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오는 31일 핼러윈데이...미국 사상 최대 '120억 달러' 고삐 풀린다
[월드 프리즘] 오는 31일 핼러윈데이...미국 사상 최대 '120억 달러' 고삐 풀린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27 05:16
  • 수정 2023.10.2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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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의상을 입은 미국인들 [사진 = 연합뉴스]
핼러윈 의상을 입은 미국인들 [사진 = 연합뉴스]

다가오는 31일은 핼러윈데이이다. 생활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핼러윈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지갑을 스스럼없이 열면서 금년 핼러윈데이의 시장 규모가 1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BBC가 26일(현지 시각) 시장조사 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녀나 유령 놀이를 즐기는 시즌이 다시 찾아왔다. 소비자들은 이때가 되면 지갑을 활짝 열게 된다.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즌에서의 소비는 줄어들 줄을 모르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핼러윈데이에 많은 돈을 지출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축일이 미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엄청나다. ‘미국 소매협회(NRF)’는 미국의 2023년도 핼러윈데이 지출이, 106억 달러라는 지난해의 기록적인 액수를 넘어 사상 최대인 1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핼러윈 소비는 비싼 선물을 주로 하는 하누카 축일(Hanukkah, 유대교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및 돈이 많이 들어가는 가족 축제인 추수감사절, 또는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이슬람 명절)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소비자들이 유령이 출몰하는 이 기간 동안에도 현금을 물 쓰듯 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NRF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핼러윈데이에 의상, 사탕, 가정 장식 용품 및 파티 용품 구입에 1인당 평균 108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비해 캐나다는 인구 중 절반만이 올해 캐나다 달러로 50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핼러윈은 단순히 몇 시간 동안 ‘트릭 오어 트릿(trick-or-treat, 선물을 안 주면 장난으로 괴롭힐 거라는 의미)’을 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빌린 의상을 입고 친구의 파티에 참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단순히 핼러윈 당일 하루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나 어린이 모두에게 ‘핼러윈 시즌’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의미로 다가서게 된다.

소매업체들은 사탕, 호박 등 모든 종류의 핼러윈 상품에 대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매 시즌마다 다양한 상술을 동원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핼러윈 축일 

서구에서 수천년 전부터 ‘핼러윈(Halloween)’이라 불려온 이 기념일은 원래는 훨씬 더 엄숙한 명절이었다. 고대 켈트족이 ‘삼하인(Samhain)’이라 부르며 기렸던 이 날은 여름의 끝이자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가 가장 옅어지는 날을 의미했다.

그들은 이날이 되면 선한 영과 악한 영이 지구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의상을 차려입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이 영혼들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이러한 의식은 일부 이교(異敎) 신자들 사이에서만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신앙과는 상관없이 핼러윈을 즐긴다. 바로 익숙함과 친숙함 때문이다. 

“인간은 의식을 좋아합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풀 경영대학의 마케팅학과의 스테이시 우드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 

“의식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축하 행사든 단순히 즐기는 파티든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의식에 동원되는 물질’이다. 바로 핼러윈에 동원되는 의상과 사탕, 호박을 의미한다.

우드 교수는 이러한 물건들은 기념일 의식을 축하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구매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의 소비는 일반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경제 여건이나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멈추지를 않게 된다. 우드 교수는 핼러윈 의상과 같은 의식 물품에 대한 지출은 “매우 비탄력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쇼핑을 계속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에 일부 핼러윈 매장들이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핼러윈 소비는 팬데믹이 최악이었던 시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리고 NRF는 2020년에도 소비자들이 핼러윈을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데 여전히 8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그해 우드 교수가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힐의 주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을 최대로 경계하면서도 핼러윈을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의 이웃 중 한 명이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뿌리기 위해 투석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것은 하나의 일화에 불과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2020년 핼러윈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탕을 가지고 집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 조사·분석 전문 업체인 ‘Prosper Insights & Analytics’의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인 필립 리스트는 올해 핼러윈 참여율이 수년 만에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NRF 데이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2%가 핼러윈 파티를 열거나 참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이었다”라고 리스트 부사장은 말했다.

미국인들은 올 핼러윈 때 집을 꾸미는 데에만 39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핼러윈 소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소매 분석가인 브루스 윈더는 핼러윈 실내 데코레이션 품목 중 일부만 계산해도 수백, 심지어 수천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홈디포(Home Depot)’에서 판매하는, ‘Skelly’로 널리 알려진 12피트에 이르는 거대한 해골 장식은 가격이 300달러나 하는데도 올해 이미 세 번이나 완판되었다.

미국의 핼러윈 매장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핼러윈 매장 [사진 = 연합뉴스]

핼러윈 상술

전 세계의 소매업체는 유령이 출몰하는 계절의 스릴을 재빠르게 간파하고 매출 증대에 활용한다. 캐나다의 할인점 체인 ‘Zellers’에서 계절 상품 판매 관리자이기도 한 윈더는 핼러윈 호객 행사는 10월 31일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소매업체의 관점에서 볼 때 핼러윈 시즌은 매출 증가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고급품’을 판매하는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핼러윈을 위해 집을 꾸미고 한 달 내내 사탕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보고 몇 주 전부터 무엇을 살지를 결정하게 된다.

윈더는 현재의 요동치는 경제 상황으로 인해 2023년에는 고가 품목에 대한 지출이 조금 줄어들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핼러윈 음식과 의상에 많은 돈을 지출할 것으로 예견했다.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로 사람들이 계속 고통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달러 상점(dollar stores), 스리프트 스토어(thrift stores) 등의 저가 소매점은 핼러윈 판매를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이와 같은 창의적인 솔루션은 핼러윈을 “경기 침체로부터 어느 정도 분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윈더는 말했다.

“여느 휴일과 마찬가지로, 돈을 많이 쓸 수도 있고, 조금 저렴하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핼러윈 이야기, 데코레이션, 의상 등을 공유할 수 있게 됨으로써 관련 상품 판매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NRF의 산업 및 소비자 조사부 부팀장인 캐더린 컬린은 핼러윈에 대한 관심 고조는 대부분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복장을 자랑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더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쉬워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분석했다. 

“나는 이 때문에 핼러윈 축일에 더욱 생기가 가미되고 많은 소비자들 또한 핼로윈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요소들이 결합해서 소비가 급증하게 된다. 비록 소비자들이 생활비 상승으로 예산을 줄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자는 의식에 집착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과도하게 종교적 의식에 치우치지도 않고 무리한 지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념일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금리 인상과 정치적 혼란으로 점철된 고단한 세상이라도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하루는 어른들에게도 반가운 위안이 될 수 있다. 

“핼러윈은 현실 탈출입니다. 하루 동안만이라도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창구인 것입니다.”

리스트 부사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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