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줌인] 인질 석방 협상에 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줌인] 인질 석방 협상에 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24 05:56
  • 수정 2023.10.2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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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인질 사진 보는 여성 : 지난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최소 3천명의 팔레스타인인과 1천400명의 이스라엘인이 희생됐다. [사진 = 연합뉴스]
하마스 인질 사진 보는 여성 : 지난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최소 3천명의 팔레스타인인과 1천400명의 이스라엘인이 희생됐다. [사진 = 연합뉴스]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들이 나오는 가운데 하마스가 미국 시민 2명을 석방하면서 주로 인질 가족들로부터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남은 인질들의 석방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각)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200명 이상의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임하라는 압력이 이스라엘을 향해 거세지고 있다. 지상전 임박 소식에 더욱 절박해진 인질 가족들이 지상군 투입 전에 인질들을 구출해 달라고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실종자 수색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에 212명 이상이 인질로 잡혀있다고 일요일 밝혔다.

지난 22일 저녁, 인질 가족들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나 거의 2시간이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예루살렘에 있는 그의 관저 밖에 모인 군중들은 애도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한 여성은 이렇게 외쳤다. 이스라엘 국기와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루는 가운데 군중은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세요!”라고 적힌 표지판을 펼쳐 보였다.

가자지구 국경 인근 군기지에서 근무 중 피납된 19세의 이스라엘 여군 로니 에셸의 아버지 에얄 에셸은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지도부가 함께 노력 중이라고, 대통령이 밝혔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우리 아이들을 모집했습니다. 우리의 요청은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것입니다. 한 사람도 빼놓지 말고 모두 데려오십시오.”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한 압력은 이스라엘 내부와 외부에서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인질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동맹 국가의 국적이거나 이중 국적자이다.

10월 7일 공격 이후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미국 시민 10명 중 적어도 일부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중에는 태국인 17명, 독일인 8명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아직은 실종자로 분류된 영국인 7명과 프랑스인 7명 중 일부도 인질로 추정된다.

지난주 20일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 하에 미국 시민인 주디스 라난 모녀를 석방했다. 밤 늦게 국제적십자위원회 위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자지구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최근 이스라엘이 인질과 실종자 수색 담당관으로 지정한 갈 허쉬의 영접을 받은 뒤 이스라엘군 기지로 이동해 가족과 재회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풀려난 미국인 인질 2명과 대화를 나눈 뒤 그들을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그는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 할 일이 더 많이 남았고 우리는 더 많은 인질들이 석방되기를 희망합니다. 결론은 한가지 입니다. 인질들 모두 무조건 석방되어야 합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더 많은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에 더 많은 구호물품이 들어갈 시간을 벌기 위해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고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인질 구출을 위해 지상군 투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직접 말한 것처럼 비쳤지만, 백악관은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질문을 잘못 들었고 단순히 석방을 원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 석방된 미국인 모녀 [사진 = 연합뉴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 석방된 미국인 모녀 [사진 = 연합뉴스]

이러는 와중에 하마스 산하 ‘알 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의 발표 이후 이스라엘 관리들에 대한 협상 압력은 더욱 커졌다.

그는 미국인 인질들을 석방한 다음 날 “우리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이스라엘 인질 2명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스라엘 점령군 정부는 그들을 인수하기를 거절했다”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인질을 더 석방하겠다는 하마스의 이같은 주장을 “가짜 선전전”이라 부인하며 “우리는 모든 인질과 실종자를 구출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가족들은 일단 지상 작전이 시작되면 더 이상의 인질 구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질의 친지들은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군 본부 밖에서 협상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10월 7일 이후 그나마 남아 있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이스라엘 대통령 관저 밖에서 수십 명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는 루스 할페린-카다리는 이렇게 주장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완전히 위반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법학자이자 국제 여성인권 운동가인 할페린-카다리는 인질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갈 허쉬를 책임자로 임명한 것을 “불안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허쉬가 미국인 주디스 라난 모녀의 석방에 임한 태도를 지적하며 “그들은 그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임명한 것이 아니라 총리와 그의 가족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삼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 카메라 앞에 나와 풀려난 인질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는 자기 개인의 포장에 관심이 더 많아 보입니다.”

가자지구 주변의 이스라엘 공동체에는 아직도 실종자가 많이 있지만 시신의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려 모두 인질로 추정하고 있지는 않다.

실종된 영국 여성 노이야 샤라비의 경우 가족이 일요일 그녀의 사망을 정식으로 확인했다. 그녀의 13세 여동생 야헬과 어머니 리안도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녀의 아버지 엘리는 아직 실종 상태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최소 1,400명이 사망하자 이스라엘 관리들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맹폭으로 지금까지 4,6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4,245명이 부상을 입었다.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인질들의 무조건 석방을 요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억류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일부와 교환을 위해 인질들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이스라엘 평화 협상가였던 다니엘 레비는, 라난 모녀의 석방으로 다른 인질 가족들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생기면서 이스라엘 관리들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석방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서광이 비추게 된 겁니다. 가족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창구가 더 열린 거지요.”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라난 모녀의 경우 국적 때문에 석방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구금된 장소 때문에 선택되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어쩌면 인질 이동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질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기 쉬웠을 가능성도 있고요.”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또 인질 구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카타르 관리들의 역할을 지적했다. 

“협상 채널의 존재와 이러한 채널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가 담당자들의 중요함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프랑스 국적자 미아 셈이 다친 팔을 치료받는 모습이 지난 16일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담겨 있다. 셈은 이 영상에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마스 텔레그램 영상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프랑스 국적자 미아 셈이 다친 팔을 치료받는 모습이 지난 16일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담겨 있다. 셈은 이 영상에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마스 텔레그램 영상 캡처]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 마지드 알 안사리는 “우리는 우리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기가 완화되고 평화가 회복되기를 바라며, 모든 민간인 인질들의 석방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하마스는 지난주 구금된 인질 중 최소 22명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더욱 확대하기 전에 자국민을 석방에 노력하라는 외국 정부의 압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하마스는 폭격으로 사망한 인질들에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 및 멕시코의 이중 국적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인질 중 한 명인 미아 셈(21)의 어머니 케렌 샤프 셈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내 아이를 집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온 세상에 간청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서 열린 음악 축제 관람을 갔다가 납치된 딸의 사진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울먹였다.

하마스는 장갑을 낀 채 부상당한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프랑스-이스라엘 이중 국적 시민 셈의 영상을 공개했는데, 그녀가 카메라를 향해 연설하는 동안 멀리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그들은 나를 돌보고, 치료하고, 약도 주었습니다.”

미아 셈은 하마스가 공개한 동영상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중에 딸의 표정이 겁에 질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하마스 침공 일주일 후 네타냐후를 만난 일부 인질 가족들 중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실종자 중 한 명인 에이탄의 아버지 츠비카 모르는 앞서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뒤 이스라엘 라디오에 나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국민은 우리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더라도 희생을 치르고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 관리인 아비 멜라메드는 가자지구에 인질이 억류되어 있는 다른 국가들의 압력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정책은 인질 문제와 지상군 투입을 분리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문제와 전쟁을 별개로 판단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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