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INSIGHT] '말 많고 탈 많았던' 잼버리,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WIKI INSIGHT] '말 많고 탈 많았던' 잼버리,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3.08.14 16:38
  • 수정 2023.08.14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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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친 사람 따로 수습한 사람 따로'였던 잼버리
총 사업비, 日잼버리 대비 3배 이상…결과는 '처참'
여가부는 '탁상행정', 전북도는 '카르텔' 비판 제기
소매 걷은 정부와 韓기업 적극 지원에 "최악 면해"
귀국길에 오른 잼버리 대원들 ⓒ현대차그룹
귀국길에 오른 잼버리 대원들 ⓒ현대차그룹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총 11박 12일 일정의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이하 잼버리)가 11일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잼버리는 말 그대로 '사고친 사람 따로, 수습한 사람 따로'였던 행사다. 대규모 예산을 쏟았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현장 곳곳에서는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나 부끄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국내 여러 기업들이 소매를 걷은 덕분에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잼버리 행사는 지난 11일 K-POP 슈퍼라이브 콘서트와 폐영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는 7분짜리 영상이 상영됐는데, 하이라이트 부분에는 4만여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지에 도착한 순간부터 태풍 '카눈' 예보로 전국 8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도 담겼다.

하지만 중후반부터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업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협조로 각종 영외 프로그램 가동과 마지막에 K-POP 축제라는 대미를 장식하는 바람에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었다.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한 스카우트 대원이 그늘막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손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한 스카우트 대원이 그늘막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손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부실했던 준비 과정의 문제점들은 잼버리 첫날부터 드러났다. 야영지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발생했다. 배수로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웅덩이에 팔레트를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쳐야만 했다. 또, 각국 대표단이 홍보부스 등을 꾸려야 할 곳은 텅텅 비었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 가장 기본적인 시설 역시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열질환자는 400여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논란을 가중시켰다. 조직위는 "온열질환자가 400명 넘게 나왔지만, 모두 경증이며 중증 환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들 환자는 두통, 근육경련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사업 운영권을 입찰 받아 잼버리 행사에 참여한 국내 유통 기업들의 결과물마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원들에게 지급된 구운 달걀에서는 곰팡이가 발견됐으며, 생수는 즉각 공급되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한 편의점 기업은 행사 기간 동안 제품을 시중 가격보다 올려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가격 정상화 조치를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미국 대원들이 조기 퇴영한 지난 6일 미국의 야영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미국 대원들이 조기 퇴영한 지난 6일 미국의 야영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결국 중앙 정부가 예비비 69억 원을 의결하며 직접 지휘권을 잡았다. 그동안은 전라북도가 주도하고 정부는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맡아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자칫하면 '국제적 망신'으로 치닫을 수 있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지휘권을 잡자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온열질환자를 위해 냉방 대형버스 130대를 비롯한 냉장·냉동 탑차가 공급됐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폭염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두고 높은 평가를 보냈다. 국내 기업들도 생수, 간식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이 '배려', '협업', '협동' 등 잼버리 정신을 상징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신속 대응에 나선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롤러코스터 조립 등 다양한 협동 체험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K-POP 댄스를 배울 수 있는 'K팝 댄스 강좌', 'K-비보인' 공연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기아 비전스퀘어에 입소한 홍콩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10일 롤러코스터 조립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비전스퀘어에 입소한 홍콩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10일 롤러코스터 조립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아워홈은 1000여 명의 대원들을 본사로 초청해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닭강정, 버섯불고기와 모둠 스시, 맥앤치츠 등 다양한 글로벌 메뉴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마곡식품연구센터 내 주요 R&D 시설 견학과 포기김치, 김밥 만들기 등 K-푸드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현장에 남아있는 대원들을 위해서는 식사를 지속 제공했고, 할랄식 메뉴도 보내는 등 세심한 배려도 보였다.

이번 잼버리는 칭찬하자면 '유종의 미를 거둔 행사', 비판하자면 '최악은 면한 행사'다.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야먀구치 잼버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총 4배가량 이상의 총 사업비를 들였다. 정부지원금은 10배 이상이며, 이 외에도 시설 비용, 운영 및 인건비, 홍보비 등에서 최소 3배 이상이 투자됐다. 그러나 결과 대비 이 수치를 보면 의구심이 가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규모 사업비를 노린 이권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직위가 더불어민주당 간부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2021년 기준 직원이 3명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조직위와 2021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8건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규모는 23억 59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기아 비전스퀘어에 입소한 홍콩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10일 롤러코스터 조립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비전스퀘어에 입소한 홍콩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10일 롤러코스터 조립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전라북도가 공고를 내걸었을 당시 '지역 제한 경쟁'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사업을 따낸 기업의 토목공사 도급순위는 전국 964위(올해 7월 국토교통부 평가기준)으로, 역시 전북 부안군 소재 건설사다. 사업비 40억 7500만 원의 '1차 잼버리 기반 시설 설치공사)를 맡았지만, 기반 공사가 늦어졌던 탓에 대원들은 물 부족을 비롯해 배수 문제까지 겪어야 했다

정부는 이번 파행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사를 이번 주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마에 오른 조직위원회 소속 여성가족부와 집행위원회를 맡은 전북도는 '남 탓'을 하며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감사원은 잼버리 준비 대부분에 관여한 주관 지자체인 전북도와 유치 단계에서부터 부지 선정, 관련 인프라 구축, 조직위 운영 실태 등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감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지난 9일 아워홈 마곡 본사 지수홀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아워홈
지난 9일 아워홈 마곡 본사 지수홀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아워홈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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