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의 시선집중] '투자금 블랙홀' 전기차 시장…왜 한국판 테슬라는 없을까
[박영근의 시선집중] '투자금 블랙홀' 전기차 시장…왜 한국판 테슬라는 없을까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2.01.09 09:14
  • 수정 2022.01.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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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기차 기업 테슬라, 지난해 시총 1조 달러 첫 돌파
리비안, 하루만에 30% 폭등·루시드도 시총 82조 넘겨
"전기차 스타트업, 든든한 자금·디자인·기술력 갖춰야"
ⓒ픽사베이
ⓒ픽사베이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천슬라'를 넘어 '이천슬라'를 향해 달리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하며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시선을 돌려 '제2의 테슬라 찾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는 상장 하루만에 주가가 30% 폭등했고, 루시드도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약 82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같은 열풍은 비단 미국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중국 신생 전기 자동차 회사들도 지난 한 해 투자금을 쓸어담았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는 상장 직전 2주 사이 9억 달러(1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어 벤처캐피털 힐하우스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 등으로부터 5억 달러를 추가 유치했다. 샤오펑모터스는 창업 이후 현재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NIO)와 리샹(Li Auto)는 샤오펑모터스보다 먼저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 니오는 이미 지난 2018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10억 달러를 조달받은 바 있다. 당시 니오는 공모가 대비 114%가량 상승한 주가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리샹도 지난 2020년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일주일간 주가가 46% 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독 전기차 스타트업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몇몇 존재하지만, 대부분 소형 화물 운송이나 우편 배달용으로 공급돼 일반 소비 수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6월 직접 팔을 걷었다. 강원도 횡성을 '전기차 클러스터 구축 사업'의 핵심 지역으로 선정하고 디피코·프라이맥스·이모빌리티연구조합 등 전기차 산업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지원 규모만 약 45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들은 이곳에서 오는 2030년까지 5만대에 육박하는 전기차를 생산해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비안

문제는 이러한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이어 민간 VC 투자까지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래 시장보다는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전기차 스타트업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VC 투자를 받으려면 성과부터 시장 분석 등 얼마나 단기간에 많은 실적을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하지만, 미국은 'Why not?'이란 태도로 일단 시도해볼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600여 곳에 육박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쏟아내자 너도나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재 차 한대도 출시하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해 쳐해졌다. 연구 개발 등에 대규모 자금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우후죽순 퇴출됐다.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 퓨처모빌리티다. 이 회사는 자금난으로 지난 7월 운영 중단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한 기술력과, 그에따른 거대 자본이 뒷받침돼야 성장할 수 있다"면서 "리비안은 2019년 포드와 아마존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니오 역시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바이두의 투자를 받아 꾸준히 차량을 개발 출시하고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선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대 자본이 부족했던 루시드는 테슬라에서 습득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치고 나가면서 주목 받았다"면서 "우리나라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이처럼 든든한 투자금으로 뒷배를 마련하든, 기술력·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든 뭔가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중국에 뛰어든 스타트업 600여 곳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말라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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