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우크라 사태 계기 '핵보유' 욕망을 수면 위로 올리고 있는 일본
[월드 프리즘] 우크라 사태 계기 '핵보유' 욕망을 수면 위로 올리고 있는 일본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3.28 05:57
  • 수정 2022.03.2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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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br>
북한이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br>

역사적으로 핵폭탄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인 일본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그동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가 일본이 핵뮤기 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전후 일본이 헌법에도 명시한 평화 조약에 대한 근본적인 파괴인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때맞춰 일본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고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시사하고 있다.

일본의 완전 무장을 꿈꿔온 아베 같은 일본 정치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군사력이 크고 공격적인 이웃국가로부터 스스로 방위가 안 되는 국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호주 시드니의 국제 정치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 소속이자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Asia's Reckoning)’의 저자 리처드 맥그레거는 아베가 일본 내에서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중들을 설득할 좋은 시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천금과도 같은 것이다. 아베는 단호한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호한 정도가 아니라 지난 해 실시된 설문에서 일본인 75%가 일본이 핵무기 금지 조약에 서명하는 것을 찬성했다. 또한 아베의 핵무기 논의 촉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발 생존자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히로시마 출신인 현 총리 기시다 후미오는 재빨리 아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시켰다.

그러나 약삭빠른 정치인인 아베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북한의 핵 개발과 점점 거침없어가는 중국에 대해 일본 대중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베의 오랜 친구이자 조언자인 보수 성향의 교수 시마다 요이치는 “아베는 일본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자주적인 공격력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핵무기도 포함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또한 아베는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자살행위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논의를 활성화 시키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미국의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이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도록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솔직히 이기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5월 27일 일본 요코스카 항에 해상자위대 함정 구니사키 호가 정박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5월 27일 일본 요코스카 항에 해상자위대 함정 구니사키 호가 정박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베가 제안하는 것은 일본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빌려오는 것이다. 냉전 이후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를 자국 땅에 들여왔다.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들 국가들은 미국을 대신해 자신들의 전투기로 핵미사일을 목표 지역에 쏠 수 있다. 이것이 아베가 제안하는 모델이다.

1971년 이후 일본은 자국 영토 내에 어떤 핵무기도 금지한다고 헌법에 확실히 명시하고 있지만, 이 금지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베뿐만이 아니다.

전후 주미 대사로 오랫동안 있었던 가토 료조는 미일 동맹을 누구보다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북한의 핵무장을 들며, 일본은 더 이상 미국의 핵우산에만 기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5월 27일 일본 요코스카 항에 해상자위대 함정 구니사키 호가 정박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요코스카 항에 해상자위대 함정 구니사키 호가 정박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는 “어떤 미친 지도자가 일본에 핵미사일을 발사하기로 결정하거나, 또는 정치적 위협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위협에 취약하다. 우리는 방어 측면에서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평화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압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없던 것으로 하는 것은 설득력은 없지만,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와 상당 수의 일본 정치 엘리트들이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맥그레거는 “많은 미국인들이 평화헌법으로 일본을 묶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아베 같은 사람들이 이런 헌법을 강요한 미국인들에 대해 깊은 분개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원하기 때문에 약오름을 억누르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중국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태평양 지역에 대한 평화헌법 위에 일종의 판매자와 구매자의 내키지 않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은 헌법이 뭐라 말하든 이미 진짜 평화주의에서 멀어졌다고 BBC 논평은 말했다.

현재 일본 해군은 영국 해군보다 규모가 더 클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지만, 일본군에는 장거리 타격 능력이 부족하다. 시마다 교수는 합의가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일본이 적의 영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본 여당인 자민당의 대다수 정치인들이 그런 능력을 일본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시마다 교수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위협이 이를 더 부추겼다며, “푸틴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언급했다. 이는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에게 게임체인저가 된다. 러시아는 유엔안보리의 상임 회원국임이다. 우리는 푸틴이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일본은 미국의 완전한 동맹이고, 일본을 공격하는 국가에 핵공격을 포함,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미국 정부로부터의 약속이 있다. 이는 미국이 최강의 위치에 있으면서 효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고, 그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베의 유산’의 저자 무라카미 히로미는 “트럼프는 ‘너희들의 안보는 너희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나는 결국 미국의 풍조는 트럼프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미국에 완전히 기댈 수 없다는 것이다”고 피력했다. 

가토 전 대사처럼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이 이웃으로부터의 방위에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이 답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시마다 교수에게 이는 언젠가 일본이 자체적으로 핵억지력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는 뜻일 수 있다.

일본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동안 터부시 해왔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있다. 무라카미는 “오랜 세월동안 이는 회피돼 왔지만, 일본의 리더십은 이를 논제로 올리고 대중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가짜 세상에서 살 수 없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정말 충격적이다. 이것이 일본의 리더십과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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