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까?
[월드 프리즘]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10 06:09
  • 수정 2023.10.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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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사진 = 연합뉴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사진 =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해 양측 사망자가 500여 명까지 급증하고, 이스라엘이 전투기 등을 동원해 보복 공습을 감행하면서 가자지구에서도 최소 232명이 죽고 1천700명 가까운 주민이 부상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CNN방송은 9일(현지 시각)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동 정세 변화에 대한 불안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는 주말에 가자지구에서 수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스라엘 영토까지 침투해 지상전을 펼치는 기습 공격을 감했다. 이번 공격으로 중동 지역을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 협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사 목표물 모두를 공격하고 있으며, 몇 명인지 알려지지 않은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았는데, 그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이 인질들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하마스 포로와 교환하는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은 다수의 팔레스타인 포로를 하마스가 억류한 이스라엘인들과 교환해온 전력이 있다.

하마스는 붙잡은 이스라엘 인질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항에 인간 방패로 삼아 분산 수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 말고도 하마스에게는 더 큰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은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그리고 모로코와 수단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역사적으로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 때문에 이스라엘을 국가나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협정은 놀라운 돌파구로 받아들여졌다. 반면에 자신들의 주장과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당연히 이 협정에 반대했다.

실제로 ‘아브라함 협정’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다. 쿠슈너는 ‘팔레스타인 프로젝트(Palestinian projects)’를 위해 500억 달러를 조성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위해 2019년 바레인에서 개최된 투자 컨퍼런스를 팔레스타인이 보이콧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들의 관행을 깨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동예루살렘의 일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극했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전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아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만일 이것이 성사된다면 중동 재편에 ‘아브라함 협정’보다 더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사진 = 연합뉴스]

이를 위한 미국의 물밑 작업은 작지만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비행기가 이제 사우디 왕국 영공을 날 수 있게 되었고, 지난달에는 이스라엘 각료가 사우디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관리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대 방식으로 예배를 드렸는데,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슬람권 최대 성지(聖地) 두 곳이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를 이룬다면 이는 엄청난 상징과 함께 이스라엘에게 실질적인 안보상의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반세기 전인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는 두 아랍 국가인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가장 위협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면에서 이해관계를 끈끈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사우디 협정의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브라함 협정’에서 소외되었던 팔레스타인은 향후 이스라엘-사우디 협정에서도 그들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 정부는 역사상 가장 극우 성향을 띠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목표에 가장 무관심하다. 동시에, MBS로 알려진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또한, 사우디 왕국의 명목상의 수장이면서 현재 와병중인 것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아버지 살만 국왕보다 팔레스타인 이익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사우디를 사실상 통치하는 실권자는 MBS인 것이다.

관련해서 MBS는 2주 전 보기 드물게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매일매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정세 변화들은 하마스 무장세력이 지금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해 미국이 중재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성화 모색이 좌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최대 수혜자는 오랫동안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이 될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20년 테러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이란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화해 무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과친해지려는 도박을 하는 나라들은 실패할 것이다. 그들은 지는 말에 돈을 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지난주 토요일, 하메네이의 최고 군사 고문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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