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기내식 사양하겠습니까?”... 항공기 기내식 사양 '승객 편의' vs '부실한 서비스' 논란
[월드 프리즘] “기내식 사양하겠습니까?”... 항공기 기내식 사양 '승객 편의' vs '부실한 서비스' 논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05 07:03
  • 수정 2023.03.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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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클래스 기내식 [터키항공 제공]
이코노미 클래스 기내식 [터키항공 제공]

<창쪽 또는 통로쪽? 화장실 근처 또는 조종석 근처? 식사 또는 식사 사양(辭讓)?>

CNN은 4일(현지 시각) 비행기 기내식을 사양하는 손님이나 그런 선택 사항을 제공하는 항공사에 대해 보도했다.

길버트 오트는 뉴욕발 런던행 야간 비행편 예약을 하면서 기내식 목록에서 새로운 옵션이 추가된 사실을 발견했다. 코셔식(유대교 율법에 따른 식사) 또는 채식 같은 옵션 외에도 식사 제공 서비스를 완전히 건너뛸 수 있는 항목이 있는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기내식 사양(no food)’을 선택했다. 

“나는 어떤 비행기를 탑승하든지 식사를 건너뜁니다.”

오트는 자신의 블로그인 ‘God Save the Points’에 비행 경험담을 이 같이 털어놓았다.

“밤새 뭘 먹는 것은 다음 날 일정에 지장을 초래하고, 시차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모든 비행기 승객이 오트처럼 기내식을 사양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델타( Delta)와 일본항공(JAL)을 위시한 일부 항공사는 “감사하지만 사양합니다”라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내식이 중요한 이유

현재 ‘기내식 사양’ 옵션은 델타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인 ‘델타 원’ 객실을 이용하는 일부 승객만에게만 적용된다. 델타항공사 관계자는 CNN에 지난해 ‘기내식 사양’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매달 약 1,000~1,500회분의 식사가 자발적으로 거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해당 승객의 0.3%만이 ‘기내식 사양’ 옵션을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기내식 사양’ 옵션은 항공사가 연료비나 기내 폐기물 축소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테스트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델타항공사에 따르면 ‘기내식 불포함’ 옵션은 단순히 친환경적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이는 개별 승객의 개인적 취향을 고려한 노림수로 마련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항상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다 개인적 취향에 맞춘 항공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델타항공의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내식 옵션은 항공사가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잠재적으로는 최선의 케이터링 옵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한항공의 한국식 비건 메뉴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의 한국식 비건 메뉴 [대한항공 제공]

‘기내식 사양’ 옵션은 단순히 그린워싱(친환경을 가장한 정책)일까?

‘기내식 사양’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항공사들이 지속 가능한 환경 운동이라는 미명 아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내세워 부실한 서비스를 숨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 일본항공은 ‘기내식 사양’ 옵션을 출시하면서 대신 승객들에게 편의용품 키트(amenity kit)를 무료로 제공했다.

‘기내식 사양’ 프로그램에 비판적인 비평가 개리 레프는 ‘View from the Wing’이라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편의용품 키트를 ‘싸구려 교환권(token)’이라 칭하며 이 프로그램이 항공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항공사 자체보다 승객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항공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승객이 적어도 출발 25시간 전에 기내식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윤리적 선택이라 할 수 있나요? 다시 말해, 몇 시간 뒤 승객이 배가 고플지 아닐지를 미리 결정해야 하는 것이 환경을 의식한 도덕적 선택이냐는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일본항공의 ‘기내식 사양’ 프로그램은 몇 가지 제한된 노선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개시되었다가 이제 모든 국제선에서 모든 클래스의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되었다.

일본항공의 경우 이 프로그램이 원래는 ‘윤리적 기내식 건너뛰기 옵션’으로 불렸으나 이후 ‘윤리적’이라는 용어는 삭제됐다. 또한 편의용품 키트 제공 방침은 ‘공동 식사(Table for Two)’라는 자선 단체와의 공동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일본항공은 승객이 기내식을 포기할 때마다 소액을 이 자선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는 정확한 기부 금액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 또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비행기 승객이 ‘친환경적(green)’ 선택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아니면 그냥 배만 고프고 말까?

“승객의 관점에서 보면 속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2022년 MIT 대학원 논문을 위해 항공 산업 폐기물 문제를 메일링 첸과 공동으로 연구한 조아퀸 히달고는 이렇게 주장했다.

“승객들은 이 문제 전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며, 문제의 복잡성과 실제로 비행기에 기내식을 제공하는 전체 공급망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한편 ‘기내식 사양’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항공사의 경우에는 승객이 먹지 않은 기내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일반적인 제안 중 하나는 이런 음식들을 푸드 뱅크나 노숙자 보호소 같은 곳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공 산업의 엄격한 규제와 공항 관련 다른 법률들은 기내식이 항상 밀봉된 상태로 유지되더라도 공공시설에 기부하는 행위를 거의 불가능에 가깝도록 하고 있다. 비행기 여행자가 국경을 넘어 과일이나 육류 등의 식품을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먹지 않은 기내식은 어떻게 될까? 일부 항공사에서는 승객이 손대지 않은 비즈니스 또는 일등석 식사를 승무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소각되거나 매립지에 버려진다.

히달고는 항공 산업도 호텔 업계에서 침대 시트를 매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고객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그냥 환경의 중요성으로 설득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승객을 계도함으로써 ‘기내식 사양’ 옵션을 개인적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로 인식시킬 수도 있다.

‘기내식 사양’을 선택했던 승객의 마음이 바뀌게 되면?

오트는 ‘기내식 사양’ 옵션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말한다. 상공에서 비행기를 멈추고 나가서 음식을 따로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항공사들은 특히 장거리 항공편의 경우 기내에 간식을 비축한다. 이런 서비스들이 항상 무료는 아니지만 공중에서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오트는 승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 개인 취향에 맞춘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오트는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동일한 JFK-히드로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내 수면 습관부터 기내 반입 허가 품목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꿰고 있다.

그는 또한 기내 음식이 아무리 유혹적으로 보일지라도 자신은 계속해서 사양할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항공사가 푸아그라, 랍스터, 캐비어를 제공한다고 해도 저는 여전히 먹지 않을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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