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동] 미국 정보기관의 골칫거리가 되어온 마라 라고 휴양지와 소유자
[트럼프 파동] 미국 정보기관의 골칫거리가 되어온 마라 라고 휴양지와 소유자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20 06:53
  • 수정 2022.08.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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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백악관 기밀 반출 혐의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 : FBI가 지난 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와 관련해 그의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 라고 리조트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비밀경호원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FBI 요원들이 대거 들이닥쳤다. 내 금고까지 열었다.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진 = 연합뉴스]
FBI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와 관련해 그의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 라고 리조트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비밀경호원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FBI 요원들이 대거 들이닥쳤다. 내 금고까지 열었다.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진 = 연합뉴스]

FBI가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마라 라고 리조트 자택 압수수색 이후 미국의 여론이 극명하게 분열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트럼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보복' 프레임이라는 의견도 고조되는 등 공화당 내 극보수층이 결집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과연 마라 라고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물품 가운데 어떤 증거물들이 나올 것인지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CNN방송은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휴양지인 마라 라고(Mar-a-Lago)에 어떤 식으로 기밀 정보들을 빼돌리고, 이를 허술하게 취급했는지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멋들어진 초콜릿 케이크를 앞에 놓고 중국 지도자에게 시리아 공습을 떠벌이기도 하고, USB 등의 전자 장비를 휴대한 중국인이 무단 침입하기도 하고, 핵가방(nuclear football) 사진이 휴대폰으로 유출되기도 하더니 급기야는 FBI 수색 과정에서 국가기밀까지 발견된 마라 라고.

트럼프가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이라 부르기도 했던, 돌담으로 둘러싸인 바닷가 휴양지 마라 라고는 오랫동안 미국 정보당국과 국가안보 관리들의 골칫거리였다. 한 전직 정보 관리는 마라 라고의 사교적 분위기와 무질서한 초대손님 목록은 수다스러운 소유주와 결합해 정부의 가장 은밀한 기밀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악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14개의 방을 가진 마라 라고의 호화 맨션과 부속 건물들은 대통령 관련 물품들의 취급과 관련하여 미국 국무부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주 FBI 요원들은 수 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최고 정부 기밀에 속하는 11건의 문서 뭉치들을 압수했는데, 어떤 것들에는 ‘민감한 구획 정보(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라는 표시가 적혀있기도 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에이커에 달하는 광활한 마라 라고 영토는 다방면에서 일부 전직 보좌관들조차 전임 대통령이 기밀문서와 정보를 마구잡이로 취급했다고 묘사한 물리적 현장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예비선거에서 승리하고, 대선 참여를 선언한 뒤부터 이미 마라 라고는 허점투성이의 장소였다.”

전 CIA 대테러 분석가인 아키 페리츠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만일 당신이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라면, 트럼프를 지지하든 아니든 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고 허점투성이인 이곳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2021년, 인정할 수 없는 패배를 곱씹으며, 백악관을 떠나 마라 라고에 짐을 풀었다. 유료 회원들을 받기도 하고, 젊게 그려진 트럼프의 대형 유화가 있는 마라 라고는 그를 환영해주는 피난처였던 것이다.

나아가 마라 라고는 또한 트럼프 집권 마지막 날에 황급히 포장되어 플로리다로 운송된 수십 개 종이 상자들의 목적지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워싱턴 엑소더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짐을 싸는 과정이 그처럼 다급하게 이루어진 데에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원인도 있었다고 말한다. 마침내 백악관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규정도 없이 물건들을 상자들에 마구 때려 싣고 남쪽으로 서둘러 떠났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정규 규정에 없거나, 정보 브리핑 과정에서 그에게 제공된 많은 것들을 파일로 보관하고 있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렇게 증언했다.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백악관에서의 혼란스러운 마지막 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은 상자에 물건을 마구 던지고 있었고, 그 안에는 그가 지난 4년 동안 축적해놓은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기밀문서가 포함한 이런 상자들의 최종목적지는 마라 라고 클럽이었다. 법무부의 방첩 및 유출 통제 국장을 포함한 연방 수사관들은 지난 6월 마라 라고를 방문하여 트럼프 및 그의 변호사들과 이 기밀문서들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문서를 보관하는 방에 보안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이후 트럼프 측근은 문에 새로운 자물쇠를 설치했다. 그러나 FBI 요원들은 지난주 마라 라고를 찾아 간첩법 위반, 사법 방해, 정부 기록물 불법 취급의 세 가지 혐의로 트럼프 재물에 대한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색 영장에 따르면 월요일 수색에서 압수된 물품들에는 서류가 든 가죽 상자, 사진첩, ‘기타 일급 기밀문서’, ‘프랑스 대통령 관련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적법 과정에 대한 해명 없이, 전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대통령 권한으로 해당 문서들에 기밀 해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나의 유일한 놀라움은 모든 걸 깡그리 마라 라고로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존 볼턴은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마라 라고 리조트 전경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의 마라 라고 리조트 전경 [사진 = 연합뉴스]

규범을 무시하는 버릇

연방 정보 관리들이 트럼프의 정부 기밀 취급 행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은 지난주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민감한 정보 취급에 대한 프로토콜을 무시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2017년 트럼프는 미국이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이슬람국가(IS) 음모에 대한 고도의 기밀 정보를 러시아 외무장관을 포함한 러시아 방문객들에게 자진해서 공개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화가 잔뜩 나기도 했었다.

