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동 위기 속에서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한 푸틴
[월드 프리즘] 중동 위기 속에서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한 푸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20 05:56
  • 수정 2023.10.2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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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공통의 위협의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든다”고 강조한 푸틴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 = 연합뉴스]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Belt and Road) 포럼’과 별도로 회담을 갖고 중동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러시아 지도자가 밝혔다. 러시아 지도자는 이 자리에서 “공통의 위협”이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고, 19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주로 개발도상국(Global South) 지도자들과 대표들이 중국 수도에 모인 이번 ‘일대일로 포럼’은 이스라엘과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동 상황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서도 시 주석에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공통으로 위협하는 이러한 외부 요인들로 인해 양국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 국영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측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전했지만,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하마스를 언급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의 시작 연설에서 중동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프로젝트 10주년을 기념하는 이 행사에 24명의 세계 지도자들과 100명 이상의 대표단을 초청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인프라 확대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하고 무역을 강화하려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업이다.

이달 초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감행하면서 촉발된 이번 분쟁은 세계 강대국 간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악화하는 중동 분쟁의 휴전을 요구는 하면서도 하마스를 내놓고 비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과 서방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쏟아내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붕괴를 다짐한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서 중동 사태를 언급한 지도자는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일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나는 56년간의 점령 정책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깊은 불만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이 아무리 심대하다 해도 10월 7일 하마스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테러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집단적 응징 또한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더 공정하고 다극적인 세상”

이날 행사는 또한 시진핑과 3시간 간의 양자 회담에 앞서 개막식에서 중국 지도자 옆에 앉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설까지 한, 이번 행사의 확실한 주빈인 푸틴 대통령 사이의 깊어지는 정치적 신뢰 관계를 뚜렷이 보여주었다.

푸틴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시진핑의 주력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 구상은 “더 공정하고 다극적인 세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추켜세운 동시에 중국과의 깊은 동맹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문명의 다양성과 각국의 발전 모델에 대한 권리 존중을 포함하는 평등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에게 쏟아지는 자국 내의 인권과 정치적 자유 증진에 대한 요구는 일축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한편, 이번 베이징 방문은 최근 푸틴 대통령에게는 보기 드문 해외여행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잔혹 행위와 관련한 전쟁 범죄 혐의로 서방 세계로부터 외면당하고 국제형사재판소의 수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호화로운 회의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신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자화자찬하고 이를 세계를 위한 대안적 발전 모델로 제시하며 “국제 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을 세웠다”고 주장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또한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선도하려는 중국의 야망 확장을 위해 이 행사를 활용했다.

“중국은 현대화를 통해 모든 면에서 더욱 강한 나라를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현대화는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 노력을 통해 모든 개발도상국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은근히 미국을 비난하면서 중국은 일방적인 제재, 경제적 압력, 탈동조화(decoupling), 공급망 붕괴에 반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념 대결, 지정학적 경쟁, 블록화한 정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발전을 위협으로 여기거나 경제적 상호의존을 위험으로 간주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데 방해가 되며 발전을 가속화할 수도 없습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다른 세계 지도자들도 연설을 통해 시진핑의 글로벌 발전 증대와 다자간 협력 체제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일대일로의 출발점인 중국 신짱 위구르 자치구 [사진 = 연합뉴스]
일대일로의 출발점인 중국 신짱 위구르 자치구 [사진 = 연합뉴스]

대안적 세계 질서

수십 년 만에 보는 가장 강력하고 독단적인 중국 지도자 시진핑은 세계 안보와 발전을 놓고 미국에 맞서는 대안적인 지도자로 보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이 개최하는 첫 번째 주요 국제 행사인 이번 포럼에 세계 지도자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한 것은 자신의 역량 확대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국가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려는 그의 노력의 결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중국이 국내 경제 둔화, 높은 실업률, 최근 집권 공산당 상층부의 기이한 조직 개편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베이징 당국은 이번 포럼에서 이러한 도전 과제를 얼버무리는 한편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글로벌 발전에 기여하는 뛰어난 리더십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일대일로’를 활용하고자 했다.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대표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국제적 이익과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 전 세계에 항구, 발전소, 교량, 철도 및 도로를 건설하기 하는 데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 외에는 의지할 만한 세력이 거의 없는 국가들을 포함해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가들은 수요일 베이징에서 ‘일대일로’에 더 많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무장관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의 야르 모하마드 라마잔 교통항공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0개 이상의 국가가 ‘일대일로’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으며 중국은 이 프로그램이 “최대 1조 달러의 투자”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 엔진이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고, 해당국들에서 국가 부채와 환경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대일로’는 역풍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일대일로’에 따른 중국의 인프라 구축이 중국을 세계 최대의 채권 추심국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시진핑 주석은 수요일 연설에서 이러한 비판을 일축하고 이 계획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년 동안 성취한 것은 ‘일대일로’ 협력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 시대의 발전을 나타내며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입니다.”

그는 이렇게 역설했다.

시 주석은 또한 중국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고, 글로벌 인공지능 거버넌스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8개 부분의 행동 계획을 내놓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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