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줌인] 유명 극작가의 성추행 논란...다시 달아오른 중국의 ‘미투 운동’
[차이나 줌인] 유명 극작가의 성추행 논란...다시 달아오른 중국의 ‘미투 운동’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16 05:53
  • 수정 2023.05.1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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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극작가 스 항이 2017년 상하이 영화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CNN 캡처]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극작가 스 항이 2017년 상하이 영화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CNN 캡처]

최근 중국에서 유명 시나리오 작가를 상대로 일련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추행의 정의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지며 중국의 외로운 ‘미투 운동(#MeToo)’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15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국 언론과 문학계에서 잘 알려진 스 항(52)은 12명 이상의 젊은 여성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여러 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 논란으로 페미니스트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과 검열로 인해 잦은 좌절을 맛봐야 했던 중국 미투 운동의 탄력성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익명이긴 하지만, 소셜 미디어 게시물과 관영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 항의 일련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은 스 항이 10년 이상에 걸쳐 성적 의미를 내포한 발언을 하거나 신체 더듬기 및 키스에 이르는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 항은 두 건의 별도 성명에서 성추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으며, 접촉은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트위터와 같은 기능을 하는 플랫폼인 웨이보는 그 사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이 웨이보에 개설된 스 항 계정의 팔로워는 300만 명이나 된다. 스항은 지난주 웨이보를 통해 “나는 여성의 의지에 반하는 강요를 한 적이 없으며, 누군가를 침해하기 위해 이른바 나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 항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해 호소인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던 스크린샷을 선별하여 게시했는데, 스크린 샷의 대화만으로 판단한다면 피해를 호소한 여성들이 스 항의 성적 암시들에 거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피해 호소 여성들은 이후 스 항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들 사이에 확고하게 형성된 갑을 관계(성공해서 인정받는 남성과 해당 업계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여성 또는 젊은 여성 팬이라는 관계) 때문에 그를 분명하게 밀쳐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권력을 쥔 축인 스 항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무엇이 ‘정당한 행위’인지, 무엇이 성추행에 해당하는지를 스스로 규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피해 호소 여성들 중 5명은 온라인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고, 복수의 관영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다.

“이것이 바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전통적인 생각입니다.”

스 항과 피해 호소 여성들은 CNN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여파

이번 논란은 이후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관련 해시태그는 며칠 동안 소셜 미디어를 도배했으며, 웨이보에서 수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부 사용자는 스 항을 옹호하면서 그들 사이의 접촉을 “그냥 가벼운 장난”으로 취급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중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 불평등이 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정당화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피해 호소 여성들을 지지하기 위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청두시에서 여성운동을 펼치는 다이 안은 중국 여성들이 기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CNN에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한때는 그냥 지나쳤던 환경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남성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섹스를 이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한편, 이번 논란이 벌어진 뒤 여러 기업이 스 항과의 관계를 끊었다. 스 항은 그동안 책과 영화 들을 평론하고, 문화 행사와 버라이어티 쇼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베이징의 시론(Xiron) 출판사는 13세 소녀가 선생님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다룬 『팡 시치의 첫사랑 파라다이(Fang Si-Chi's First Love Paradise)』에서 스 항의 추천사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책은 대만의 미투 운동에서 권력과 여성의 취약성을 주제로 논란의 중심에 자리하기도 했다.

스 항과 거래를 끊은 다른 기업으로는 광저우에 기반을 둔 시사 잡지인 ‘New Weekly’와 수도 베이징의 서점과 극장을 꼽을 수 있다.

성추행 피해 주장만으로 상당수 기업과 단체들이 유명인사와 관계를 단절한 것은 중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안다고, 현재 뉴저지에 거주하고 있는 저명한 중국 여성운동가는 말했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 페미니스트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기관에 압력을 가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관들이 검열과 정부 지원이라는 보호막에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중의 압력이 성공한 것뿐이라고, 이 여성운동가는 강조했다.

유명 극작가를 상대로 성추행 혐의를 제기한 여성들의 웨이보 글 [상관신문 캡처]
유명 극작가를 상대로 성추행 혐의를 제기한 여성들의 웨이보 글 [상관신문 캡처]

탄압받는 중국 미투 운동

중국의 미투 운동은 권력 독점에 도전하는 풀뿌리 조직 운동으로 의심받으며 중국 공산당에 의해 오랫동안 검열되고 억압되어왔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몇몇 저명한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입에 재갈이 물리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들 중 한 명인 황 쉐친은 ‘국가 권력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되어 600일 동안 감옥에 수감된 바가 있다.

이번 논란에서 스 항에 대한 주장은 대부분 당국의 검열을 피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간 일어났던 공무원과 국가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미투 고발은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펭 슈아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2021년 장 가오리 전 부총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공개적으로 고발한 뒤 즉각 입을 다물어야 했다. 또, 인기 방송 진행자 주 쥔이 자신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고발한 전 국영 텔레비전 인턴 저우 샤오쉬안은 중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차단당했다.

아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미투 운동이 법정에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중국계 캐나다인 팝스타 크리스 우는 18세 중국 학생의 주장에 따라 강간 혐의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크리스 우의 신속한 체포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단속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성폭력 혐의자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 중국의 미투 피해자는 가혹한 법적 싸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지난해 8월, 중국 법원은 전 국영 미디어의 인턴이었던 저우 샤오쉬안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수년간에 걸친 획기적인 사건을 종식시키고, 미투 운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중국은 2021년 최초로 성추행 조항을 민법에 추가할 때까지 성추행을 범죄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이 법은 개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말, 글, 이미지, 신체적 행동이나 기타 형태로” 성추행을 가한 사람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저우 샤오쉬안의 항소 기각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몇 년 동안 “성추행에 대한 법적 구제책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라고 뉴저지의 중국인 여성운동가는 주장했다.

“스 항 사건의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해도 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다는 교훈을 분명히 배워, 알고 있는 겁니다.”

스 항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피해 호소 여성들이 왜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스 항이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피해 호소 여성 중 한 명인 자오 모는 장문의 웨이보 게시물을 통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모든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녀는 그 일이 발생하고 몇 년 뒤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깨달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내가 신고하고 그가 경찰서에 소환돼도 그는 성추행 혐의로 며칠 동안 갇혀 있을까요?”

자오 모는 게시물에서 이렇게 물었다. 그녀는 CNN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우리의 진정한 요구는 법적인 처벌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정당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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