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견된 4500년 전 가나안 여신상
[월드 프리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견된 4500년 전 가나안 여신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4.30 06:44
  • 수정 2022.04.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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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낫(Anat) 여신상은 현재 가자지구의 몇 안 되는 박물관 중 한 곳에 전시 중이다. [사진 = BBC제공]
아낫(Anat) 여신상은 현재 가자지구의 몇 안 되는 박물관 중 한 곳에 전시 중이다. [사진 = BBC제공]

고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섬기던, 4500년 전 가나안 여신의 석상(石像)이 발견되었다고 29일(현지시간) BBC 등이 보도했다.

미(美)와 사랑, 그리고 전쟁을 상징했던 이 여신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 남부에 위치한 칸유니스에서 한 농부가 땅을 파던 중 발견했다.

팔레스타인 고고학자들은 가나안의 신 아낫(Anat)을 나타낸 이 석상의 머리 부분의 역사는 4500년 전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이 발견과 관련 가자지구의 일부 주민들은, 현 팔레스타인 상황을 암시하며, 이 여신상이 전쟁을 상징하는 쪽이 훨씬 더 어울릴 듯하다는 풍자 섞인 글들을 SNS에 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팔레스타인에서는 하마스(Hamas) 지배 하에 있는 가자 지역 민병대와 이스라엘과 사이에 여러 차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석회암 석상의 발견으로 가자지구가 고대 가나안 사람들의 중요 정착지였음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고 있다. 가자 지역은 이 지역을 지배하던 일련의 고대 문명들의 주요 교역로 역할을 했었다.

22Cm 높이의 이 석상은 뱀 왕관을 쓴 여신의 얼굴을 또렷이 나타내고 있다.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진흙에 덮혀 있어서 물로 씻어내야 했습니다.”

경작을 위해 밭을 갈던 중 우연히 석상의 머리 부분을 발견한 농부 니달 아부 아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귀한 물건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줄을 몰랐습니다.”

그는 BBC와의 인터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대 문명의 주요 교역로 구실을 했던 가자지구는 엄청난 고대 유적들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사진 = BBC제공]
고대 문명의 주요 교역로 구실을 했던 가자지구는 엄청난 고대 유적들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사진 = BBC제공]

“신(God)에게 감사하며, 이 석상이 가나안 시대부터 바로 우리의 땅 팔레스타인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낍니다.”

아세라(Asherah), 아스다롯(Astaroth) 등과 함께 가나안인들이 섬기던 주요 신들 중의 하나였던 아낫(Anat) 석상은 현재 ‘카스르 알 바샤(Qasr al-Basha)’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나폴레옹 요새로도 알려진 카스르 알 바샤는 이전에는 큰 궁전이었고, 현재는 2층짜리 여학교 및 가자지구의 몇 안 되는 박물관 중 한 곳이 자리 잡고 있다.

화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유적을 공개한, 하마스 통치하의 관광유물부 자말 아부 리다는 전문가들이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 석상을 면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유적에는 정치적 요소도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유적들의 발견은 팔레스타인이, 누구도 부정하거나 왜곡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명과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역사이며, 고대 가나안 사람들이 이룩했던 문명입니다.”

하지만 가자 지역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발견들이 모두 떠들썩하게 이목을 끈 것은 아니었다.

이슬람 민병대 조직인 하마스는 가자지구 남부 인구 밀집 지역에 주택과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고대 가나안의 대규모 요새 도시인 텔 알사칸(Tell al-Sakan)의 유적을 파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2013년에는 가자 지역의 한 어부가 그리스 신 아폴로(Apollo)의 청동 등신상(等身像)을 발견했는데, 무슨 일인지 원인 모르게 사라져 버린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는 금년에는 한 해외 독지가의 도움으로 1년에 걸친 복원 프로젝트를 벌이며, 5세기 비잔틴 교회 유적을 다시 일반에 공개했다.

한편, 로마 시대 무덤 31기가 발견되었던 가자지구 북부의 한 건물터에서도 발굴 작업은 중지되어있다.

이러한 고대 유적들은 외부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지니고는 있지만 하마스나 팔레스타인에는 사실상 관광산업이 전무하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안전을 이유로 가난한 해안 지역인 가자지구에 대해 외부인의 입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고립된 섬으로 만들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약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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