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독특한 삶을 꿈 꾸는가...비행기 집에 사는 사람들
[월드 프리즘] 독특한 삶을 꿈 꾸는가...비행기 집에 사는 사람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3 05:43
  • 수정 2023.02.1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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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두 대를 개조한 조 액슬린의 거처. 한 대는 주거용이고 한 대는 레크레이션 시설로 활용된다. [조 액슬린 제공]
비행기 두 대를 개조한 조 액슬린의 거처. 한 대는 주거용이고 한 대는 레크레이션 시설로 활용된다. [조 액슬린 제공]

비행기를 집처럼 꾸미고 사는, 좀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CNN방송은 비행기 집에 사는 사람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조 앤 어서리는 화재로 집을 잃은 뒤 이렇게 된 바에 차라리 비행기에서 사는 건 어떨까, 하는 특이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폐차장으로 보내질 낡은 보잉 727기를 구입해, 그녀 소유의 부지로 옮긴 다음, 6개월 동안 리모델링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 했다. 

공사가 끝나자 그녀는 1,500평방피트가 넘는 생활 공간, 침실 3개, 욕실 2개, 심지어 조종석이 있던 자리에 온수 욕조까지 갖춘 완전한 기능의 집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당시 개조 비용으로 총 3만 달러가 조금 안 되게 들었다. 이 돈은 오늘날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6만 달러 정도 된다.

미시시피 주 베누아 출신의 미용사인 어서리는 비행기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비행기에서 살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는 항공 관제사인 제부(弟夫)의 엉뚱한 제안이 큰 역할을 했다. 그녀는, 공개 전시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가 파손된 비행기를 구매한 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그 비행기를 집으로 삼고 살았다.

비록 어서리가 비행기 집에 산 최초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1990년대 후반, 개인 조종사 면허를 가진 전기 엔지니어 브루스 캠벨은 어서리의 이야기를 듣고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당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라디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제대로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숲속의 보잉727

캠벨은 현재 오리건 주 힐스버러 숲에서 20년 넘게 자신의 비행기에서 살고 있다. 그 또한 퇴역한 Boeing727기를 집으로 삼고 살고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조 앤 어서리의 성공 스토리가 큰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대만족입니다. 나는 전통적인 개념의 집에서는 살지 않을 겁니다. 제트 여객기가 나의 집이라는 생각에 항상 흥분됩니다.”

그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그렇다고 캠벨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저는 비행기 집을 얻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좋은 물류 회사를 만나는 것이 성공의 첩경입니다. 비행기를 이동하고 수리하는 데 좋은 회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캠벨이 비행기를 집으로 개조하는 데는 총 22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38만 달러)가 들었으며, 그중 약 절반은 비행기 자체를 구입하는 비용이었다. 그는 이 비행기가 그리스의 ‘올림픽 항공’ 소속이었으며, 1975년 이 항공사 소유주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유해를 수송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고 들려주었다. 

캠벨의 비행기 저택은 구식 보잉707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장착하고 있었다. 

“구입 당시에는 이 비행기의 이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현대식 인테리어에 비하면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기능적이지만 너무 낡고 투박해 보였습니다. 집으로는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캠벨은 이 비행기를 집으로 만들기 위해 몇 년 동안 개조를 하면서 비행기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의 비행기 저택 내부는 플라스틱 원통으로 만든 원시적인 샤워 시설과 침대와 소파를 갖추고 있다. 그는 혹한이 찾아오는 겨울에는 그의 소유인 작은 아파트가 있는 일본 남부 미야자키로 철수해, 따듯한 겨울을 보내곤 하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지난 3년 내내 727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도 비행기를 마련할 생각으로 2018년에 두 번째 항공기인 보잉747-400을 거의 구매할 뻔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거래가 무산되었다고 한다. 매각을 하기로 했던 항공사가 예상보다 그 비행기를 좀 더 운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항공사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캠벨의 비행기 집에는 방문객들이 자주 찾으며, 그는 항공기 내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공개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디즈니랜드 수준은 아니지만 콘서트가 열리면 모든 종류의 레크리에이션이 펼쳐집니다. 숲에 놓인 비행기 날개 오른쪽에서 아티스트들이 연주를 하고, 관객들은 날개 앞뒤에서 춤을 춥니다. 다양한 호기심과 약간의 레크리에이션이 펼쳐지는 이동식 부스라 할 수 있지만 재미는 넘쳐납니다.”

