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유출 파문] 미 국방부의 1급기밀 문서 유출 파장에 관해 알아두어야 할 것들
[문서유출 파문] 미 국방부의 1급기밀 문서 유출 파장에 관해 알아두어야 할 것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4.12 05:59
  • 수정 2023.04.1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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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州)의 국방부 건물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州)의 국방부 건물 [사진 =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며칠 동안 미국 행정부, 의회 및 주요 동맹국들을 뒤흔들고 있는 미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 여파를 평가하고 파장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이 문서 유출에 관해 지금까지 파악된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과 적들에 대해 은밀히 수집된, 매우 민감한 정보가 어떻게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려지게 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유출 책임자나 국가의 1급 기밀이 어떻게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국방부는 여전히 이 문제를 조사하는 중이며, 정부 내 수백 명에 한해 특정 날짜에 열람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문서들의 유통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관리들이 밝혀다.

미 국방부는 유출의 후과를 평가하기 위해 “부처 간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 관리들과 가까운 동맹국들은 이미 이번 폭로로 민감한 정보원들이 위태로워지고, 미국의 주요 대외 관계들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 의회 의원들도 명백한 유출 범위와 온라인에 폭로된 문서에 포함된 정보의 민감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하 양원 정보위 지도자들은 모두 바이든 행정부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월요일 브리핑을 받았으며, 상원 정보위 의원들도 합동으로 브리핑을 요청했다.

이번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CNN이 검토한 유출 문서의 SNS 스크린샷에 따르면 이 문서는 지난달 SNS 플랫폼인 ‘디스코드(Discord)’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잡지 위에 놓인 구겨진 문서들의 사진이 포스팅 되었는데, 이 문서들 옆에는 지퍼백 및 강력접착제(Gorilla Glue) 같은 다른 물체들이 놓여있었다. 이런 종류의 문서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에 문서가 안전한 곳에서 이동되기 전에 급히 접어서 주머니에 쑤셔 넣는 과정에서 문서들이 구겨졌을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관련해서 ‘디스코드’ 측은 일요일 성명을 내고 법 집행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금요일에 발견된 문서에는 모두 기밀 표시가 되어있었고, 일부에는 최고 수준의 분류에 해당하는 ‘일급기밀’ 표시가 찍혀있었다.

그러나 누출 배후와 정확히 어디에서 누출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문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나?

CNN은 2월 중순에서 3월 초 사이에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53개의 유출 문서를 검토했다.

여기에는 최고 기밀에 속하는 정보들이 폭넓게 포함되어 있어 동맹들과 적 모두를 정찰하는 미국의 첩보 활동에 대한 매우 보기 드문 자료라 할 수 있다.

미국 관리들이 정본이라고 밝힌 일부 문서는 한국, 이스라엘,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주요 동맹들에 대한 미국의 도청 활동 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러시아 국방부와 러시아 사병 조직인 바그너 그룹의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이 어디까지 손을 뻗치고 있나를 알 수 있는 문서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중간에서 가로챈 통신 내용과 휴민트(HUMINT : human intelligence)를 통해 획득한 정보들로 현재로서는 이들 휴민트들과의 연결이 차단되어 그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정보 공유를 위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는 가운데, 전쟁의 중요한 시점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방공(防空), 병력 규모 및 준비 태세의 주요 약점을 폭로하는 문서들도 있다.

한 문서는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측근들은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유출 문서 중 ‘신호 정보국(signals intelligence)’이 출처로 되어있는 미국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에는 장거리 무기가 없기 때문에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군이 배치되어 있는 “러시아 내 로스토프 오블라스트를 공습하자”고 제안한다.

