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논란①] “10년 살았던 아파트에서 쫓겨날 판”…주거차별 부추긴 ‘10년 공공임대’의 진실
[공공임대논란①] “10년 살았던 아파트에서 쫓겨날 판”…주거차별 부추긴 ‘10년 공공임대’의 진실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2.15 08:43
  • 수정 2022.02.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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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포함해 전국으로 확산된‘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 폭리 논란
임차인들 “집없는것도 서러운데…순식간에 날라간 내집마련의 꿈”
LH, 일반분양전환가 ‘감정평가액’ 고수…10년 후 분양가 4배 올라
불투명해진 10만세대 임차인의 운명…2030년까지 분양전환 해야
LH·국토부 “분양전환가 낮추기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원책 활용”
경기도 수원 광교 신도시 내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사진출처=연합뉴스]
경기도 수원 광교 신도시 내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사진출처=연합뉴스]

“경기도 판교에 거주하는 이 모씨(45세)는 최근 정부 말만 믿고 10년 공공임대로 들어온 것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중이다. 당초 건설사들이 계약서에 내걸었던 ‘10년 이상 임차인에 대해 우선 분양 전환’ 해준다는 말만 믿고 입주했지만 10년 이후 임차인들에게 돌아온 것은 ‘나가라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LH와 민간 건설사들은 세대 전체 입주민들이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이라는 점을 노리고 시세대로 아파트 분양을 강행하는 등 도 넘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10년 공공임대를 직접 겪은 임차인들의 전언이다”

10년 공공임대 논란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전세마저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이 공공임대로 눈을 돌리면서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만기 분양전환 가격이 조기 분양전환 가격보다 4배 가까이 높아진 탓에 분양을 기다리며 내 집 마련을 기대하던 무주택자의 원성도 자자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기도 판교 지역에서 촉발된 10년 공공임대 정책이 주거 차별을 부추긴다고 지적할 정도다.

10년 공공임대는 임차인이 10년간 임대로 거주하고 나서 분양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정부 주도 임대 주거제도다. 일정 기간 거주한 이후 분양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지방과 수도권에 주택 안정화를 위해 2009년 성남 판교 등지에서 처음 도입된 바 있다.

정부 주도임대주택의 장점은 시세보다 80~90% 수준의 보증금으로 안정적인 거주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 19세 이상 세대주면 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일종의 후분양 아파트인 관계로 당첨 시 청약통장이 사용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임대주택의 성격을 지니지만 일반 분양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일정기간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8~10년의 임대 기간 이후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쉽게 말해 보증금과 일정 수준의 월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거주하면 ‘감정평가금액 이하’의 가격에 일반 분양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다만 10년 공공임대가 설정해놓은 ‘감정평가금액 이하’라는 다소 애매한 기준을 설정해놓은 탓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에 들어온 입주민들은 당연히 갑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지원 임대에서는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입주자가 ‘을’이 되어야 처지에 놓이는 등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분양전환 앞둔 판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9년 분양전환 앞둔 판교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제공]

대표적인 곳이 판교신도시다. 이곳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0년 공공임대 제도를 처음 적용한 단지다. 당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전국의 10년공공임대 단지들 중에서 최초로 분양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곳 판교 단지가 일반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너무 높게 책정된 분양전환가로 인해 입주민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 봇들마을 3단지’ 전용 59㎡의 분양 전환가가 7억원 내외로 책정됐는데, 10년 전에 분양된 판교 20평대 아파트 분양가는 2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그마치 약 3배나 오른 것이다.

판교신도시에 10년 간 거주했던 한 임차인은 “ 10년이 되면 내 집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10년 동안 낸 보증금 1억9000만원과 임대료만 해도 당시 분양가와 맞먹는 규모”라며 “이제 와서 땅값 올랐다고 나가라는 것은 해도 너무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LH26 단지도 논란에 휩싸인 곳 중 하나다. 입주 5년차인 LH26단지 임차인들은 최근 분양 전환에 대한 의견 조사가 이뤄지자 아파트 곳곳에 “분양전환 시세차익 1.1조원 이제 그만해라” 등의 플랜카드를 걸고 반발하고 있다. LH가 책정하는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 기준에 의해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금액은 사실상 주변 아파트 시세에 따라서 반영되다 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수도권 일대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분양전환가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근 아파트 시세도 폭등했다. 예컨대 LH26단지와 맞닿아 있는 동탄2신도시 하우스 더레이크의 전용면적 59㎡의 매매가는 현재 7억3000만~8억9000만원 수준이다. 2017년 2억3000만원대~3억3000만원대에 비하면 무려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10년 공공임대 분양가가 당초 도입한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10년 공공임대가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목표로 생긴 만큼, 현재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분양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분양전환 가격이 높아질 것을 예상한 입주민들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LH26 단지에 항의성 현수막을 단지 곳곳에 걸어놓고 LH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출처=LH 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카페에 올라온 사진 캡처]
분양전환 가격이 높아질 것을 예상한 입주민들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LH26 단지에 항의성 현수막을 단지 곳곳에 걸어놓고 LH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출처=LH 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카페에 올라온 사진 캡처]

전국 10년 공공임대 연합회 온라인 카페에는 “정부가 도입한 공공주택 가격이 민영 수준이다” “생각보다 비싸다”, “분양전환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 등의 잇따라 올라오며,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분양전환가격과 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도 한계다. 현재 경기도권에 거주하는 임차인들이 내는 10년 공공임대 보증금 수준은 6800만~1억3000만원, 월세 20만~50만원 규모다.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 보증금의 수 배에 이르는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약10만여 세대가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LH 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수도권 모든 신도시에서는 공공택지를 매각해 주택이 보급되다보니 공공택지 내 아파트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반면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에는 주변 아파트 시세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면서 “앞으로 분양전환을 앞둔 공공임대주택이 10만 가구에 육박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공공주택 분양전환가격이 10억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 제도가 무주택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고자 저렴한 가격에 도입된 만큼 시세 영향을 덜 받도록 감정평가액의 반영 비율을 낮춰야 한다”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의 중간가격을 분양전환가격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LH와 국토부는 법 규정대로 분양전환 가격을 책정한 것이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분양전환가격은 관련 법령에 따라 2개의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액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입주자모집공고문 및 임대차계약서상에도 감정평가금액을 분양전환가격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에 와서 임의적으로 분양전환가격을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이미 10년 전에 계약을 맺을 때 합의된 사항이므로 지금와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법리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도 수도권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LH와 10년 공공임대 입주계약을 체결한 주민에 대해서 분양대금 분할납부 금액 확대, 저금리 은행 대출을 주선 등 대출규제를 완화한 만큼 정부의 지원책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대출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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