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49) 미대사 “김대중 서거에 침울한 한국민들” 국무부에 전송…온라인 토론장 논란 상황도 
청와대-백악관 X파일(149) 미대사 “김대중 서거에 침울한 한국민들” 국무부에 전송…온라인 토론장 논란 상황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02 09:19
  • 수정 2023.08.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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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밀문서로 본 김대중 타계에 대한 평가(하)
레이너드 국무부 한국과장, 상부에 보고 않고 김대중 구출
고 김대중 대통령 추모. /연합뉴스
고 김대중 대통령 추모.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한국민들의 반응은 ‘침울하다(somber)’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미국대사는 김 대통령의 타계에 대해 “한국민들이 매우 애통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지난 5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뒤따른 반정부 감정과 분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무부에 타전했다.

그는 “장례 시기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소식통이 우리에게 말하길 김대중의 지지자들은 노무현의 국민장과는 달리 정부와 국장을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시청 앞 설치된 추도식장과 전국적으로 다른 곳에서도 조의를 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 김대중의 서거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으며,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김대중의 목숨을 구해냈던 미국의 역할에 대해 특집을 편성하고 있다.” (스티븐슨) 

대사는 많은 일이 한국 정부의 장례식 준비를 다루는 솜씨에 좌우되겠지만, 현재까지는 사후 처리를 깔끔히 처리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한 소식통은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홀대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대사관 정무 직원에게 말했지만, 한국 정부가 아직은 국장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사는 현 시점에서 지지자들이 판단하기에 김대중 같은 대접해야 할 존경의 대상에게 걸맞지 않은 중대 실수 한 번이면 널리 퍼져 있는 국민의 비통한 심정이 자칫 하면 반정부 공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캐슬린 스티븐슨이 국무부에 보낸 전문 내용이다.

8월 19일 업무종료 시점에도 한국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언제 거행할지 노무현처럼 국민장으로 할지 아니면 국장을 할지 결정을 못 했다. (한국의 국장은 정부가 주재하는 것으로, 애도기간은 9일간 이어지며 장례식 당일은 공휴일이 공표된다. 국민장은 부분적으로 정부가 기금을 대고 추모 기간은 7일이다. 유일하게 재임 중에 암살된 박정희만이 국장의 권위를 부여한 바 있다.) 

오늘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위원은 분양소와 장례식 장소는 국회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정세균 민주당 대표,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국무총리 한승수가 장례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담당할 거라는 설이 있다.

박지원은 북한이 김정일을 대신해 5명으로 구성된 북한 고위급 조문사절단을 보낼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통일부 양창석 정세분석국장은 북한 조문사절단은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대표가 주축이 될 것이라고 대사관 정무 공사 참사관에게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당 기간 건강이 쇠약해지면서 한 달 전부터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사망은 노무현의 자살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노무현의 죽음은 그의 아내, 자녀, 몇몇 측근이 개재된 부패혐의 조사 중간에 발생한 한국민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주장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정치적 동기에 따른 조사 탓으로 노무현이 죽었다고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대중의 죽음은 대다수 한국민에게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충격파는 적어 한층 가라앉은 반응이 더해졌다.

한국 정부는 16개 지방과 도시 18곳에 추모 시설을 설치했다. 지난밤 애초에 경찰이 덕수궁을 봉쇄하면서 좌절감을 호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곳은 지난 5월 시민들이 노 대통령을 위한 임시분향소를 설치한 장소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서울 시청 광장을 오늘 개방하기로 하면서 비난이 누그러졌다. 

오늘 시청 광장에 모인 추모객은 노무현의 추모 인파와는 확연히 다르다. 노무현의 추모객은 젊지만, 김대중의 추모객은 연세가 들어 보인다. 반정부 현수막도 없고 좌파 단체가 불화를 조장하려는 조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언론들, 김대중의 인생을 집중 조명

언론들은 수차례의 암살 시도, 중앙정보부의 납치에서 생환, 독보적인 정치 경력, 많은 외교 성과 등 김대중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조명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중앙일보는 김대중의 사망 관련 16면의 지면을 할애하면서 역대 보수 대통령 김영삼, 전두환, 노태우 등 발언을 인용했는데 모두 김대중을 높게 평가했다. 다른 보수 일간지인 동아일보는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극복한 '디제이노믹스'와 그가 이루지 못한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강조했다. 
3대 주요 보수 일간지 조선일보는 한국 정치의 ‘한 축’이었다고 말함에 더해 그의 사후 한국 정치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견했다. 진보 일간지 경향신문은 김대중을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라고 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를 인용했다.

김대중의 목숨을 구해줌에 더해 망명으로 피신시켜 준 미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모든 보도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한국에선 많은 이들이 여전히 미국이 광주 항쟁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미연에 막지 못한 점에 대해 비난하지만, 김대중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미국이 김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한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죽음으로 이런 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에 오르면서 역설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이전 시대 미국의 긍정적 역할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미국 정부가 아닌, 하비브와 레이너드의 독자적인 조치

워싱턴 포스트는 1973년 8월 발생한 이른바 `김대중 납치사건'에서 미국이 한 역할을 소상히 밝혔다. 

당시 국무부의 한국과장이었던 도널드 L. 레이너드의 아들인 도널드 A. 레이너드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김대중 씨가 당시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주한 미 대사였던 필립 하비브와 나의 아버지가 상부의 지시를 묻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비브 대사는 상부의 지시를 기다릴 시간이 있었지만, 외국의 인권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리던 워싱턴의 상관들이 김대중 씨를 구하는 데 필요한 종류의 조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한국 정부 관리들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중략) 

일각에서는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그가 한 일은 별로 없다고 레이너드는 덧붙였다. 

온라인 상황도 차분하되 주류 뉴스 미디어와 비교해 한국 정부에 더 비판적이다. 

인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많은 사람이 김대중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게재하고 특히 정치 입문 이전의 그와 함께한 경험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인기 있는 토론장인 다음 토론 방에선 정부의 장례식 형식을 두고 국장이냐, 국민장이냐 망설이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다. 한편 다른 토론장에선 김대중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객 행렬을 막지 말 것을 경고했다.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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