 김 의원이 이미 자신의 휴대전화를 '피압수물'로 자택 쪽 영장 집행 공수처검사에게 넘겨준 이후다. 그렇다면 자택 영장 집행 공수처검사 휴대전화로 이같은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수처가 증명해야 한다. 김 판사는 "국회 집무실 수색 담당 공수처검사가 사무실 영장 집행 사실을 김 의원에게 알리라고 하여, 보좌관이 해당 공수처검사에게 김 의원과의 전화 연결을 요청하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라"고 명했지만 공수처는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김 판사는 이번 준항고를 인용하며 공수처의 '동시간 압수수색'에 대한 불신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김 판사는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수사 등 처분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준항고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대표적 예시일 뿐이며, 반드시 '해당 사건의 동일한 피의자에 대하여' 반복할 위험이 있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김 의원을 상대로 위법한 수색을 재차 단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다른 사건의 피압수자의 방어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뜻이다. 이번 영장 집행 취소의 실익은 김 의원 뿐 아니라 앞으로 공수처로부터 수사받는 다른 고위공직자에게도 있는 셈이다.

김 판사는 공수처에게 "할 수 없는 영역"을 하지 말라고 했다. 김 판사는 "위법한 수색 처분이 있었음에도 수색에 뒤따르는 압수 처분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색을 당한 사람이 준항고를 다툴 수 없다고 한다면, 법원이 영장의 발부로서 허가한 범위를 넘어서 이루어진 수색처분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수사기관이 해도 되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위법한 집행을 계속함으로써 당초 위법한 처분을 받은 그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본권마저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기자에게 "다투지도 않는 전체 압수수색을 다 취소했다. 불법수색이 명백하다. 소의 이익을 인정해준 게 의미 있다"고 이번 법원 결정을 평가했다. 공수처는 결정문 검토가 끝나는대로 재항고 여부를 밝힐 방침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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