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맹이 빠진 대기환경보전법, 건설기계 차량 교통사고 유발한다
[기자수첩] 알맹이 빠진 대기환경보전법, 건설기계 차량 교통사고 유발한다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3.09.01 12:50
  • 수정 2023.09.02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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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소방서
과거 성남시 수정구 분당내곡간 고속화도로 성남방면 시흥지하차도 진출로 시점에서 레미콘 트럭이 차량 7대를 잇달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성남소방서

대기환경 오염 주범으로 낙인찍혀 있는 대형 건설기계 차량,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탓에 사실상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통사고까지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 빈 강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건설기계 차량은 주로 각종 오염에 노출돼 있는 건설 현장을 드나든3다. 먼지가 흩날리는 건설 현장,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시멘트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곳에서 묻은 먼지나 이물질 등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운행하면 대기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으로 대형 건설기계 차량이 오가는 산업 현장에 차량 바퀴를 세척할 수 있는 세륜 시설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시멘트, 석탄, 토사 등의 배출 공정을 영위하는 사업장은 자동식 세륜시설, 수조를 이용한 세륜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물질이 가장 쉽게 묻는 바퀴 등 차량 하부 중심으로 세척해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시설 설치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어떠한 물을 사용하느냐'가 빠져있다. 시멘트가 섞인 물, 토사가 섞인 물을 사용한다면 '이 법의 취지가 제대로 발휘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기환경 오염 방지는 두 말할 것 없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도로 위의 대형 병기로 변한다는 점이다. 세륜은 보통 브레이크 패드가 장착된 차량 전후면 바퀴와 전조등 및 후미등을 중심으로 실시되는데, 세륜 후 이 이물질이 굳어버리면 브레이크 패드 결함을 비롯해 가시거리 미확보 등으로 인한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독자
경기도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륜수는 짙은 잿빛을 띄고 있는 모습이다. ⓒ독자

실제로 최근 한 현장을 방문해 취재를 진행했을 때, 깨끗한 물이 아닌 잿빛을 띄는 물로 세륜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물을 채취하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니 페트병 아래에는 시꺼먼 침전물이 생겨났다. 시멘트 가루로 보였다. 이 물을 취재 차량 겉면에 뿌려보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으로 굳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세륜 시설은 사용한 물을 여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떠한 물을 사용하느냐'가 규정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업장을 관리 감독하는 지자체에서도 "세륜 유무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세륜수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대형 건설기계 차량은 적재물을 제외하더라도 기본 무게는 톤(t)이 넘는다.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를 막론하고, 이 대형 차량과 일반 승용차가 추돌할 경우에는 운전자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기계 운전자들이 정기검사, 수시검사 등을 받을 것을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문제점도 발생한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정기검사, 수시검사 등을 받기 전에 운전자들은 정비소를 가게 되는데 사고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대부분 거절당하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차들이 혼자서 넘어지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정비 관련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귀띔했다.

대기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대기환경보전법'이 오히려 2차 및 3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대형 건설기계 차량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마련한 '건설기계관리법'까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두 사안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연관성은 깊다. '겉핥기 식' 규제보다는 면밀한 실태 조사를 토대로 한 '속이 찬' 규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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