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협상 촉매제 될 변수 없어...노사갈등 장기화 가능성
KB증권 노조와 사측이 직원 배치를 놓고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KB증권 노조가 사측에 반발해 벌인 천막농성이 100일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한 KB증권 노조는 이날 투쟁 87일째를 맞이했다. 천막농성 개시 후 100일이 임박하고 있지만 KB증권노조와 사측의 협상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B증권 노조가 천막농성에 돌입한 배경으로는 사측이 조합원 직군 분리·IT조합원 전진배치·프라임센터 영업조직화를 추진한 점이 지목된다.
노조는 직무그룹 세분화로 급여 테이블이 가장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하게 된 이들의 근로의욕, 자존감 저하가 떨어져 업무 효율성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본사관리, 본사영업, 지점관리, 지점영업 등 직무그룹이 구별될 뿐 정규직 급여 테이블에 따라 동일한 임금 및 복리후생을 적용받아왔다.
KB증권 측은 직군분리는 내부 검토 중인 사항으로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IT 조합원의 타 부서 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IT 조합원들을 본사 부서로 자리 이동시켜 얻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되려 본사로 배치된 IT 조합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증권 관계자는 “(IT 조합원의 전진배치는) 디지털이 강조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내부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반발로 인해 IT 조합원의 전진배치를 백지화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셈이다.
KB증권 노사는 프라임센터 내 인력 배분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프라임센터는 비대면 고객의 증가 추세에 맞춰 출범한 곳으로 직원들은 영업직이 아닌 관리직군으로 배치됐다.
KB증권 노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비대면 수요가 줄면서 사측이 프라임센터의 영업조직화를 시도했었다”며 “노조의 반발로 실제 영업조직으로 변경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프라임센터 영업조직화는 기존에 프라임 PB들이 하던 업무를 체계화하려는 것”이라며 “영업 목표가 설정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 간 향후 협상도 비관적일 전망이다. 당초 KB증권 박정림 대표가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숏리스트 후보군에 들어갈 경우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양측간 협상을 진전시킬 다른 변수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앞선 KB증권 노조 관계자는 “천막농성 100일이 멀지 않았지만 사측과 협상에는 진전이 없다”며 “3개의 요구 사항 중 단 한 가지에서도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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