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로감이 덮친 폴란드..."물에 빠져 구조대원을 잡아당기는 형국?"
[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로감이 덮친 폴란드..."물에 빠져 구조대원을 잡아당기는 형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24 07:16
  • 수정 2023.09.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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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폴란드·슬로바키아와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BBC는 23일(현지 시각) 이번 사태는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동맹국들의 피로감에서 촉발된 것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지지자였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곧 러시아로부터 폴란드를 수호하는 길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과 물자를 보내는 데 앞장섰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자 세계가 놀란 것이다. 폴란드가 갑자기 키이우에 정치적 칼을 들이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폴란드 총리가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이송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경고하자 집권당이 총리의 워딩을 진화하기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의 지원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 대통령의 말에는 곡해할만한 요소는 없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두고 구조대원을 함께 끌고 들어가는 물에 빠진 사람에 비유했다.

그러자 모스크바는 쾌재를 부르며 이 말을 반겼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두 이웃 국가들 사이의 급격한 이상 기후는 곡물 수입 분쟁으로 촉발되었다.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수출해야 하지만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흑해와 다뉴브강의 항구들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육로를 통한 수출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폴란드는 자국 농민 보호 차원에서 값싼 우크라이나 곡물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유럽연합의 나머지 지역으로 통과하는 것만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폴란드 집권 ‘법과 정의당(PiS)’의 셈법은 간단하다. 즉, 폴란드 농부들은 우크라이나 곡물과 경쟁하기를 원하지 않고, PiS는 다음 달 치러질 선거에서 그 농부들의 표가 절실하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분노하고 있지만, 폴란드의 방송과 각종 소셜 미디어는 현재 선거 전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데, 어조는 충격적일 정도로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인 경우도 있다.

현재 PiS는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지만, 지지도의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뚜껑이 열릴 때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PiS는 선거전에 돌입해 폴란드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의 재정립은 난민 문제와 같은 다른 포퓰리즘 전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폴란드의 싱크탱크인 ‘Polityka Insight’의 피오트르 루카시에비치 연구원은 “이 문제는 곡물이나 무기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PiS의 최대 관심사인 보수 유권자의 표심에 관한 문제이므로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의 지원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재정이나 사회 서비스 측면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바탕으로 형성된 정서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보수 정당인 PiS는 현재 1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극우 정당 ‘Konfederacja’의 유권자들까지 흡수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주 ‘Konfederacja’ 당원들은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 목록을 표시한 모의 송장(送狀)을 들고 바르샤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입되는 총비용이 1000억 즐로티(231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돌아오는 대가도 없고, 감사의 표시도 없음”

반면에 야당 정치인들은 정부의 방향 전환 시사를 위험한 민족주의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폴란드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피로감”의 그림자가 슬로바키아에서 미국까지의 여러 동맹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확고한 서방의 지원이 필요한 키이우 당국에게는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폴란드 정부는 동부 제슈프를 통해 국제 구호 물품들이 우크라이나로 계속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슈프는 탱크부터 탄약까지 전쟁에 필요한 모든 물자들이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요충지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곡물 수출 분쟁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에 회담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전쟁 물자 등이 넘어가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하는 폴란드 동부의 제슈프시 전경 [사진 제슈프시 홈페이지]
우크라이나로 전쟁 물자 등이 넘어가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하는 폴란드 동부의 제슈프시 전경 [사진 = 제슈프시 홈페이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양측은 설전(舌戰)이 본격적인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PiS가 시골의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는 동안, 바르샤바 같은 도시들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세가 여전히 강력하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축소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러시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수호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유를 지키도록 도와야 합니다.”

바르샤바 시민 빅토리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아파트 밖에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기가 많이 걸려 있는 도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바르샤바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도 많이 모여있다.

“나는 이것이 정부의 선거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국민의 감정도 서슴지 않고 자극하는 더러운 선거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바르샤바 시민 라파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달 안에 성패가 결정되겠지요.”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폴란드에 이미 피해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석가인 피오트르 루카지웨크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며 “나는 이번 사태로 폴란드에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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