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역외상센터 10주년..“MZ세대 의사 키울 방법 고민해야”
[인터뷰] 권역외상센터 10주년..“MZ세대 의사 키울 방법 고민해야”
  • 김 선 기자
  • 승인 2022.03.31 09:34
  • 수정 2022.03.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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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대한외상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교수)

올해는 전국의 17개 권역외상센터 사업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박찬용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교수는 권역외상센터 10주년과 함께 오는 2024년에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대한외상학회는 국군의무사령부와 2013년 민·군 합동 외상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부터 PPTC를 공동 개최해 오고 있다. 이처럼 민·관·군이 함께 우리나라 외상체계 발전 및 외상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4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첫째, 기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에서 외상학 세부전문의로 변경됨에 따라 외상에 관련된 다양한 과의 선생들이 외상 분야에 관심을 갖고 외상센터에서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둘째, 교육·수련 프로그램을 보다 내실화 할 것. 셋째, 유관 기관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위해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센터, 국군의무사령부, 전국권역외상센터협의회 및 유관학회들과 긴밀한 상호 협조를 통해 우리나라 외상 발전을 위해 기여 할 수 있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넷째, 외상의학 교과서 개정 2편 발간과 대한외상학회지 역량 강화다. <위키리크스한국>은 박 이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외상의 현실과 앞으로 목표 실현에 대해 들어봤다.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교수. [사진=김 선 기자]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교수. [사진=김 선 기자]

- 먼저 고 김영우 교수를 애도하고 싶다.

“권역외상센터 사업이 시행된 지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근무하던 김영우 교수가 1월 말에 출근길에 돌아가셨다. 외상하는 사람들이 업무는 많고 일하는 사람은 적은데, 적다고 해서 일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도 혼자서 많은 수술을 진행하면서 그날도 새벽부터 일찍 응급환자 수술을 위해 출근하던 중 갑작스러운 단독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외상센터에 시설이나 장비는 지원됐지만,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하면 업무가 과중 되는 편이다. 이것을 사명감, 소명감과 같은 보람만으로 더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현재 외상센터에도 40대의 의료진이 있는데, 그 밑으로는 단절됐다. 후배들이 들어 와야 비전도 생기고 노동의 강도도 조절이 된다. 그렇게 안 되는 상황에서 강한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김 교수가 44살에 돌아가신 건데,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가고 딸이 초등학생 4학년이다. 굉장히 젊고 열심히 하셨던 분이신데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했다. 젊은 가장이 혼자서 그렇게 많은 일을 감당한 건데, 이 부분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얼마 전 세부전문의 시험 면접 의원으로 참석했었는데 우리 때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편이다. MZ세대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보수면 보수, 워라벨이면 워라벨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려운 실정이다.”

-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 역할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1985년 대한외상학회가 설립됐고, 10년 뒤 1995년 우리나라에서는 상품백화점이 붕되됐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고베대지진(한신아외지대지진)이 있었다. 이 시기는 응급구조사가 태동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일본외상학회도 비슷한 무렵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다. 차기 이사장님(2024년) 때는 학회가 불혹인 40년을 맞게 되는데, 아주 막중한 시기에 이사장이 되어 어깨가 무겁다. 여러 이사님들과 회원들의 이야기를 잘 수렴할 계획이다. 또 정부와 권역외상센터와 협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다. 우리 학회는 다른 학회와 다르게 그간의 기록이 잘 안되어 있다. 40년사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스타트를 끊어야 다음 이사장님 때 수월 할 것이라 생각해서 미리 준비할 계획이다. 1997년 우리나라 첫 예방 가능 외상사망률 조사 결과 50.4%라는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외상으로 인한 사망 환자 2명 중 1명은 잘하면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민간병원에서는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보기 위한 시설, 장비, 인력을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권역외상센터 사업에 지원을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가 안정화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센터 간 역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복지부와 정부에서도 생각했던 것처럼 외상센터가 잘 가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2018년에 있었는데, 거기서 지적되었던 점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학회 선배님들이 지금까지 꾸려온 길을 되새겨 보고, 현재를 잘 살피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많은 자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해결하기 어렵고, 국가에서 도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 향후 외상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외상에서 중요한 삼박자는 시설, 장비, 인력이다. 그 가운데 인력이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좋은 인력, 풍부한 인력이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상센터마다 인력은 부족하고,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외상으로 유입되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외상체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신선하고 열정 있는 인력의 수급을 통한 안정적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교수도 3명이면 한 달에 당직만 10일을 넘게 선다. 타과와 비교했을 때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사람을 살리는 보람으로만 선택하기에는 세대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권역외상센터만 거의 유일하게 국가에서 전담전문의 인건비를 지원해주는데, 병원에서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외상의 수가 문제도 있다. 모두가 코로나 환자를 외면할 때 코로나 전담 병원이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수가를 올려줬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럴 때 움직이는데, 병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개선이 있어야 한다. 지금 외상센터에 적용되는 수가가 적당한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외상을 지원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권역외상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상주 당직체계로 움직이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빈 시간을 두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자칫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김 교수가 사망한 일도 외상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명감과 소명이 매우 중요한 분야가 외상이지만 일정 부분 합리적인 근로 여건 및 처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재 외상 교육 체계는 어떠한가. 만족한 수준인지

