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줌인] 무언의 압력으로 직원들을 내쫓는 기업들...휴가를 해고의 기회로 삼기도
[비즈니스 줌인] 무언의 압력으로 직원들을 내쫓는 기업들...휴가를 해고의 기회로 삼기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06 06:32
  • 수정 2023.08.0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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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회사 사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채용해놓은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고 회사에 폐가 된다는 판단이 설 경우 그를 해고할 방법을 궁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직원을 출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놓고 해고를 유도하기보다는 무언의 압력을 넣어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방법을 찾는 고용주들이 생기게 된다. 한편으로 직원 스스로 그만두기를 바라면서 계속 옆에 두는 것은 종종 훨씬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고 5일(현지 시각) BBC가 ‘직장 문화(WORKLIFE)’ 섹션에서 소개했다.

마케팅 매니저인 엘리자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 그녀의 상사가 다음 날 일찍 출근하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수습 기간을 더 연장하기는 했지만, 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내가 싫어하는 주말 근무와 퇴근 후 음주가 잦은 분위기였습니다. 나는 사장이 나의 휴가를 해고의 기회로 삼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자는 다음날 회사를 그만두라는 통보 대신 직무 조정을 통보받았다.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배당받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녀의 업무를 맡았고, 그녀는 관리 부서에 배치돼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그 후 몇 주 동안 엘리자의 업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런던에서 이벤트 대행업을 위주로 하는 그녀의 회사에서 그녀는 마케팅 전략을 짜거나 라이브 쇼에 참석하며 활동적으로 보내는 대신 이제 집에서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대기하며 가끔씩 이메일을 보내거나 일상적인 우수리 업무를 완료하면 되었다.

엘리자는 실질적으로는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녀는 한 달 남짓 뒤 그 회사를 그만두었다. 

“너무나 굴욕적이었습니다. 내가 하찮은 인간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내 사회 생활 최악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취급을 받느니 차라리 직접 해고를 당하면 해고 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요.”

직무와 근로자가 언제나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그럴 경우 회사와 직장 상사는 그 직원이 퇴사하기를 원할 수 있다. 어떤 회사들은 공식 채널을 활용해 해고를 정식으로 통보하기도 하지만, 엘리자의 경우처럼 직원이 스스로 알아서 그만두기를 유도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해당 근로자를 업무에서 배제한다거나, 경제적 여건을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 업무에서 실수를 저지르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은 몇 주가 걸리기도 하지만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목표는 동일하다. 해당 직원에게 회사를 계속 다녀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은근히 보여주면서 스스로 알아서 떠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노사 양측이 해고를 명백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 즉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적대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면서 그 직원이 퇴사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를 ‘강제 해고(constructive dismissal)’라고 한다.

반면에 직원들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퇴사를 유도하는 민감한 과정은 최근 ‘조용한 해고 또는 무언의 해고(quiet firing)’라는 신조어로 불린다. 이는 직원들이 일은 하는 거 같은데 실제로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와는 정확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고용주는 ‘무언의 해고’를 통하면 해당 근로자를 강압적으로 해고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갈등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주와 회사는 그 과정에서 종종 의도치 않게 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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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이 가장 적은 선택

일반적으로 회사는 실적이 저조하거나 직장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을 내보내는 경향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직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입니다.”

워싱턴 DC 조지워싱터대학 경영학과의 크리스토퍼 케이스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근로자가 고용계약을 직접 위반하면 회사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그러나 상사가 그 직원을 단순히 싫어하거나 업무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인사고과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긴 프로세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직원을 내보내는 것을 꺼립니다.”

케이스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강제 해고는 최악의 경우 직원이 노사 문제를 들고나오면 법적인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해고 때문에 소송을 거쳐야 하기보다는 실적이 저조한 직원일지라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쉬울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주는 위험이나 갈등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런던에 본사를 둔 로펌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의 노무 전문 파트너 변호사 수잰 혼은 설명했다. 

