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줌인] 찰스 대관식에 무관심한 영국인들...'그저 그렇다', '스캔들 짜증, 기대 없어'
[월드 줌인] 찰스 대관식에 무관심한 영국인들...'그저 그렇다', '스캔들 짜증, 기대 없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05 07:24
  • 수정 2023.05.0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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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 축하 깃발이 내걸린 런던 거리 기념품 가게 [사진 = 연합뉴스]
대관식 축하 깃발이 내걸린 런던 거리 기념품 가게 [사진 = 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국인 다수는 70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관식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행사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거브(YouGov)’가 최근 영국 거주 성인 3,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6일 열리는 찰스 3세의 대관식에 관심이 ‘거의 없다’라거나 ‘전혀 없다’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18∼24세 응답자는 관심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답한 비율이 75%나 됐고, 대관식에 매우 또는 상당히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CNN방송은 3일(현지 시각) 영국 군주제 폐지 운동을 이끌고 있는 그레이엄 스미트(Graham Smit)의 칼럼을 실었다.

영국은 군주제를 폐지하고 선출된 국가수반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인 ‘리퍼블릭(Republic)’의 CEO인 그레이엄 스미트는 곧 출간될 책 『군주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Abolish the Monarchy : Why We Should and How We Will)』의 저자이기도 하다.

CNN은 이 칼럼의 주장은 그레이엄 스미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6일 대관식을 향해 나아가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탄 마차 행렬이 웅장한 굉음과 함께 버킹엄궁을 나설 때 필자는 인근에서 영국 군주제 폐지를 외칠 것이다.

이날 필자와 뜻을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도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두 가지 확고한 목표를 부르짖기로 결의했다. 즉, 영국이 왕당파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만방에 알리고, 영국 국민을 향해서는 이제 우리가 이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끝장낼 때가 도래했다고 알리는 것이다.

군주제는 원칙적으로 나쁜 제도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행되는 과정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영국 군주제는 최근까지 엘리자베스 여왕의 지원과 언론의 후한 대접 및 공식적인 비밀 유지 관행(왕실은 ‘정보공개법’ 적용 범위에서 면제됨)에 의해 지탱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 분위기는 이제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사반타(Savant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이 군주제를 폐지하고 선출직 국가수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1/3에 가깝다. 특히 35세 미만 젊은층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

더욱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대관식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인종 차별 의혹에서부터(왕실은 ‘평등법’을 준수한다고 주장함) 앤드류 왕자의 성착취 스캔들까지(앤드류 왕자는 성착취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함)에 이르기까지 최근 터진 일련의 왕실 스캔들은 영국 군주제가 이제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 이렇게 4명이 이끄는 무미건조한 4중주 수준으로 격이 떨어졌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네 사람은 추락하는 군주제 지지도를 돌려놓을 수 있는 인물들이 못된다.

공정한 자유선거로 국가수반을 뽑는다면 찰스 3세는 후보 축에도 못 들 테지만, 군주제를 반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왕족을 거부한다는 점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렇다. 필자 눈에 비친 영국 군주제는, 행정부에 의해 합법화되고는 있지만, 부패하고 공직과 세금을 조직적으로 남용한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 [사진 =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 [사진 = 연합뉴스]

군주제를 반대하고 공화주의를 부르짖는 목소리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국가의 미래에 대한 심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이상의 강점과 영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뼈저리게 인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나아가 이는 세습 권력과 특권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민주적 개혁에 관한 주장이다.

군주제는 세습 공직과 노예제와 대영제국 시절의 범죄에 젖어 있는 제도를 위한 지적 명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문화나 헌법의 이상을 실현하거나 수호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군주제는 영국 정치 퇴행의 원천이다. 왕관은 모든 정치적, 법적 권한의 뿌리를 이룬다. 법원은 정부 각료들과 마찬가지로 왕권의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지난 300년 동안 군주의 권한은 단순히 정부로 이양되어, 정부가 전쟁을 선포하고 조약에 서명하며 의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권력은 고도로 중앙 집권화되어 있으며, 정부는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원하는 일은 무엇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에서 군주제 폐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왕당파는 이를 종종 경제적 편익(便益) 논쟁으로 축소하곤 한다. 그런데 군주제가 독재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는 왕당파의 주장이 명백한 거짓인 것처럼 경제적 이득에 대한 주장도 틀렸음이 입증된 바가 있다. ‘리퍼블릭(Republic)’의 조사에 따르면 군주제에는 경제적 이익은 없고 비용만 있을 뿐이다.

군주가 영국의 재정에 끼치는 손해는 물론이고 영국 민주주의 가치와 민주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비용도 문제가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의회 공화국(parliamentary republic)은 우리에게 견제와 균형을 제공하고 정부, 의회 및 국민, 그리고 책임 있는 국가수반 사이의 권력 균점 역할을 할 것이다.

단순히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수호하며 운영되는 의회 공화국 제도는 유럽 ​​전역, 특히 아일랜드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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