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웅장한 무대서 푸틴 연설…프리고진 사고 소식 전파
프리고진 암살 배후설에 크렘린궁 "완전한 거짓말" 부인
NYT "푸틴이 '배신' 비난 이후 프리고진 참혹한 죽음 맞이한게 중요"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죽음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유지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3일 프리고진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타전됐을 무렵 푸틴 대통령이 TV에 출현한 모습에 집중했다.
검은색 배경에 빨간 조명으로 웅장함을 연출한 무대에서 푸틴 대통령은 연설과 함께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때 프리고진이 타고 있던 전용기가 화염에 휩싸여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NYT는 2차대전 기념식장에서의 푸틴 대통령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지 1년 반 지난 시점에 자신의 장악력과 힘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풀이했다.
모스크바 정치 분석가 미하일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 집권층의 중심부에 있던 인물이 '국가의 지원을 받는 암살'로 사망한 적은 없다라며 "가혹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크렘린궁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비노그라도프는 크렘린궁이 프리고진 살해를 승인했을 거란 세간의 의심을 무마하려는 노력을 그다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푸틴이 프리고진의 '배신'을 비난한 이후 프리고진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NYT는 풀이했다.
지난 6월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접은 이후 일각에서는 포리고진이 두 달간 벨라루스행 허가를 받고 푸틴 대통령이 주최한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간 정상회의 한켠에서 아프리카 관리들을 만날 만큼 건재했다는 데에 놀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 유명 언론인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라며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틴이 그를 반역자라 불렀다. 그걸로 이 사람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푸틴의 연설문 작성가 출신인 정치 편론가 압바스 갈랴모프는 NYT에 "어떤 신호를 보내기 위해 푸틴은 많은 프로젝트에서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푸틴의 우선순위는 외연 확장이 아니라 권력 유지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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