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청소년 전자담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뉴질랜드
[월드 투데이] 청소년 전자담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뉴질랜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15 06:36
  • 수정 2023.08.16 0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다양한 향과 디자인의 전자담배들 [사진 = BBC]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다양한 향과 디자인의 전자담배들 [사진 = BBC]

뉴질랜드가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금방 중독이 된 거 같습니다. 그 당시 제 주변 대부분의 아이들이 전자담배를 피웠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코코(15)는 3년 전인 12세 때 처음으로 전자담배를 접했다. 그녀는 이제 전자담배를 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한테 휴대폰을 빼앗겼어요.”

코코는 근처에 앉아 있는 어머니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코코는 집에서까지 전자담배를 피우지는 않았지만, 중독이 점점 심해지면서 방과 후에도 전자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제어할 수 없었다.

“저는 특히 ‘복숭아 향(Peach ice)’이나 ‘포도 향(Lychee-grape)’이 나는 제품에 푹 빠졌습니다. 또,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전자담배 장면을 보고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풍선껌이나 솜사탕 맛을 내는 화려한 색깔의 전자담배도 인기가 많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18세 미만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코코나 그녀의 친구들에게 그 정도 장벽을 뚫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좀 더 나이 많은 애들은 자기들보다 어린 애들에게 전자담배를 팔고, 상당수 판매점들은 아예 신분증을 확인조차 안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들어가서 ‘딸기나 라즈베리, 수박 향 나는 것을 주세요.’라고 주문하기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교복을 입고 들어가서 달라고 해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내줍니다.”

코코는 이렇게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2025년까지 금연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뉴질랜드에서 연초 담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허점을 노리고 전자담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초 담배를 오랫동안 피워온 성인 흡연자에게는 전자담배가 덜 유해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는 있지만, 그 틈새를 파고들어 전자담배의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10대와 심지어 그보다 더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정기적으로 피우는 뉴질랜드 청소년의 수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3배나 증가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그동안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자담배를 옹호해 온 측면이 있지만,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이 급격한 증가를 보이자 새로운 규칙을 시행 중이다.

새로운 규정에는 대부분의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지와 학교에서 300m 이내에 새로운 전자담배 판매점 허가 금지, 전자담배의 향에 대한 과장 광고 금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다양한 향 자체를 규제하는 규정은 없다.

사우스 오클랜드에 있는 패퍼토이토이 고등학교의 교장이자 뉴질랜드 중고등부 교장 협의회 회장인 보건 퀴욜트는 사무실에 학생들로부터 압수한 전자담배 파이프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그가 압수한 전자담배들 중 빨간 립스틱처럼 보이는 일회용 전자담배의 겉면에는 ‘딸기 아이스크림 향(Strawberry ice-cream)’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밝게 빛나는 노란색 라이터처럼 보이는 또 다른 제품에는 ‘파인애플 아이스(Pineapple ice)’라는 홍보 문구가 표시되어 있었다.

“3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파인애플 아이스’ 같은 저런 제품을 만들지는 않겠지요.”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퀴욜트 교장 선생님은 학교가 어떻게 전자담배의 진원지가 되었는지 직접 목격했다. 그는 전자담배의 상당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유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한 쪽 주머니에는 휴대폰이 있고 다른 쪽 주머니에는 전자담배가 들어있는 것이 멋이지요. 그러면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전자담배 기업들의 마케팅 수법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런 풍조는 젊은이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전자담배가 없었다면 담배 자체를 피우지 않았거나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너무 쉽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역 학부모들이 전자담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역 학부모들이 전자담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전자담배는 이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취미처럼 선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숫자보다 많을 겁니다.”

코코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특별한 향의 제품이 출시되면 애들은 바로 직접 맛을 보려고 합니다.”

학부모인 마니 윌튼은 자녀들이 다니는 지역 학교와 가까운 오클랜드 교외 주변에 최근 전자담배 가게가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초등학교에서 불과 6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게를 가리키며 “아이들이 나오는 문마다 전자담배 가게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윌튼도 전자담배가 만연한 풍조에 대해 걱정이 많다. 그녀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전자담배 없는 아이들(Vape Free kids)’이라는 자원봉사 단체를 설립했다.

그녀는 정부가 새로 마련한 규제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는 우리 아이들을 충분히 도울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강조했다.

“뉴질랜드에는 현재 7,500개 이상의 전자담배 판매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법률은 이미 지어진 기존 점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많은 매장들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와 놀이터와 가깝고, 안전해야 할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편 이웃 국가인 호주는 치료 목적 이외의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처방전이 있을 경우에만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강경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거의 20년 동안 담배 규제 및 금연 운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벤 유단은 전자담배 금지가 어린 세대들의 접근을 차단하기보다는 암시장의 규모를 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제재와 상관없이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벤 유단은 현재 ‘담배 없는 뉴질랜드’ 운동을 벌이는 로비 단체인 ‘Ash NZ’의 이사이다. 그는 전자담배에 대해 논의가 나올 때마다 더 큰 그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전자담배로 옮아가면서 연초 담배 흡연율 저하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지난 2~3년 동안 뉴질랜드의 흡연율은 3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지요.”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부작용으로 “전자담배 시장의 폭발”이 발생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성인 흡연율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빨리 돈을 버는 것’에 눈이 먼 전자담배 업체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자담배 시장에 너무 늦게 개입함으로써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청소년들이 전자담배에 의존하게 되었지만, 잠깐 옆길로 빠졌을 뿐인 청소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모든 아이들이 중독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녀들의 전자담배 접근이 차단되기를 바라는 부모와 전자담배를 통해서라도 성인 흡연율을 줄이려는 정부 간의 갈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흡연율 저하의 해법으로 탄생한 전자담배가 문제의 진원지 노릇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