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INSIDE] “둘이 살지 뭐”…적신호 켜진 출산율, ‘도미노’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WIKI INSIDE] “둘이 살지 뭐”…적신호 켜진 출산율, ‘도미노’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3.10.10 10:12
  • 수정 2023.10.10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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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생각은 있냐" 질문에 "안 되면 둘이 살지 뭐"
가임 女기준 1명당 0.7명…곳곳서 저출산 문제 대두
GNI 상승하는 반면 2027년 합계 출산율 0.6명 예측
영유아 직종 채용↓…유통·유업계, 성인 사업 선회
출산 후 안정적 직장 복귀 등 정부·기업 지원 절실
서울 대형 병원의 신생아실 ⓒ연합뉴스
서울 대형 병원의 신생아실 ⓒ연합뉴스

“안 되면 둘이 살지 뭐”

“아이 생각은 있냐”라고 30대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이제 결혼과 출산 사이에는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때 결혼이라 하면 그 뒤에 출산이 자연스레 따라왔지만 이제는 선택이 되어버린, 하지만 그 선택마저도 자의가 아닌 타의가 되어버린 것이 현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가임 여성 기준 1명당 0.7명으로 집계됐다. 제조 및 수출 강국이란 타이틀과는 다소 무색한 모습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서는 점점 출산률 문제가 곪아 터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발간한 ‘2024년 및 중기 경제전망 시리즈’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오는 2027년 합계출산률은 0.6명으로 하락 예상했다. 지속 감소되는 출산률과 가팔라지는 고령화로 인해 총 인구는 연평균 0.14% 자연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난 국민총소득(GNI)는 지난 2022년 1인당 3만 2255달러에 비해 2027년까지 연평균 5.6% 상승하고, 2026년에는 4만 1037달러까지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표에서 주목할 것은 GNI가 늘어나는 데에 총 인구가 연평균 0.14% 감소하는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1인당 GNI의 증가가 국민총소득 증가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출산에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는 ‘2023 대한민국 양성평등포럼’ 영상 축사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률과 출산 여성의 진입 장벽에 큰 연관성이 있다고 밝히며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출생률 최저로 인구 위기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성 불평등과 낮은 출생률이 밀접하게 연결돼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한 EU 대표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 ⓒ주한 EU 대표부

그는 이어 “지난 수십 년간 양성평등을 위한 많은 노력과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남성보다 낮고 육아 기간 여성 고용률은 심지어 이보다 더 낮다”며 “한국에서 여성의 출산 후 복직률은 유럽보다 낮은 수준이다”고 밝혔다.

사미 바후스 유엔여성기구 사무총장 역시 여기에 동의하며 ▲한국 정부의 직장 내 폭력 및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국제노동기구 협약 190호 비준 및 실행 ▲여성기업 및 공급업체를 위한 기회 확장 ▲평등한 유급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평등 및 책임공유 문화 장려 정책 지속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유엔 산하 여성역량 강화원칙 가입 등 네 가지 사안을 제안했다.

가장 첫 번째 문제는 단연 돈이다. 고물가, 치솟은 부동산 등으로 인해 아이를 가졌을 때 생기는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게 되면 경제적 활동에 제한이 생긴다. 남자나 여자 중 한 사람이 소득활동을 한다고 해도 기존 수입의 절반가량은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아이를 낳은 뒤 직장에 복귀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냈을 때 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 비율인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하위권에 속해있다. 지난해 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보면 2022년 이 대체율은 우리나라가 44.6%에 불과하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칠레 등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최소 65%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저출산 심각성은 유아 관련 직종 채용 현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신규 공립유치원 교사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했다. 저출산 여파로 유치원 원아 수가 폭락하면서 폐업 신고한 유치원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 공립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사 신규 임용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서울 공립 유치원 신규 교사 선발 감소세는 두드러진다. 229명 채용했던 2019년에 비해 2021년에는 90명, 2022년에는 42명, 올해에는 10명이다. 해가 바뀔수록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신규 교사도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을 합해 총 3561명을 뽑았지만, 내년에는 404명 줄어든 3157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유통 업계에서도 어린이나 영유아에 집중했던 사업을 성인 위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제과 업계에서는 농심의 먹태깡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대열풍을 일으켰던 이 제품은 사실상 성인 입맛에 맞춘 제품이다. 기존 과자는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타깃 층을 성인으로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분유 등 어린이, 영유아 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몇몇 기업들은 성인 맞춤 단백질 제품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기존 사업 제품을 찾는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400배 늘어난 약 4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식품 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유아 수가 감소하고, 노년층 수가 증가하면서 여러 기업들은 고령 친화식이라 불리는 실버푸드 케어푸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시장 규모는 2014년 6526억 원, 2017년 1조 1000억 원, 2020년 2조 원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오는 2025년까지는 3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위기로 노인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예정처
예청처가 예측한 합계출산률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예정처

사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사회 곳곳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됐으며, 나중에는 더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기업과 정부는 제도적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순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출산 직후 장려금 등 금전적 지원이 따르면 분명 도움은 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마음 편히 키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출산을 지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있어야 하지만 일시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출산 후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선순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 역시 남자든 여자든 출산 후 일터로 돌아왔을 때 복귀를 지원할 수 있는, 양질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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