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일론 머스크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머스크, X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
[이-팔 전쟁] 일론 머스크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머스크, X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15 04:57
  • 수정 2023.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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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옛 트위터) 로고 [사진 = 연합뉴스]
X (옛 트위터) 로고 [사진 =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X(옛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에게 X에서 확산하는 가짜뉴스에 대해 즉각 조치하라고 경고했다. 

티에리 브레통 EU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머스크에게 서한을 보내 “EU는 X가 불법 콘텐츠와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24시간 이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과 관련된 가짜뉴스와 폭력적인 영상에 적절히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머스크의 콘텐츠 규제 완화로 인해 X가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되면서 전 세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론 머스크는 X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마리나 하이드(Marina Hyde)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녀는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오래전인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케이블 TV가 뉴미디어로 자리 잡던 시절, ‘선(Sun)’지의 편집자로 있을 때 악명을 떨쳤던 켈빈 맥켄지는 ‘Live TV’라는 뉴스 방송국을 개국하는 책임을 맡았다.

‘Live TV’는 뉴스를 전달한다는 미명 하에 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여러 종류의 저질 콘텐츠를 내보냈다.

여성 진행자가 상반신을 노출하고 다트를 던지거나, 아나운서 뒤에서 뉴스 내용에 따라 감정을 표출하는 거대한 모양의 ‘News Bunny’라는 토끼를 등장시키거나, 여성 진행자가 어디에 투자할지를 추천하면서 속옷만 남기고 탈의하는 ‘Tiffani의 Big City Tips’ 등이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일기예보의 경우에는 영화 ‘초콜릿 천국(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에서 움파룸파(Oompa Loompa) 역을 맡았던 한 남성이 트램펄린을 타면서 예보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뉴스 진행 포맷은 시청자의 관점에 따라 오늘날 사이버 세상의 가장 추악한 모습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긍정적인 모습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Live TV’ 포맷은 빠르게 쓰레기로 변해갔다. 현대 온라인 세상의 일부와 매우 흡사하게 변해갔던 것이다. 

뉴스 매체의 책임자로서는 어울리지도 않고 잔인했던 매켄지는 회사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계략을 실천해나갔다. 그는 스튜디오나 방송 제작실에 들어가서 무작위로 누군가를 해고하곤 했다.

이러한 느닷없는 해고가 당시 진행 중인 생방송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면 그는 자신이 회사의 재정 절약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는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었을까?

필자는 작년에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한 뒤 가짜뉴스와 싸우던 대부분의 팀을 즉시 해고했을 때 ‘Live TV’와 매켄지를 떠올렸다. 주지하다시피 그래도 X(트위터) 플랫폼은 계속 굴러갔다.

그러나 그것은 악마에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적 거래(더 정확하게는 파우스트적 퇴직 거래)였는데, 그 증거는 지난 토요일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몇 시간, 며칠 동안 이 플랫폼에서 벌어진 일들로 명확히 드러났다.

그동안 10년 넘는 세월 동안 트위터는 세계의 주요 사건과 재난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데 결정적 소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오픈 소스 기자들과 민간 조사관들은 주요 소스와 검증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취합된 귀중한 자료들을 종합해 올렸다.

최근 수많은 정보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X는 이제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빽빽한 허위 정보의 숲을 이루고 있다. 2021년 가자지구 소요 사태를 다룰 때 이 플랫폼의 가치를 발견했던 오픈 소스 정보 전문가인 저스틴 페덴은 이번 주말 ‘Wired’에 이제 X에서 유용한 정보에 접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 연합뉴스]

X 사용자 중 일부는 이제 ‘블루 틱(blue ticks)’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게시물을 알고리즘에 따라 홍보하는 사용자도 돈을 따로 낸다.

지난 주말 이러한 게시물들에서는 알제리의 불꽃 축제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뒤바뀌고, ‘Arma 3’ 비디오 게임 영상이 하마스의 공격 장면으로 포스팅 되고, 시리아 내전의 예전 동영상들이 지금 텔아비브 공항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처럼 둔갑해서 개시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완전한 가짜 사진이 ‘블루 틱’을 단 채 BBC 기자로 가장한 계정에 게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머스크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대 자본가 머스크는 자신이 440억 달러나 퍼부은 플랫폼의 대화 주도권을 다시 한 번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요일 아침 1억 5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쟁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WarMonitors와 @sentdefender가 좋습니다”라고 권고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로 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해도 좋을 정도로 선한 사용자들의 계정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5월 두 계정 모두 허위 계정을 퍼뜨렸다. 둘 모두는 미국 국방부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고, 그 결과 미국 주식은 즉시 출렁거렸으며, @WarMonitors는 반유대주의 성향의 혐오가 담긴 콘텐츠를 게시했다. 

1,100만 명이나 되는 사용자들이 머스크가 게시물을 삭제하기 전에 이를 보았다. 그러고서도 머스크는 이번에도 특유의 머스크적 색깔, 즉 최악의 ‘위장 책임(fake responsibility)’을 들고 나왔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가능한 한 진실에 가깝도록 노력해 주세요.”라고 자신을 미화한 것이다.

지난달 EU는 X가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중 허위 정보 비율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브뤼셀에서 나오는 주장은 아무리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도 화요일 아침에 발표될 때마다 학술적인 공염불 같은 느낌을 준다. 

현재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견제와 균형의 고삐가 풀려버린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소름끼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속에서 이익을 챙기는 자들은 테러리스트, 선동가, 악당들이다. 엄지족이나 마우스 클릭족들로서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현실 비용, 즉 가짜뉴스를 신봉하는 데에는 형언할 수 없는 비용이 뒤따른다.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52세의 견습 마법사는 지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을 점점 더 입증하고 있다. ‘피터의 법칙’이란 자신의 업무를 잘 수행한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것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 승승장구한다는 오래된 이론이다.

머스크는 분명히 자신의 거대 전기 자동차 회사와 거대 우주 로켓 회사를 운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그가 토플리스 차림으로 다트를 던지던 여성 앵커의 상사로서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는 X의 운영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별 문제가 없을 때에는 이 사실이 인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만, 정말 운이 나쁜 날이 닥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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