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메타버스는 '제2의 인터넷'이 될 수 있을까
[취재파일] 메타버스는 '제2의 인터넷'이 될 수 있을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21 07:15
  • 수정 2021.12.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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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테마 ETF들이 잇따라 상장되고 있다. /제페토 제공
[출처=제페토]

블록체인과 함께 제2의 인터넷으로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 1992년 닐 스테픈슨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 전반에 비대면 기조가 보편화되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주로 아바타를 이용해 업무, 소비, 소통, 게임 등을 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현실의 모습을 옮겨 놓은 가상현실 세계인 만큼 기존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은 국경이 없는 공간이다. 말 그대로 가상세계이지만 아바타를 통해 실제와 같은 사회·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어 현실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메타버스 공간에서 여러 교육을 진행하고, 은행 대출을 받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취업까지 하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미래가 예고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5년 2800억달러(약 3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460억달러(54조4410억원)에서 6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실감 콘텐츠' 시대 주역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 [사진=연합뉴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 [출처=연합뉴스]

시장 초기인 점을 감안해 대부분의 서비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네이버Z의 제페토(zepeto)는 메타버스 서비스 플랫폼 중 폭넓은 수요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의 80%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이며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끼리 소통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게임 위주의 로블록스(roblox)는 미국 초등학생 중 7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10대들은 매일 156분간 로블록스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튜브(54분)와 인스타그램(35분)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공대생이 로블록스 내에 게임을 만들어 학비를 해결하거나 로블록스 전문 게임 개발자도 등장하고 있다.

B2C 외에도 B2B(기업 간 거래) 측면으로의 성장도 기대된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중심으로 가상융합기술(XR) 수요·공급기업과 이동통신사, 방송·미디어사 등 관련 기업들과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구성됐다.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과 네이버랩스, 맥스트, 버넥트, 라온텍 등 ICT 기업, 이통3사, 지상파 3사, 종편방송, 카카오엔터·CJ E&M 등 콘텐츠 기업, 분당서울대병원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이동통신사도 메타버스 플랫폼과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한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KT는 지난 6월 국내 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B2B 원팀을 출범시켰다. B2B 분야에서 관련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과 시장 성공 경험 및 사례를 공유하고 시장 규모를 키워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실감콘텐츠와 전시회에도 메타버스는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시공간적 제약이 있는 기존 전시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전시를 쉽게 체험하고 공유하며, 이용자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실감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몰입감·윤리 문제 속 용어 남발... 제2의 인터넷 되려면

지난 3월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현된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출처=순천향대학교]
지난 3월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현된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출처=순천향대학교]

이처럼 메타버스는 기존 가상현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올 한해 가장 큰 유행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 됐다. 인간의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세계 같은 느낌이 있어야 몰입감이 높아지고 현실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메타버스 해석과 합리적 개념화(송원철, 정동훈)' 보고서에 따르면 실감 미디어는 감각기관을 통해 실제로 느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메타버스가 정말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채 언론과 업계에서 메타버스란 용어가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메타버스 용어 남발의 문제점은 사용자 경험 평가는 배제한 채, 입학식이나 신입사원 교육과 같은 ‘만들었다’와 ‘운용했다’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한두 번 재미 삼아 시도하는 허니문 효과가 있을지언정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윤리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추병완 교수는 그의 저서 <정보사회와 윤리>에서 "기술은 엄청난 혜택을 주는 반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현실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범 죄 행위와 비윤리적 행동은 가상공간에서도 그대로 행해지고 있으며,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 등 현실 공간에 존재하지 않던 문제나 현상들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이런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새로운 범죄를 경계한 바 있다. 

이진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이사)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 매몰된 시각으로는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며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용자들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현실과 메타버스를 연계하는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어떤 방식과 목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메타버스는 인터넷 초기 시절의 '닫을 수 없는 팝업광고'와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대응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악성코드를 제거하여 팝업을 없애거나, 수시로 노출되는 팝업을 감내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PC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라며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속성을 이해하여 문제점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다양한 프라이버시 및 윤리 이슈를 감내하고 메타버스를 영위하거나, 메타버스 접속을 차단하고 현실 세계에 안주하는 것"을 대응책으로 제시했습니다. 마지막 방법이 메타버스를 맞이하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세계를 그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워너브라더스]
메타버스 세계를 그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워너브라더스]

'메타버스' 광풍의 시대에 메타버스라는 용어에만 치우쳐 단순한 행사 개최 정도로 활용이 멈춰선 안된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하루종일 접속해 있을 사용자 관점에서 몰입감을 제공하고 불편함은 없는지, 의미 있는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현실 속 많은 분야들을 채워줄 수 있는지 논의가 진전될 필요가 있다. 이런 논의들을 위해 단순히 기술 발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건전한 윤리 의식과 촘촘한 규제 체계가 바탕이 돼야 진정한 '제2의 인터넷'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제임스 할리데이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오아시스라는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었다. 그런 할리데이도 현실은 차갑고 무서운 곳이지만,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한다. 작중 말대로 '현실만이 진짜인 거니깐' 인터넷 중독과 같은 질병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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