스톡홀름의 알란다 공항 부지에 위치한 호텔 ‘Jumbo Stay’ 내부 모습 [‘Jumbo Stay’ 제공]
스톡홀름의 알란다 공항 부지에 위치한 호텔 ‘Jumbo Stay’ 내부 모습 [‘Jumbo Stay’ 제공]

비행기 두 대를 하나의 집으로

비행기 한 대가 양에 차지 않는다면 두 대를 집으로 개조해보는 건 어떨까? 텍사스 브룩셔에 사는 조 액슬린은 바로 이런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MD-80과 DC-8 기종을 개조해 살고 있다. 

액슬린은 2011년 만우절에 이혼한 후 10년 넘게 MD-80에서 살고 있는데, 여기에 DC-8을 추가로 개조해 영화관과 음악실과 같은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갖출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원대한 계획을 ‘프로젝트 자유(Project Freedom)’라고 부른다.

액슬린에게는 개인 소유의 토지가 있고 자체 우물과 하수 시스템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전체 프로젝트 수행에 25만 달러 미만 정도가 들어갈 겁니다. 전기 시설만 확충하면 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몇 년 동안 이 비행기에서 자녀들과 함께 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떠나고 저 혼자 뿐입니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지요. 주 침실은 가로 10피트 세로 18피트로 TV 두 대를 놓고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간이 있습니다. 거실은 크기가 적당하고 식당은 4인용입니다. 손님들이 많이 와도 충분히 요리할 수 있습니다. 샤워실과 화장실도 있어서 볼일을 보기 위해 비행기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보통의 집과 다르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여닫이 창문이 없다는 겁니다.”

액슬린의 비행기 집은 인근 도로에서 볼 수 있으며, 많은 운전자가 호기심에 끌려 찾아온다고 한다. 

“운전하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한 운전자들이 호기심을 표명하면 나는 그들을 손짓으로 환영합니다. 그들은 실제 사람이 사는 것을 보고 내 집에 반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내 집을 설명하며 보여줍니다. 집이 좀 어질러져 있으면 어떤가요?”

액슬린은 비행기 집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인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ies)’ 보잉747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물류 문제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비행기 가격은 30만 달러였는데 이를 운송하는 데 5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물류 비용이 50만 달러가 나온 겁니다. 도로를 통해 이송할 수 없기 때문에 비행기를 분해하고, 자르고, 다시 조립해야 합니다.”

비행기 DIY

비행기를 집으로 개조한 사례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경우가 있다. 가장 오래된 사례 중 하나는 한때 억만장자이자 영화감독이었던 하워드 휴즈가 소유의 보잉 307 스트래토라이너(Boeing307 Stratoliner)로, 그는 이 비행기 내부를 ‘날아다니는 펜트하우스’로 바꾸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이후 이 비행기는 허리케인으로 손상된 후 호화로운 모터 요트로 개조된 다음 1980년대 최종적으로 플로리다의 데이브 드리머에게 넘어갔다. 드리머는 이 비행기를 다시 대대적으로 개조한 뒤 ‘코스믹 머핀(The Cosmic Muffin)’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20년 동안 비행기 겸 요트인 하이브리드 주택에서 살다가 2018년 플로리다 항공 박물관에 기증했다.

미국 컨트리 가수이자 내슈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레드 레인은 젊었을 적 비행기 정비사 일을 했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폐차장에서 구한 개조된 DC-8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 2015년에 세상을 떠난 레인 역시 비행기 저택에서의 삶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한편, 비행기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하루나 이틀 이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호텔 형태로 개조한 비행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Costa Verde’는 Boeing727을 완벽하게 개조한 비행기 호텔이다. 침실 2개와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가 완비되어 있다. 또, 스웨덴의 ‘Jumbo Stay’는 스톡홀름의 알란다 공항 부지에 위치한 Boeing747 내부에 지어진 완벽한 호텔이다. 그리고 파티를 원한다면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00마일 떨어진 영국 코츠월드 공항에서 최대 2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잉747을 이용하면 된다.

비행기를 임시 주거공간으로 삼지 않고 동체에 완벽한 생명을 불어넣어 집으로 바꾸고 싶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비행기 저택에 대한 강한 열망이 우선입니다. 압도적 도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 액슬린은 가장 큰 과제는 올바른 비행기를 고르고 적절한 위치를 찾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동안 브루수 캠벨의 비행기 저택을 찾았던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아무도 꿈을 선뜻 실행에 옮길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자세한 도움을 주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직접 행동에 나서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물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실행에 옮기세요.”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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