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지동훈 국제공정무역기구 대표 "겉만 ESG 외쳐선 안 돼…뿌리부터 변해야"
[人터뷰] 지동훈 국제공정무역기구 대표 "겉만 ESG 외쳐선 안 돼…뿌리부터 변해야"
  • 박영근 기자
  • 기사승인 2021.12.07 13:42
  • 최종수정 2021.12.08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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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국내 첫 출범…아시아에서 두 번째 설립
라이센스 인증·공정무역 교육 등 다양한 분야서 활동
롯데GRS·SK네트웍스 쉐라톤 등 ESG 기업 대거 참여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가장 큰 호재를 맞은 사업 중 하나가 '전기차'다. 그러나 전기차에도 '블러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란 아프리카 등 내전 국가 무장 세력들이 어린 아이나 납치한 사람의 노동을 착취해 얻은 다이아몬드를 일컫는 말로, 이같은 참상을 알면서도 보석을 구매하고 전쟁을 후원한 카르텔 행태를 두고 붙은 이름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코발트'는 푸른 빛을 지닌 아름다운 원소다. 해당 원소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베터리에도 사용된다. 원가 비중은 높고 사용량은 폭등하자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4차 산업혁명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릴 정도다. 코발트 최대 생산국은 콩고 민주공화국이다. 이곳은 세계 연간 생산량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콩고는 오랜 독재와 내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열약한 교육 환경으로 아이들은 온전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영양실조로 굶어 죽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이들은 일터로 내몰려 하루 12시간씩 광산에서 노동한다. 하지만 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 1~2달러다. 현대판 '블러드 다이아몬드'인 셈이다.

"자본주의 기업들은 대부분 질낮은 원료를 구매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원료를 수입해서 내수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같은 수익구조를 이뤄왔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납품하느냐를 살펴보고 구매합니다. 앞선 사례처럼 친환경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살펴보면 인권 착취와 노동 탄압이 있을 수 있거든요. 따라서 ESG에 막 눈을 뜬 우리나라 기업들도 안전, 윤리,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해 뿌리부터 바꿔야 합니다."

지난 1일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도호텔 21층에서 지동훈 대표를 만났다. 지 대표는 ESG가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기 한참 전인 지난 2011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를 출범시키고 사회적 경영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공정기구는 인권 착취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한 무역을 이끌어내기 위한 비영리기구다. 본부는 독일에 있으며 세계 32개국 사무소, 72개국 개발도상국에 1822개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거대 조직이다. 특히 진정한 공정무역을 실천하기 위해 해당 기구는 마크를 부여하는 기관과, 현장을 감시하는 기관이 분류돼있다. 그간 공정한 유통을 눈여겨 본 지 대표의 눈에 '국제공정무역기구'가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의 원재료를 변경해야 합니다. 국제공정무역기구에서 인증받은 공정무역 생산자로부터 원재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일부 기업들은 공정무역 인증 받는 걸 꺼려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국제무역공정기구는 'FLO-서트'(FLOCERT)라는 독립된 기구를 운영함에 따라 인증과 감사를 찢어놨습니다. 혹시나 모를 외압을 갈라놓기 위해서입니다. 즉,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인증은 말 그대로 라이센스를 제공해주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반면 'FLO서트'에선 추적 시스템을 운영해 라이센스를 신청한 기업의 감사를 실시합니다. 추적 시스템은 생산자, 수출업자, 제조업자에게 ID를 부여해 수출하는 원료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꼼꼼히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요즘 유행하는 NFT와도 비슷합니다."

기구가 제공하는 인증은 기업이 아니라 제품에 이뤄진다. 제품이 아닌 기업이 공정무역 인증을 받으려면 현실적으로 전 사업과 과정을 친환경 및 인권중심으로 갈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한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몇몇 기업은 제품의 공정무역 인증을 받으면 단가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가입을 꺼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 대표는 이같은 기업을 두고 "무엇이 더 손해인지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기 위해선 해당 제품의 원료를 우리 기구에서 인증받은 원료로 바꿔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기존 '관계'로 맺어진 원료 기업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가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대표적으로 에르메스 블라우스 한 장과 이태원 특 A급 블라우스의 원단 차이가 있을 것 같나요? 원가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소비자는 이제 '가치'를 보고 물건을 구매합니다. 100원짜리 제품에 10원이 비싸진다고 하더라도 공정무역 마크가 주는 가치를 전달한다면 제조기업은 110원에 충분히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지 대표는 예시로 지난 2019년 MOU 체결을 맺은 롯데GRS를 꼽았다. 롯데GRS는 당시 공정무역 원두를 엔제리너스커피에 도입했다. 이후 회사는 롯데리아에도 해당 원두를 적용하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커피 맛 개선을 위해 원두 투입량도 기존 대비 50%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 대표는 롯데GRS 엔젤리너스가 공정무역 커피인 싱글오리진을 출시한 뒤 변경 전 대비 30~50%가량 매출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지 대표는 "기업 이미지도 얻고 세일즈도 올라간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한국사무소는 국내 총 30여개 기업과 협력을 맺고 500여 종의 제품을 인증했다. 이젠 소비자의 구매력이 뒷받침되주면서 공정무역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무역은 사실 남을 돕는 일이 아닙니다. 나와 가족을 위한 소비 행위인 것이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3세계 농민도 도와주는 것이고 지구도 보호하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인식이 바뀌고 있고, 더 바껴야 합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최근 공정무역 도시 지정 및 공정무역 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정무역을 국내에 뿌리 깊게 박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공정무역의 핵심은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돼야 하기 때문이죠. 이젠 소비자 모두가 공정무역 감시자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도 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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