트럼프는 또 2019년 정보 관리들로부터 이란에서의 폭발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나서 폭발된 시설을 촬영한 최고 기밀 위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서열 3위 참모였던 믹 멀베이니(Mick Mulvaney)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밀 브리핑에서 서류를 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보 자료를 주로 전자 방식으로 받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

“때로 대통령은 ‘이거 내가 가져도 되나?’라고 말하곤 했지만 우리는 그런 문서들의 흔적을 없애는 팀을 따로 꾸릴 정도였다. 그런 걸 활용하려는 건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의 권리에 속하기도 했기 때문에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멀베이니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나 자료 유출 위험은 트럼프에게만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고, 일부 전직 관리들은 말한다. 그가 민감한 자료들을 따로 보관하겠다고 말하면 관리들은 그 자료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는 것이 일이었다. 트럼프가 여행할 때 보좌관들은 종종 그가 흘린 종이 더미를 주워 모으기 위해 종이 상자를 들고 그 뒤를 바짝 따라다니곤 했다.

여흥과 기밀 정보의 뒤죽박죽

마라 라고에서는 실수든 아니든 트럼프 때문에 정부의 최고 기밀이 누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갔다. 이 휴양 시설은 회원과 손님들을 위한 풀 클럽(pool club), 스파, 레스토랑 및 클럽하우스를 제공한다. 또 금으로 장식된 도널드 J. 트럼프 볼룸은 결혼식 및 기타 행사를 위해 임대할 수도 있다.

마라 라고를 경호하는 비밀 경호팀은 방문자의 무기를 검사하고 명단과 대조하여 이름을 확인할 뿐 기밀문서를 보호하거나 예상되는 침투로부터 정보를 보호할 책임은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마라 라고를 찾았을 때 이곳에 회원들이 몰려들곤 했는데 그의 임기 초기에 제정된, 식당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항상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2017년 2월 트럼프가 고(故)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안뜰 만찬에 초대했을 때 이러한 허점이 확실하게 노출되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긴급한 소식이 만찬을 방해하면서 트럼프와 아베는 급히 국가안보 보좌관들과 머리를 맞대게 되었는데, 이때 그들과 함께 블루 치즈를 첨가한 웨지 샐러드를 먹고 있던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두 지도자의 긴급 위기 대처 회담 장면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나중에 트럼프의 측근들은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받기 위해 ‘민감 정보 취급 시설(SCIF)로 알려진 보안실로 이동했고, 그와 아베는 단순히 언론 성명을 위한 물류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마라 라고 현장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두 정상이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문서를 살펴보는 모습과 노트북 작업을 하는 보좌관, 휴대전화 통화 중인 트럼프의 모습 등을 소셜미디어에 앞다투어 올렸다. 폭발적으로 포스팅 된 사진들에는 직원들이 휴대전화 플래쉬 기능을 활용해 문서를 읽는 지도자들을 비춰주는 장면까지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가 마라 라고에 있을 때는 클럽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제한하는 몇 가지 새로운 규칙이 발효되기도 했다. 손님들은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했으며, 회원이 동반할 수 있는 손님 수에 새로운 제한이 설정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트럼프는 2017년 봄에도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논의하기 위해 마라 라고 SCIF로 급하게 이동한 바가 있다. 당시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대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후 그는 시진핑에게 돌아와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자신이 공습 명령을 내린 사실을 떠벌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이 마라 라고에 대해 우려했던 점들 중 하나는 트럼프가 그곳에 있는 동안 정확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식별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트럼프의 고위 보좌관들은 엄격한 접근 목록이 있는 백악관과 다르게 트럼프가 마라 라고 클럽에 있을 때는 누구와 접촉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트럼프의 서열 2위 비서실장이던 존 켈리는 그나 다른 측근들이 대통령과 친지들 또는 유료 회원들과의 대화를 완전히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거의 하지 못하면서도 마라 라고에서 트럼프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켈리는 당시 동료들에게 트럼프가 만나는 사람들을 제한하기보다는 대화 내용에 주의하라고 말하곤 했다.

켈리는 또한 기밀 자료 처리를 위해 보다 구조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트럼프가 항상 이 시스템에 협조적인 것도 아니었다.

미 플로리다 트럼프 저택 앞에서 시위하는 지지자들 : 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라 라고(Mar-A-Lago) 리조트 앞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 플로리다 트럼프 저택 앞에서 시위하는 지지자들 : 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라 라고(Mar-A-Lago) 리조트 앞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양한 리스크 관리

문제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마라 라고에 있는 동안 기밀문서를 볼 때 언제나 SCIF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임 대통령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와의 대화에서 공유하려는 경향 때문에 관리들은 끊임없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보안을 유지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제공받는 인사라는 측면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적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밀 정보를 느닷없이 터뜨려서 우리를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CIA 대테러 관리를 역임한 더글라스 런던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밀문서를 보관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도 말했다.

그런가 하면 마라 라고 회원들이 기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일도 큰일이었다. 잠재적인 보안 정보 유출 위협을 차단하는 것 자체가 힘든 과제였던 것이다.

2019년에는 상하이 출신의 33세 장위징이라는 여성 사업가가 마라 라고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체포 당시 그녀는 휴대전화 4대, 노트북, 외장하드, USB 드라이브를 소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또 그녀의 호텔 방에서 몰래카메라 감지용 신호 감지기를 포함해 추가 전자 제품과 수천 달러의 현금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국인 루징이 같은 해 말 마라 라고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당시 마라 라고를 지키던 경비 요원들은 루징을 발견하고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서 사진을 찍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두 중국 여성이 마라 라고 클럽에 접근하려던 동기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루는 무죄로 풀려났고, 장은 징역 8개월 선고를 받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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