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따듯한 남쪽 지방 텍사스를 찾았다가 겨울폭풍으로 발이 묶인 캐나다 모녀
[월드 프리즘] 따듯한 남쪽 지방 텍사스를 찾았다가 겨울폭풍으로 발이 묶인 캐나다 모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2.25 06:41
  • 수정 2022.12.25 0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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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얼굴 모자를 쓴 사람이 전동 송풍기로 보도의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얼굴 모자를 쓴 사람이 전동 송풍기로 보도의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주말을 앞두고 강력한 겨울 폭풍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전역을 강타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통신,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닥친 혹한으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9명이 숨졌다.

BBC는 겨울을 맞아 따듯한 남쪽 지방인 미국 텍사스주를 찾았던 캐나다 모녀가 뜻밖의 겨울 폭풍을 만나 오도가도 못하고 캠핑카에 갇혀 있는 사연을 소개했다.

애닉 루디(47)와 그녀의 어린 딸 에멀린(9)은 금년 겨울에는 캐나다보다 쾌적한 겨울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남쪽으로 향했다.

“항상 미국 남쪽 텍사스에서 기막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 거주 중인 루디는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에서 해마다 만나는 쌓인 눈과 살을 에는 추위를 벗어나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생각이 좀 다른 듯했다. 수천만 명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루디 모녀도 북미 지역 대부분에 혹독하게 몰아닥친 역사적인 겨울 폭풍에 휩쓸리게 되었다.

겨울 폭풍은 고속도로를 혼란에 빠뜨리고, 예년에는 눈을 구경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 눈 폭탄을 퍼부었으며, 휴가 시즌을 맞아 수천 편의 항공기를 취소하게 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미 대륙에 몰아친 겨울폭풍으로 도로 교통이 마비됐다. 덴버트리뷴
미 대륙에 몰아친 겨울폭풍으로 도로 교통이 마비됐다. 덴버트리뷴

현재 루디와 딸 에멀린은 텍사스의 ‘머스탱 아일랜드 주립공원(Mustang Island State Park)’에 발이 묶인 상태에서 렌트한 RV 트레일러 안에 대피 중이다.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 시에서 멀지 않은, 멕시코만에 자그맣게 자리 잡은 ‘머스탱 아일랜드 주립공원’은 금요일 오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레저용 RV 차량 밖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야자수가 바람에 휘청거렸다.

앞서, 평소에는 재택근무로 마케팅 일을 하는 루디는 딸이 미국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RV를 빌렸었다. 모녀는 10월에 미국 여행을 시작해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를 거쳐 이번 달 텍사스에 도착했다.

이번 주 텍사스주의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South Padre Island)’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모녀는 이맘때면 마주할 수 있는 남쪽 지방의 전형적인 쾌적한 날씨를 만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얼굴을 얼어붙게 만드는 강풍과 혹한에 직면해야 했다.

“하룻밤에 프로판가스 한 통을 다 소비했습니다.”

루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너무 추워서 정말 프로판가스 한 통 쓰는 건 일도 아닙니다. 캠핑카는 단열이 잘 되지 않거든요.”

처음에 그녀는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검색은 헛수고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자 루디는 형편이 좀 더 나은 곳을 찾기 위해 목요일에 ‘머스탱 아일랜드’ 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루디의 선택은 들어맞지 않았다.

애닉 루디와 딸 에멀린 [애닉 루디 제공]
애닉 루디와 딸 에멀린 [애닉 루디 제공]

“어젯밤 멕시코만이 들썩거렸습니다!” 

미국 기상청의 코퍼스 크리스티 지국은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기상청이 띄운 부표는 16피트(약 4.9미터) 높이의 파도와 시속 45마일(시속 약 72Km)의 바람을 기록했다. 코퍼스 크리스티 시는 한파 대피처들이 마련될 것이며, 체감 온도가 섭씨 –15도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머스탱 아일랜드’의 공식 웹 사이트에는 여전히 수영복을 입은 두 명의 해수욕객들이 해변가를 거니는 행복한 모습이 올라와 있었지만, 루디 모녀는 캠핑카 안에서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보온을 위해 창문의 커튼을 닫고 있었다.

“만약을 위해 겨울 장비를 챙겨올 정도로 저는 준비 정신이 철저했습니다.”

루디는 충분한 비상 물품을 확보하고 있으며, 공원 내 여행자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도 자랑할 만하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겨울 휴가 계획이 차질을 빚자 어린 에멀린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의외로 날씨가 춥기 때문이 아니라 더 춥지 않아서 풀이 죽어 있었다.

“아니요!” 

BBC가 이번 겨울 폭풍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지 물었을 때 에멀린은 이처럼 잘라말했다. 

“저는 눈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날씨가 추웠으면 좋겠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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