신호 정보에는 통신 감청이 포함되며 미 국가안보국(NSA)은 이를 “통신 시스템, 레이더, 무기 시스템과 같이 외국의 감청 목표가 사용하는 전자 신호 및 시스템에서 파생된 정보”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이 문서들에는 미국의 탄약 요청에 대한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우려를 놓고 두 명의 한국 국가안보 담당 고위 책임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들이 놀랍도록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한국 관리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탄약을 한국이 공급하는 것이 전쟁 중인 국가에 결정적인 원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우려를 표명한다. 하지만 관리 중 한 명이 폴란드에 탄약을 판매함으로써 불참 정책을 실제로 변경하지 않고 우회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문서는 이미 한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한국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워싱턴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첩보 활동 보고서 또한 예루살렘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역시 ‘신호 정보국’을 출처로 CIA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의 주요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가 이스라엘에 새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시위를 부추겼다고 밝히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사진 = 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동맹국들은 반응은?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 정보기관이 친구 나라들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언급된 일부 국가의 외교관은 CNN에 이러한 정보가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보고 실망스럽고 미국의 명성에 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은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중이며, 이번 정보 유출로 인해 그들 자신의 정보원들과 첩보 활동에 피해가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며칠 안에 피해 조사를 우리와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들의 조사만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 중 한 나라의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1956년 결성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이 참여하는 기밀정보 동맹체를 말한다.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서 흘러나간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문서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관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파이브 아이즈’의 또 다른 나라 관계자는 유출된 우크라이나 전쟁 정보가 전장에서 자기 나라를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리는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 돈바스 지역 전투가 2023년 내내 교착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있음’이라는 제목의 2월 문서 중 하나를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 작전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문제를 특별히 언급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일 수는 있지만, 1년 동안의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미국의 전황 평가 내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지난주 금요일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된 문서는 허위 문서이며 “우크라이나의 실제 계획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서가 러시아가 퍼뜨린 대량의 “허위 정보들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이번 폭로로 인해 이미 일부 군 작전 계획을 변경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이 CNN에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월요일 미국 정부 관리들이 “정보 보호에 대한 우리의 약속과 동맹 관계 충실도를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이 문제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고위급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무부에서는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이 외교적 대응에 나서도록 지명되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미국 관리가 말했다.

파텔 대변인은 미국이 어떤 국가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만 말했다.

한편,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은 피해 조사 또는 유출자 색출 과정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아직 브리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두 명의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 외교관들이 월요일 CNN에 밝혔다.

외교관 중 한 명은 앞으로 며칠 안에 미국 관리들의 브리핑을 기대하고 있으며 부활절 연휴로 인해 논의 속도가 지체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 조사의 주체는?

미국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국방부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돌고 있는, 1급 기밀에 속하는 민감한 사진 문서의 유효성을 계속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 사브리나 싱은 주말에 발표된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폭로된 사진 문서가 미국 국가안보와 동맹국 및 파트너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춰 부처 간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싱 대변인은 미국 관리들이 주말 동안 유출과 관련하여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누고 “의회의 관련 위원회”에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국방부의 최고위 지도부로 구성된 합동참모부는 이번에 유출된 문서들을 접할 수 있는 보고 라인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 배포 목록을 조사하고 있다고, 국방부의 한 관리는 밝혔다. 유출 문서 중 상당수에는 ‘J2’로 알려진 합동참모부 산하의 정보 라인에서 작성됐음을 나타내는 표시가 있으며 브리핑을 위한 문서로 보인다.

크리스 미거 국방부 공보실 차관은 월요일 국방부의 입법 업무, 공무, 정책, 법률 고문, 정보 및 보안, 합동 참모 사무소를 관할하는 국방부 팀이 유출의 규모와 범위를 조사하기 위해 결성되었다고 말했다.

누가 문서를 유출했는지 정부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안보회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조정관인 존 커비는 월요일 국방부가 범죄 수사를 위해 이 사건을 법무부에 회부하고, 궁금한 사항들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나는 이 문서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이 시점에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커비 조정관은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 문서의 추가 유출에 대한 방지책이 마련되었는지 아니면 계속 폭로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커비 조정관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모릅니다. 정말로 모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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