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해외여행을 영구 포기하는 일본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
[월드 프리즘] 해외여행을 영구 포기하는 일본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26 06:56
  • 수정 2023.02.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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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해외여행의 꿈을 완전히 접는 일본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CNN)

해외여행은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일본 사람들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업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응답자의 35%가 다시는 해외여행을 할 의향이 없다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마가와대학 교수이자 관광 행동 및 심리학 전문가인 테수 나카무라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과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전에도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일본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했습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가 2016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에도 해외여행을 하고 싶지만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수동론자(passivists)’와 해외여행에 전혀 관심이 없고 할 생각도 없다는 ‘거부론자(denialists)’가 있었다.

이 두 그룹은 팬데믹 이전에 실시한 연구에서 전체 응답자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이중 적극적 ‘거부론자’는 약 30%를 차지했다.

국내 여행으로 만족

일본 여권이 세계 어디에서나 반기는 가장 강력한 여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실제로 여권을 보유한 일본인은 20% 미만이다.

해외여행을 전혀 하지 않는 일본인들 중 일부는 국내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 땅을 밟기 전부터 이에 투여되는 시간과 노력 및 계획 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일본인이 많습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지바현에서 간병 업무에 종사하며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사랑하는 오토바이 애호가 히로오 이시다(25세)는 일본 국내 여행이 자신의 정서에는 더 맞는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비치는 서양 미디어의 영향으로 미국이 오토바이 애호가들의 천국처럼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서 안 갈 것 같아요. 일본에도 오토바이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장소가 많습니다.”

이시다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의 해외여행은 고등학교 때 괌으로 간 현장학습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그 이후로는 해외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항공 및 여행 분석가인 토리우미 코타로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해외여행 절차가 복잡해졌고, 감염 위험의 두려움이 일본 사람들의 해외여행 기피 현상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이 일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해외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이 이제는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느끼면서, 대신 국내 여행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일본 국내에도 매력적인 관광지가 많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토리우미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다시는 해외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해외여행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거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일본 오사카 거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돈은 없는데 골치만 아픈 해외여행

일본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꺼리는 데에는 여행 경비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일본 엔화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고, 상당수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은 30년 동안 정체 상태에 있다.

가처분소득이 적다는 것은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여행을 선택하지 못하고 국내 여행을 찾도록 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돈이 많지 않아 해외에 나갈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여행보다 온라인에서 즐길 거리를 찾거나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토리우미는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다시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노령층이 많습니다.”

아키 후쿠야마(87)는 여행 지원 업종 대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으로 현재 은퇴를 준비 중이다. 그는 전에는 해외로 골프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제는 나이 때문에 다시 가고 싶어도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15~20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로 자주 나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해외여행을 함께 할 대부분의 친구들이 세상을 떠난 것도 한 요인입니다. 이제는 국내 여행을 주로 가고, 누군가 초대한다면 가까운 해외는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습과 인습

나카무라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주눅들어 평소 즐기는 해외여행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여행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바로 여행에 나서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나 이후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부류입니다.”

도쿄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유마 카세(25세)는 새로운 나라를 방문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자 설렘의 일부인 것 같아요. 나는 외국에 도착해서 써먹을 그 나라 말을 익히고, 그 나라의 문화를 사전에 공부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낯선 곳을 여행하기를 즐기는 유마 카세의 기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품성은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여행을 싫어하고 그냥 정해진 일상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2022년에 어머니가 가본 곳 중 가장 먼 곳은 아울렛 몰이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일본 관광청이 밝히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인 해외여행자 수는 2019년 2000만 명에서 270만명으로 86.2%나 감소했다.

“여행 경비가 싸서 해외여행을 선택했거나 근본적으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금은 여행을 다니지 않습니다.”

토리우미 코타로는 이렇게 분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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