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줌인]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일을 당하나”... 개문 비행 아시아나 승객, CNN과 인터뷰
[항공 줌인]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일을 당하나”... 개문 비행 아시아나 승객, CNN과 인터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12 05:40
  • 수정 2023.06.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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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당시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달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당시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낮 12시 37분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승객 이모(33) 씨가 비상문을 불법 개방하는 아슬아슬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항공기 수리비는 6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30대 A씨는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8124편에 탑승했으며 대구공항 착륙 직전 상공 213m에서 비상 출입문을 열었다. A씨가 비상 출입문을 열면서 200여 명의 승객들이 착륙 순간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를 발생하지 않았으며 착륙 후 A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구속됐다.

이 사건은 CNN방송 등 굴지의 해외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10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당시 사고를 저질렀던 승객 바로 옆 좌석에 앉았던 승객과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비행기를 탈 때 항상 나쁜 자리에 앉는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한국의 이윤준(48)씨 경우는 어떨까요?

지난달 26일, 한국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이윤준씨 바로 옆에 앉아있던 한 승객이 비행기가 아직 착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열어버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죽는구나 하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구나...’ 라고 말이지요.”

이윤준씨는 당일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제주발 대구행 비행기를 탔다가 머리칼이 곤두서는 경험을 한 심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재난 영화에서는 비행기 문이 비행 중에 열리면 대부분 승객 모두가 죽는 것으로 나옵니다. 순간 나는 살면서 무슨 잘못을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 돌이켜봤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시청 중이던 이윤준씨는 비상문이 열리자 거센 바람이 밀려들면서 모자와 헤드폰이 날아가고 숨을 쉬기가 어려운 경험을 했다.

그가 고개를 들어보니 비상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구름이 보였다. 비행기는 상륙을 시도 중이었지만, 고도는 여전히 700피트(213미터) 상공에 떠 있었다.

그는 이제 곧 죽을 거라고 확신했다.

순간 옆에 앉은 남성을 흘긋 바라보니 그도 “긴장이 역력해” 보였다. 그와 이윤준씨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 승객의 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윤준씨는 이렇게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그 순간에는 바로 그 남자가 비상문을 강제로 열어버린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윤준씨는 그 남자가 문을 여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는 비행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착지하는 순간 그 남자는 아직 활주로를 고속으로 질주하던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윤준씨는 그가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했다.

“승무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를 들었고, 그 사람이 비상구를 향해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 직감했습니다.”

승무원은 이윤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다른 승객과 함께 문제의 남자 승객을 제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윤준씨는 당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비행 중이던 여객기의 비상구를 강제로 연 혐의로 체포되는 남성 [사진 = 연합뉴스]
비행 중이던 여객기의 비상구를 강제로 연 혐의로 체포되는 남성 [사진 = 연합뉴스]

비행기가 착륙한 뒤 경찰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문제의 30대 남성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가 숨이 막혀 비행기에서 빨리 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윤준씨는, 사고 뒤 돌이켜보니, 문제의 남성이 실제로 비행 내내 옆자리에 앉아서 불편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얼굴이 창백했고,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어딘가 어두웠고, 끊임없이 안절부절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이 사고로 200명의 승객 중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9명은 과호흡을 겪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비교적 양호한 결과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이 사고를 계속 조사 중이며, 특히 비행기가 아직 비행 중일 때 승객이 어떻게 문을 강제로 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Airbus)’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항공기 문은 일반적으로 착륙할 때만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준씨는 사고가 발생한 뒤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두 번째 삶을 살 기회가 주어졌다고 느낀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그래서 인생을 더욱 즐겁게 살려고 합니다. 지금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려는 문제의 남성을 제지함으로써 영웅 취급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들려주었다.

“갑자기 연예인이나 된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마다 이제 나는 유명인사라고 농담을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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