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러시아에게 멍석만 깔아주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뻔했던 나토 정상회담
[월드 프리즘] 러시아에게 멍석만 깔아주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뻔했던 나토 정상회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16 06:52
  • 수정 2023.07.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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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 참석한 美·리투아니아 대통령과 나토 사무총장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 참석한 美·리투아니아 대통령과 나토 사무총장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담은 전쟁에서는 선전전도 지상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15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회담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하다.

이번 회담의 주요 목표는 그동안 터키가 딴지를 걸었던 스웨덴의 나토 가입 건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였다.

이 두 가지 목표는 모두 달성되었으며, 스웨덴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특별히 새로운 소식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관리들은 대부분의 보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 가입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집중된 데에 약간의 불만을 표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 가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나토 회원들이 단순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기보다는 자국의 나토 가입에 대한 구체적 일정표를 요구하며 회원국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서방 관리들과 외교관들은 이 문제가 이번 나토 정상회담의 주제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나토 가입을 위한 젤렌스키의 벼랑끝 전략은 압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되었지만, 이번 회담이 그의 뜻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도 알았을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젤렌스키의 희망은 좌절되었다. 

앞서 나토 정상회담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에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말 어느 부분도 특별히 논쟁의 여지가 없었고, 나토 회원국들의 정서에 위배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동맹국은 우크라이나가 침략을 받고 있는 동안에는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토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즉시 우크라이나에 ‘나토 협약’ 5조를 발동할 이유가 생긴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발언이 정상회담 전날 이루어진 점과 미국이 나토 회원국의 사실상 리더 격이라는 사실은 정상회담이 열리면 우크라이나의 회원 자격 문제가 전면에 대두될 것임을 시사했다.

젤렌스키가,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 가입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빠지자 이를 두고 “어리석다(absurd)”며 분노의 트윗을 올린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는 이미 받은 지원에 대해 더욱 고마워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 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들이 겹쳐서 나토에 갈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의 여지를 만들었고, 적대 세력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실패라고 부르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서로 껴안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리투아니아 대통령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빌뉴스에서 관중에게 연설한 뒤 서로 껴안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 = 연합뉴스]
서로 껴안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리투아니아 대통령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빌뉴스에서 관중에게 연설한 뒤 서로 껴안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스푸트닉(Sputnik)은 “나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지를 놓고 분열을 드러냈다”라는 제목을 달고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플러그를 조용히 뽑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분명히 ‘어리석은(absurd)’은 결정은 아니었다. 이제 게임은 끝났다”라는 전문가의 언급이 달려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수백만 달러에다가 앞으로 더 많은 돈과 무기를 보내겠다는 약속을 감안할 때 스푸트닉 기사는 정확한 주장이 아니다. 그러나 젤렌스키의 대중적 분노와 바이든의 발언은 이런 주장이 제기될 여지를 제공했다.

“이번 빌뉴스 회담 직전에 두 가지 중요한 홍보 전략상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전 미국 외교관 브렛 브루엔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첫 번째는 미국이 다른 동맹국들의 의사와는 다르게 집속탄을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불필요한 구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회원 자격 문제까지 거론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한 번도 의제에 포함된 적이 없는 이 문제가 회담을 지배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나토 본부 관리들은 바이든의 워딩이 진행되는 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 나토 고위 관계자는 CNN에 “결론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나토가 러시아와 ‘선전전(comms war)’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의 이 같은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CNN에 나토는 “동맹국들이 선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선전전 전략을 수정하고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이 우려하는 바와 CNN의 인터뷰에 응한 다른 관련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선전전에서 패할 가능성입니다. 그건 러시아가 바라는 바이지요. 현시점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의 회원 자격에 대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말로 압축된다.

한 나라가 침략당하는 상황에서 회원 가입을 따지는 것은 하찮은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서사를 자기들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현 상황 하에서의 정보 전쟁은 러시아 내의 청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취약할 수 있는 나토 영토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확실히 우리 중 일부는 이런 종류의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갑니다.”

나토의 신흥 안보 문제 담당 사무부총장인 데이비드 반 윌은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었다.

서방 지도자들은 전쟁 중 선전 전략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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