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반자본주의 성향의 예술 축제 ‘버닝맨’에 초부자들이 끼어든 사연
[월드 프리즘] 반자본주의 성향의 예술 축제 ‘버닝맨’에 초부자들이 끼어든 사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07 05:46
  • 수정 2023.09.07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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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가 진흙투성이로 변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가 진흙투성이로 변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폭우로 행사장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7만여 명이 이틀간 고립됐던 미국 네바다주 ‘버닝맨 축제’에서 참가자들의 대규모 탈출이 시작됐다고, 6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블랙록 사막 한복판에서 여름에 열리는 예술 축제 ‘버닝맨(Burning Man)’은 1986년에 래리 하비가 친구들과 나무 인형을 태운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버닝맨’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반자본주의적, 반체제적, 오컬트적 성향이 강한 소규모 축제로 출발해 오늘날 미국에서 수만 명이 참석하는 유명 행사가 됐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이 축제에 참가한 뒤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하면서 빠르게 유명세를 타고, 엘리트와 예술인들의 만남, 부자들의 축제 등의 수식어도 함께 얻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태양광에너지 회사 솔라시티의 아이디어를 ‘버닝맨’에서 얻었다. ‘버닝맨’이 바로 실리콘밸리”라며 축제를 극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CNN은 엉성하게 시작된 예술가들의 궁핍한 축제 ‘버닝맨’에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등의 초부자들이 끼어든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최근 온통 혼란에 빠지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사막 축제 ‘버닝맨(Burning Man)’은 이제 더 이상 엉성하지만 자유로웠던 영혼들의 잔치가 아니다.

이번 버닝맨의 혼란을 멀리서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참가자 7만 명의 발을 묶은 호우와 진흙 바닥은 이 축제가 이제 출발 정신을 상실했음을 느끼는 상징이 되었다. 버닝맨의 변모는 초부자들이 어떻게 버닝맨을 망가뜨렸는가 하는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버닝맨(Burning Man)’ 축제는 애초 1986년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소규모 모임으로 시작되었다가, 임시로 가설한 도시에서 상업주의를 배격하는 ‘버너들(Burners)’의 엉성한 반문화 공동체로 성장했으며, 매년 ‘플라야(playa)’라고 알려진 마른 호수 바닥에서 열리고 있다.

원래 ‘플라야(playa)’에서는 돈 거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보편적 정서이다. 바로 이런 원칙이 버닝맨의 모토인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정신의 요체이다. 그러나 이제 버닝맨에는 점점 더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일부 엘리트 집단은 버닝맨에 참여하는 것을 에베레스트산에 오르거나 명상 휴양지에서 환각제를 체험하는 것쯤으로 받아들인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사회 도피적 성격의 축제에서 영적으로 변화되는 체험을 맛보는 일종의 문화적 허영을 누리는 것이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일론 머스크는 버닝맨의 단골손님으로, 실리콘밸리 비즈니스 소식을 주로 다루는 웹사이트 ‘Recode’와 2014년 갖은 인터뷰에서 “(버닝맨)은 가보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축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의 친구이자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에 따르면, 저커버그도 2012년에 네바다의 플라야로 날아가 사람들에게 구운 치즈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자신의 텐트를 직접 세우면서 하루를 보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기업 ‘테라노스’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였던 엘리자베스 홈즈도, 2018년 연방 사기 혐의로 기소된 직후, 네바다 사막으로 물러나 실패한 스타트업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불태우며 속을 달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네바다주 사막의 ‘버닝맨’ 축제장을 빠져나가는 차들 [사진 = 연합뉴스]
미 네바다주 사막의 ‘버닝맨’ 축제장을 빠져나가는 차들 [사진 = 연합뉴스]

버닝맨 조직위원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버닝맨을 지탱하는 이념 중 하나는 ‘급진적일 정도로 자립적인 삶’으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 정신에 입각해 일주일 동안을 버틸 물과 음식을 직접 가져오고, 생존을 위해 오로지 자급자족에 의존한다고 한다.

하지만 참석자의 1% 정도는 이러한 자급자족도 아웃소싱할 수 있다.

‘뉴욕포스트(New York Post)’가 2019년에 보도한 것처럼 초부유층은 버닝맨에 참가해서도 일주일 동안 개인 요리사를 고용하고 고급 텐트에서 캠핑하기 위해 최대 5만 달러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지도 플라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환상적 캠핑( fancy camps)’을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 초부자들은 플라야 주변에 샹들리에, 파티룸 및 야외 샤워 시설이 있는 캠핑 시설을 설치했다.

“버닝맨은, 조직적으로 어려움에 면역이 되어있는 미국의 부유한 백인들이 역경을 황홀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X(트위터)의 한 사용자는 이렇게 포스팅을 올렸다.

부자 버너들(일부는 항공권 티켓 한 장에 2,750달러를 쓰기도 함)의 버닝맨 참가는 호우와 진창으로 발이 묶인 상황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자 이를 고소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틱톡 사용자는 “이 사람들의 처지는 나에게는 작은 바이올린 이모티콘(a tiny violin emoji) 정도로 느껴집니다.”라고 포스팅하면서 사막에 고립된 부자들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축제 참석자들은, 한 참석자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을 떠올리는 분위기였다고 표현할 정도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기도 했지만, 많은 노련한 버너들은 악천후와 도로 폐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축제에서 1명이 사망했지만, 사망자는 “날씨와는 무관”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인 앤드루 하이드는 CNN에 오히려 악천후와 진창으로 인해 원래 버닝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혹독한 기상 조건에 맞서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그에 대비하면 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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