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고기 메뉴에 기후 경고 라벨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월드 프리즘] 고기 메뉴에 기후 경고 라벨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11.04 06:39
  • 수정 2023.11.0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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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더럼대학교 실험에 쓰인 육류 섭취와 기후 경고 라벨. [사진=타임 캡쳐]
영국의 더럼대학교 실험에 쓰인 육류 섭취와 기후 경고 라벨. [사진=타임 캡쳐]

세계 여러 곳에서 사람들의 금연을 장려하기 위해 담배 겉포장에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과격한 경고 그림들을 넣으면서 금연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전략을 환경을 위한 육류 섭취 자제 캠페인에 사용하는 것은 어떨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매체 타임이 보도했다.

미 식품영양 저널 애피타이트(Appetite)에 따르면, 영국에서 이뤄진 한 실험에서 고기 메뉴에 기후 경고 라벨을 붙였더니 실험 참가자들이 육류를 선택하는 횟수가 7.4% 감소했다. 또한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이런 라벨을 붙이는 것에 대한 정책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육류는 비만, 심혈관계 질환, 암에서부터 환경 오염, 탄소 배출 증가, 생물의 다양성의 손실까지 여러 위험의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또한 육류 생산이 인수공통감염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타임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공장형 농장들이 바이러스가 빨리 퍼지도록 만드는 환경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이처럼 건강, 기후, 팬데믹과 관련한 우려 중 어떠한 것이 육류 소비 감소에 가장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있었다.  

영국 더럼대학교의 심리학부 대학원생 연구원 잭 휴즈가 이끄는 연구에서 1,001명의 성인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이 대학 구내식당에 있고 4개의 식사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상을 하게 했다. 육류, 생선, 채식주의, 비건(vegan, 완전한 채식)이다. 

한 그룹에서 육류 옵션은 ‘고기를 먹는 것은 건강에 나쁘다’라는 글과 함께 심장마비가 온 사람의 그림이 있는 라벨을 함께 제시했는데, 대조군에 비해 8.8%가 고기 선택을 안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그룹은 잿더미가 된 숲의 이미지와 함께 기후 경고 라벨을 제시하자 육류 선택이 7.4% 감소했고, 세 번째 그룹은 외래 동물의 고기 그림과 함께 팬데믹 경고 라벨을 제시했는데 육류 선택이 10% 감소했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14%에서 20%의 막대한 양이 육류 생산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2023년 3월에 공개된 한 연구는 현재의 식품 소비율로 세계가 21세기 말까지 섭씨 1.5도 상승을 넘어설 것이며, 상당 부분 가축으로부터 발생하는 메탄가스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채식 위주 섭취로의 전환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정부에 넷-제로 계획에 관한 조언을 하는 기후변화위원회가 육류 소비를 2030년까지 20% 줄이자고 촉구했다. 휴즈는 매체 타임에, 라벨 실험의 효과를 봤을 때 목표의 반은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험에서 팬데믹과 건강과 관련한 경고 라벨들이 기후 경고 라벨보다 더 효과가 컸지만, 이는 영국의 정책 옵션에서 인기가 덜하다고 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다른 두 주제보다 기후 라벨에 더 지지했다. 이를 볼 때, 육류 제품에 고기의 영향에 대한 경고를 붙이는 것은 생각보다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휴즈는 말했다.

애피타이트에 게재된 이 연구는 기후 경고 라벨이 고기 섭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첫 연구가 아니다. 2021년 미국에서 비슷한 연구를 시행한 적이 있는데, 이 때는 식료품점에서 파는 즉석식품에 경고 문구만 있는 라벨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두 연구의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미국과 영국의 문화적 차이일 수 있지만, 영국에서의 연구에서는 문구에 이미지를 함께 넣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정보의 과학적 출처에 대해 눈에 띄게 명시했다. 바로 WHO, 유엔 식량농업기구, 하버드의과대학이다.    

휴즈는 “기업과 식당 들이 이 연구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알 수 없다. 현실 세계에서 시행된다면, 육류에 이 경고 라벨들을 함께 넣는 것이 사람들이 선택하는 고기의 양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연구가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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