“정부가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계획하면서 2008년 중증외상 특성화 후보 센터 사업 1년, 이후 중증외상 특성화 센터 사업을 진행했으나 국내에 외상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 하다시피 했다. 2010년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외상학회가 KTAT라고 하는 한국형 전문외상처치술을 개발해 2011년 처음 배출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초기에는 교육 하나 받기 위해서 외국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항공료, 숙박비 등 개인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 했던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한외상학회의 자학회인 외상술기교육연구학회가 외상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프로그램들을 개발, 운영하며, 우리나라 외상 교육에 있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이 학회는ESPIT(20회), BESPIT(21회), ET-REBOA(9회), TREE(12회), NICE 코스(15회) 등의 교육을 알차게 꾸리고 열과 성을 다해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외상학회에서도 2013년부터 학술대회를 국제학술대회로 개최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TIRC라는 외상학 세부전문의 보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fresh 카데바를 활용한 보다 심도 있고 피교육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논의 중이다. 또 외상센터에서 소방교육에도 참여하는 편인데, 이는 권역외상센터가 할 수 있는 일과 권역응급센터와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알려드리기 위함이다. 환자를 처음 만나는 소방대원분들은 외상환자를 만났을 때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지, 조금 멀더라도 권역외상센터를 가야하는 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병원도 진단은 가능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소방대원 분들과 충분한 사례 검토를 하면서 중증 환자는 가까운 병원이 아닌 조금 멀더라고 권역외상센터로 가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 이사장 재임 기간 이루고 싶은 정책과 그 이유가 있다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권역외상센터 뿐 아니라 지역외상센터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지역외상센터에 관한 세부 내용들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지역외상센터로 지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의 경우 외상센터를 역량에 따라 Level 1, 2, 3, 4의 네 단계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Level에 대한 분류를 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일부 권역외상센터들에서 논문에 Level 1 Trauma Center라는 표현들을 쓰고 있는데 이를 무조건 말린다고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본다. 분류 체계에 대해 확실히 하는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권역외상센터 10년을 돌아보고 전담전문의 실태조사 및 문제점 확인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결국 외상센터의 성공 여부는 전담전문의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들에 대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시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찾아서 제대로 도와주면 좋겠다. 고름을 덮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칫 패혈증으로 가기 전에 좋은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외상 전담의들이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자체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소명의식이나 사명감만을 바래서는 안 된다. 자꾸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의 처우나 워라벨을 부러워하고 이직을 고민하지 않고 외상만을 바라보고 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처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고, 후배들이 외상에 투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병원들에서도 외상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추가로 강조할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나라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 나섰고, 권역외상센터들을 비롯해 외상 관계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정 부분 성과가 나기 시작 했는데, 결국 사람이 미래다. 열정 있는 사람들이 딴 데 보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묵묵히 길을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또한 외상센터를 운영하려면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외상센터에는 소생실, 수술실, 시술실, 중환자실, 일반병동이 필요한데 서울대병원만 해도 병상 가동률이 가득 찬 상황이다. 이미 사용 중인 병상들을 외상센터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부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구조상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 외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공공의 목적으로 평상시에는 중증외상이나 응급수술 환자들을 보다가 코로나 시국과 같은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전환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타과에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미 다 찬 타과에서 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한 이전에 외상의학이라는 교과서가 있었는데, 요즘 시대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 개정안을 출판할 계획이다. 편찬위원장으로 임명을 받아 책을 만들고 있는데, 업데이트 된 내용도 추가하고 정신건강의학적인 부분과 외상환자 재활, 우리나라 외상의 역사, 권역외상센터의 현황, 우리나라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 보고서 등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구성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분량도 증가하고, 기본보다 내용을 심화시켜 내년 3월 이전에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김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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