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녹색 식민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네바다주 리튬 광산 개발
[월드 투데이] ‘녹색 식민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네바다주 리튬 광산 개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15 04:37
  • 수정 2023.10.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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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주의 ‘태커 패스(Thacker Pass)’ 리튬 광산을 표시한 지도 [사진 = BBC]
네바다 주의 ‘태커 패스(Thacker Pass)’ 리튬 광산을 표시한 지도 [사진 = BBC]

전기 자동차가 지구촌 기후 변화를 줄일 수 있는 대안 주 하나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되었고, 리튬은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이다.

BBC는 8일(현지 시각) 미국 내 최대 리튬 매장지인 네바다 주의 광산 개발과 관련해 개발 기업, 지역 주민, 환경운동가들 사이에 불붙고 있는 논쟁에 대해 보도했다.

오리건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네바다주 고지대 사막에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 금속인 리튬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이 리튬을 채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리튬 채굴 논란은 그동안 정치적 논쟁에서는 늘 같은 편이던 이 지역 공동체를 갈라놓고 있다. 환경운동가들과 원주민들이 새롭게 불붙고 있는 리튬 러시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환경 공동체가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리튬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환경 단체 ‘그레이트 베이슨 리소스 워치(Great Basin Resource Watch)’의 이사였던 글렌 밀러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3월에 미국 광산 업자들은 네바다 주 산악 지대 해발 1,219미터에 위치한 ‘태커 패스(Thacker Pass)’ 광산으로 몰려들었다. 고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되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태커 패스’ 광산은 황량한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산쑥(sagebrush)이 무성한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리튬을 생산하는 자원 개발 기업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는 지난 수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마침내 해당 지역 광산 개발 입찰권을 따냈다.

미국이 세계 전기 자동차 분야를 선도하기를 희망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 자동차에 필수적인 리튬을 미국 내 조달하기를 원한다고 명확하게 밝힌 바가 있다. 그는 미국이 작년의 경우에는 호주, 칠레, 중국 등에서 리튬의 “거의 100%”를 수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환경론자들은 리튬을 추가로 채굴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맞서고 있다.

갈등

“채굴 작업은 실제로 환경에 매우 해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튬 채굴 허용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레이트 베이슨 리소스 워치’의 존 해더 이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사람이 습관만 바꾸면 광물 수요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놓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리튬 광산은 ‘그레이트 베이슨 리소스 워치’ 내에서조차 다른 의견을 낳고 있다.

이 단체의 전직 이사였던 밀러는 광산 개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 작년에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저는 기후 변화 해결이 절실한 과제라고 생각하며, 리튬은 교통 수단을 전기화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핵심 요소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밀러는 네바다대학의 교수 출신이다. 그의 연구 중 일부는 ‘리튬 아메리카’의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그는 광산 개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그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지, 리튬 채굴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만, 자동차를 타지 말라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리튬 아메리카’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 부사장인 팀 크라울리는 자신이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네바다 주에서 광산 개발 옹호자로 활동하며 광산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환경론자들과 많은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갈등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태커 패스(Thacker Pass)’ 광산 인근 센티널 락(Sentinel Rock)에 집결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지역 주민들 [사진 = BBC]
‘태커 패스(Thacker Pass)’ 광산 인근 센티널 락(Sentinel Rock)에 집결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지역 주민들 [사진 = BBC]

‘역사적 장소로 보존되어야 한다’

센티널 락(Sentinel Rock)은 독특한 지형 때문에 일부 지역 주민들에 의해 ‘니플 락(Nipple Rock)’이라고도 불린다. ‘레드 마운틴 사람들(The People of the Red Mountain)’이라는 아메리카 원주민 단체 회원들은 매년 이곳에서 행사를 갖고 그들의 선조가 ‘태커 패스(Thacker Pass)’ 광산에서 살해된 아픈 역사가 있다고 주장한다.

쇼쇼니-배녹(Shoshone-Bannock) 부족과 파이우트(Paiute) 부족은 이 지역이 1865년 잔학 행위가 벌어진 장소라고 믿고 있다.

“미 기병대는 현재 광산이 발굴되고 있는 바로 이 지역으로 사람들을 몰은 뒤 학살했습니다.”

‘레드 마운틴 사람들’ 회원인 카일라 파렐-스미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곳은 비극의 현장입니다. 역사적인 장소라는 말입니다. …… 그런데 애석하게도 기업들은 이 말을 귀 담아 듣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레드 마운틴 사람들’의 주장은 비록 해당 지역의 소유권이 미국 국토 관리청에 있기는 하지만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훔친 땅이므로 지역 주민들이 토지 사용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것이다.

그러나 ‘리튬 아메리카스’는 그런 학살이 현장에서 벌어졌다는 증거가 없으며, 자신들은 법정에서 승소했다고 주장한다.

‘리튬 아메리카스’의 크라울리 부사장은 또한 현지 원주민들 중 일부는 이미 광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개발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카일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곳은 매우 외떨어져 있어 돈벌이가 되는 일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광산에서 일자리를 찾은 원주민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일라 같은 사람들에게 미국 원주민들의 식민주의 역사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녀는 ‘태커 패스’ 광산이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확신한다. 그녀는 이번에는 기후 변화 방지라는 미명 하에서 원주민의 권리가 다시 한 번 무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녹색 식민주의’는 부유한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 자원을 갈취해 이권을 챙기는 행위를 가리킨다.

“우리는 호화 제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매우 불공평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더 많은 리튬 광산이 개발되어야 함’

리튬 광산 개발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리튬은 적어도 2026년까지는 이곳에서 생산되지 않을 것이며, 생산될 경우 제너럴 모터스(GM)로 보내질 것이다.

‘레드 마운틴 사람들’의 걱정은 이 광산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데에 있다. 이곳에는 리튬이 많이 묻혀있으며 채굴을 노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크라울리 부사장은 이 지역에 대한 ‘리튬 아메리카스’의 야망에 대해 감추지 않는다.

“미국이 리튬을 자급자족하려면 미국에서 더 많은 리튬 광산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만약 그가 옳다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이 지역 전체가 리튬 광산으로 변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는 지구를 구한다는 명분 하에 진행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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