“스스로 알아서 떠나도록 은연중에 압박을 가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이 결국 사직하게 되면 ‘무과실 접근 방식(no-fault approach)’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 되는 거지요. 퇴직금을 지불할 필요나 노사 문제를 피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노사 모두 만족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부실한 업무 능력을 다독이면서 어떻게든 능률을 향상시켜 유능한 인재로 교정하는 것도 해고의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케이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대표는 시간 부족이나 인식 결여로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충분한 덕목을 갖추지 못한 리더들은 흔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능률 저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고는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되지만, 말썽을 피하기 위해 저항이 가장 적은 ‘무언의 해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무언의 해고’는 대부분의 경우 ‘도피 행동(avoidance behaviour)’이나 결정의 지연(procrastination)의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관리자들은 보통 불편한 대화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케이스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직원을 해고하면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 봐 조용히 해고한다”고 덧붙였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무언의 해고’

‘무언의 해고’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관리자는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해고 방식에는 최소의 위험과 최소의 노력이 보장된다. 목표는 해당 근로자를 무관심하게 대함으로써 그가 스스로 이 회사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부수적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전술은 기업이 원치 않는 근로자를 계속 머무르게 하면서 때에 따라서는 관리자가 그 근로자에게 소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압력을 가하게 할 수도 있다고, 케인스 교수는 지적했다. 

“해당 직원에게 승진 기회를 박탈하고, 업무 회의에서 배제하고, 중요한 업무를 배당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우리와 그들’이라는 진영 논리를 조성하여 파장이 ‘무언의 해고’ 대상이 아닌 직원에까지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수잰 혼 변호사는 “열심히 일하다가 아무 말도 않고 회사를 그만 두는 직원도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포괄적이면서 성과가 높은 직장 문화를 만느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요.”

해당 근로자가 아무런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떠나도 ‘무언의 해고’는 기업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원들이 SNS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입니다.”

노사 문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혼 변호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직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조용히 회사 밖으로 밀어낸 직원이라고 해서 노사 문제로 법률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혼 변호사는 “각각의 ‘무언의 해고’를 들여다보면 고용주의 근로 계약 위반을 입증할 만큼 심각한 사항은 별로 없지만, 고용주의 마지막 일격이 과거의 행동과 함께 ‘강제 해고’를 주장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직접적인 부작용은 고용주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근로자의 정신 건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무언의 해고’의 심리적 피해는 거절당했다는 안 좋은 감정과 집단에서 왕따당했다는 부정적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해당 근로자의 삶의 질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케인스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엘리자도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무언의 해고를 당하면서 내가 무가치하고 쓸모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지금은 다른 직장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경험은 “나 자신보다 형편없는 사장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더 은밀한 방식으로 ‘무언의 해고’를 경험한 다른 근로자들은 사태를 엘리자만큼 명확하게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부정적 자기 암시

‘무언의 해고’는 특히 직원을 배제하는 것이 훨씬 편리한 재택근무 환경에서 선택하기 쉬운 옵션이지만,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언제나 좋은 해결책인 것만은 아니다.

“노사 문제로 법정까지 가게 되면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의 사기와 생산성 및 기업 문화에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케인스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또, 해당 직원들은 느끼는 소외감, 좌절감 또는 분노는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은 자신감을 잃고 부정적 자기 암시를 하게 되면서 성과는 더욱 떨어집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능한 관리자나 인사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때로는 직원과의 갈등도 기업이 수용할 문화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에게 더 나은 동기를 부여하고, 뛰어난 관리자를 교육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현실적으로 ‘무언의 해고’가 지속될 수밖에 있음을 의미한다.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케인스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고 리더가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그런 리더는 스스로에게 어려운 질문을 마다하지 않지요.”

한편, ‘무언의 해고’를 선택하는 데에는 인간의 심리도 한몫한다. 궁극적으로 ‘무언의 해고’는 불편한 감정을 피하는 것이다. 

“‘무언의 해고’를 선택하는 관리자는 교활한 인간이라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평가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케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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