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이해할 수 없는 비극'으로 비판 받는 리비아의 홍수 대참사
[월드 프리즘] '이해할 수 없는 비극'으로 비판 받는 리비아의 홍수 대참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14 04:44
  • 수정 2023.09.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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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대홍수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데르나시 11일의(현지 시각) 참혹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폭우로 대홍수가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데르나시 11일의(현지 시각) 참혹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중해 연안 아프리카 국가 리비아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5,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항구 도시 데르나에 있는 댐 두 개가 붕괴되고 많은 주민들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사라지면서 이 같은 대참극이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를 담당하는 보건부 장관 오스만 압둘자릴은 12일(현지시간) 동부 도시 데르나에서만 1,500구 이상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중 이날 저녁까지 매장된 시신은 절반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내무부에서는 사망자 수가 5,000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 내무부 대변인 모하메드 아부-라무샤는 “데르나에서만 5,300명이 넘게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데르나 지역 당국은 사망자 수를 2,300명으로 집계했는데, 내무부는 이보다 두 배 넘는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13일(현지 시각) "이번 재앙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참사"라며 자세한 피해 현황 등을 보도했다.

지난 주말 엄청난 홍수와 함께 두 개의 댐이 붕괴된 리비아의 항구 도시 데르나의 상황에 대해 국제적십자와 현지 관리들은 최소 1만 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리비아 동부를 관할하는 정부 대변인 모하메드 아부 라무샤는 확인된 사망자 수가 5,300명을 넘었다고 국영 통신사에 밝혔다. 그리고 동부 정부의 또 다른 대표인 타리크 알 카라즈는 도시 전체가 물에 휩쓸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떠밀려갔다고 말했다.

데르나시의 묘지에는 수백 구의 시신이 쌓여 있지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줄 생존자조차 변변히 찾을 수 없었다. 카라즈 대표는 사망자 수가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치는 국제적십자연맹에서도 인용한 수치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리비아 소통 담당관 라미 엘샤헤이비는 데르나의 상황은 “이해할 수 없는 참사”라고 말했다.

민간항공부 장관인 히헴 치키와트는 시신 중 상당수가 물이 빠진 곳에 그대로 방치되어있다고 밝혔다. 

“바다, 계곡, 건물 아래 등 어디에나 시신이 널려있습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도시의 25%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많은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흙탕물이 집을 덮치자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강으로 변한 거리에서 급류가 자동차를 휩쓸고 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역 블로거인 손도스 슈와이브는 집에 있다가 갑자기 홍수가 밀려들면서 몸이 찢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온라인 게시 글을 통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물살에 떠내려가는 어린이와 아기들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내 옆에도 시체가 있었고, 내 위에도 시체가 있었고, 내 밑에도 시체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포스팅을 올렸다.

슈와이브는 다행히도 얕은 물가로 밀려와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12일(현지 시각) 대홍수 피해를 입은 리비아 데르나 시내의 전경. 지중해 태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댐이 파괴되고 해안 마을들이 피해를 입은 중에도 데르나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대홍수 피해를 입은 리비아 데르나 시내의 전경. 지중해 태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댐이 파괴되고 해안 마을들이 피해를 입은 중에도 데르나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연합뉴스]

“그냥 살아남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실종된 것을 떠올리면 그들과 함께 죽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관련해서 노르웨이 난민 협의회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돌아갈 집이 없는 이재민이 되었다고 밝혔다.

“리비아에 있는 우리 팀은 북부 해안을 따라 가장 빈곤한 일부 지역사회에 발생한 참극을 외부에 알리고 있습니다. 홍수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고,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이렇게 밝혔다.

절망에 빠진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종된 친척을 애타게 찾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은 더딘 구호 활동과 댐 붕괴 가능성을 미연에 고지하지 않은 지역 당국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과거 엔지니어들은 해당 댐 붕괴 위험과 긴급 보강 필요성에 대해 일반적인 경고를 발령한 바가 있다.

리비아에 본부를 둔 ‘사데크(Sadeq)’ 싱크탱크의 창립자인 아나스 엘 고마티는 참사와 관련해 정치적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아프리카는 기후 변화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부패와 무능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모로코라면 지각판이 이동하는 데 몇 초나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아 미리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여기 리비아에서는 이번 허리케인에 대한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데르나 시에서는 대피가 발령되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재 도시 인구의 4분의 1이 물속에 잠겨 있는 겁니다.”

2022년 한 학술지에 실린 보고서에서는 1959년 급의 홍수가 반복되면 “두 개의 댐 중 하나가 무너져 계곡 주민들과 데르나 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가 있다. 

한편, 석유가 풍부한 리비아는 2011년 봉기로 장기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제거된 뒤 정치적 내분, 부패, 외세 간섭 등으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통합 정부를 구성하려는 지난 10년간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 채 자체 민병대의 지원을 받는 두 정부가 서쪽의 트리폴리와 동쪽의 투브루크로 분할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도로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었고, 민간 건물에 대한 규제도 최소화되었다.

데르나는 2019년 동부군 총책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에 의해 점령될 때까지 수년간 이슬람 무장세력의 통제를 받아았다.

영국 왕립연합군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국방·안보 연구 부교수인 잘렐 하차우이는 그 이후 동부 정부가 데르나 주민들의 성향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주민들을 홀대했다고 밝혔다.

트리폴리에 본부를 둔 국민 통합 정부 수장인 압둘 하미드 드베이베는 화요일 14톤의 구호품, 약품, 장비, 시신 가방과 87명의 의료 및 구급대원을 실은 응급 수송기가 홍수 피해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벵가지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 다니엘(Storm Daniel)로 인한 이번 홍수로 데르나 시는 통신이 완전히 중단되고, 인터넷 접속이 끊어졌다. 그리고 강변 지역은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하고 물에 휩쓸려갔다.

“물이 몰려드는 일부 계곡의 깊이는 약 400미터에 이릅니다. 그래서 댐이 무너지자 그 많은 물이 원자폭탄처럼 터지면서 교각 8개와 주택들이 완전히 무너진 겁니다.”

지역 주민인 후다이파 알 하사디는 ‘알 후라(Al-Hurr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리비아 재난당국 대변인 오사마 알리는 “홍수가 해안가 산악지대인 데르나 인근으로 집중됐다”며 “강한 흙탕물에 물가에 있던 계곡 주택들이 차량 및 부유물들과 함께 휩쓸려갔다”고 밝혔다.

“기상 상황, 해수면, 강우량, 풍속 등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고, 폭풍의 경로와 계곡 주민들에 대한 사전 대피 조치가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현재 데르나 시를 대상으로 주말에 대피령이 내려졌는지, 아니라면 대피령이 왜 무시되었는지에 대한 엇갈리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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