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줌인] 배고픔과 구타, 이가 끓는 인질 생활...풀려난 인질들의 증언
[이스라엘 줌인] 배고픔과 구타, 이가 끓는 인질 생활...풀려난 인질들의 증언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03 06:32
  • 수정 2023.12.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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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적십자사 관계자들에게 인질들을 인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적십자사 관계자들에게 인질들을 인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꼼짝 못 한 상태에서 어둠 속에 갇혀 죽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공급 받았습니다.”

하마스에 끌려갔다가 이번 협상을 통해 풀려난 일부 인질들의 입을 통해 가혹한 구금 생활에 대한 증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잡아간 인질들은 유아부터 80대까지 약 240명에 달했다. 이번 인질 협상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수십 명이 석방됐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실종된 상태다.

현재 적십자사와 인도주의 단체들은 인질들과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친지들과 외부 세계는 남아있는 인질들의 상태에 대해 석방된 사람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래는 풀려난 인질들이 친지들이나 언론에 털어놓은 증언을 종합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 협정 조건에 따라 석방된 인질들의 대부분은 여성, 어린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금요일 현재, 풀려난 성인 남성으로는 러시아 시민권을 소지한 이스라엘 남성 한 명 뿐이고, 이스라엘 군인은 한 명도 없다.

인질은 여러 집단들에 의해 다양한 장소에 분산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들을 붙잡고 있는 팔레스타인 단체나 구금 장소에 따라 인질들에 대한 대우가 다른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둠 속에 갇혀 들은 끊임없는 포격 소리

아디나 모셰의 조카 에얄 누리는 이모가 이스라엘의 안전가옥 형태로 건설된 집에 있다가 하마스에 붙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간 뒤 지하 5층 터널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모를 터널로 데려갔습니다. 그녀는 터널의 진흙 바닥을 맨발로 걸었습니다.”

그는 모셰의 인질 생활은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다고 대신 전해주었다.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모와 다른 인질들은 몇 시간 동안이나 터널 안을 걸어야 했습니다.”

에얄 누리는 이모가 하루에 두 시간만 불이 들어오는 지하 방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어둠은 캄캄한 암흑 그 자체도 두려웠지만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모든 정보가 차단된 인질들의 감각과 상상력은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누리는 “인질들은 지상의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석방되기 전날까지 폭격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폭격이 갑자기 중단되자 그들은 놀라움과 함께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짐작했습니다.”

아디나 모셰가 묘사한 가자지구 지하의 터널 네트워크는 이번 임시 휴전 협상과 별도로 분쟁 초기에 석방된 85세 할머니 요체베드 리프시츠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토마스 핸드는 인질로 끌려간 자신의 어린 딸 에밀리 핸드도 지하 깊은 곳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한때 사망했다고 여겨졌던 에밀리가 인질로 잡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핸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가자지구 어딘가의 지하 터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었다.

“오늘 11월 17일이 딸의 9번째 생일이에요.”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딸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거예요. 당연히 생일 케이크나 파티, 축하해줄 친구도 없겠죠. 딸은 가자지구 터널에서 떨고 있을 겁니다. 내 딸이 9번째 생일을 이런 식으로 맞이하네요.”

토마스 핸드는 친구 힐라 및 힐라의 엄마 힐라 로템-쇼샤니와 함께 딸이 풀려난 뒤 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어떤 집 옥상에 구금되었었다고 들려주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동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며 팔레스타인 영토로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자 로템과 소녀들은 건물에서 건물로 뛰어다녀야 했다.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폭격 하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토마스 핸드는 이렇게 말했다. 관측통들은 가자지구 북부 건물의 약 40~50%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으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지난 수요일 가자지구 인구의 거의 80%에 해당하는 180만 명이 이재민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토마스 에밀리가 인질 상태에서 시간 감각을 잃었을 것이라는 아빠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감금된 지 50일 만에 풀려난 어린 소녀는 아빠에게 1년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것 같다고 털어놓았던 것이다.

일시 휴전 중 야외서 불 쬐는 가자지구 어린이들 : 지난달 27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 주변에 피워진 불 옆에 앉아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난달 30일 오전까지 이틀간 일시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일시 휴전 중 야외서 불 쬐는 가자지구 어린이들 : 지난달 27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 주변에 피워진 불 옆에 앉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침묵을 강요당한 인질 생활

“에밀리를 보자마자 가슴이 아팠던 일 중 하나는 아이가 말을 속삭이듯 소곤소곤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거의 들리지 않아 딸의 입에 귀를 갖다 대야 할 정도였습니다.” 

토마스 핸드는 딸이 막 풀려난 상태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그녀는 침묵을 강요받았던 겁니다.”

에밀리와 힐라는 풀려난 후에도 한동안 속삭일 뿐이었다. 핸드는 3일 뒤부터는 에밀리의 말소리를 약 1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울 때는 침구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죽이곤 했다.

에밀리는 “조용하라!”는 아랍어에 익숙할 정도라고 한다. 어린이 인질들은 침묵 속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카드 놀이를 하는 것만 허용되었다.

에이탄 야할로미(12)도 하마스가, 침묵 속에서 10월 7일 공격을 미화한 영화를 강제로 보도록 했다고, 그의 이모 데보라 코헨이 CNN에 대신 증언했다.

인질 사태 이후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Hostages and Missing Family Forums)’이라는 단체를 만든 오메르 루바톤 그라노트는 하마스는 에이탄이 울면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조용히 하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이들의 증언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인질들의 처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라노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들은 어떤 어린 자매 인질들에게 가족이 모두가 죽어서 너희는 갈 곳도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거지요”

입에 풀칠 할 정도의 음식

10월 24일 이웃과 함께 풀려난 인질 리프시츠에 따르면 인질들은 그들을 지키는 전사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먼저 풀려났던 루스 먼더 할머니는 인질 생활이 계속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인질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이스라엘 방송 ‘채널 13’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다.

유엔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소량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모든 물질을 철저히 봉쇄함에 따라 가자지구에 “대규모 전염병과 기아가 발생할 것”을 경고한 바가 있다.

처음에는 지키는 전사들이 인질들에게 닭고기, 쌀, 통조림, 치즈를 지급했다. 먼더는 “아침에 일어나면 차를 마시고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차와 과자가 지급되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상황이 악화되면서 모두 굶기 시작한 겁니다.”

아디나 모쉐는 지하 터널 내 감금된 곳에서 “쌀과 통조림 콩만 지급됐는데 배가 아파서 가급적 먹지 않으려 했다”고 그녀의 조카가 전했다.

에밀리 핸드는 아침은 빼놓지 않고 먹었고 점심이나 저녁은 가끔 먹었다고 아빠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배가 너무 고파서 올리브오일에 평범한 빵도 반갑게 먹었다고 한다. 그녀는 풀려난 뒤 식탐이 “말처럼” 늘었지만, 그녀의 소화 상태를 염려한 아빠는 현재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석방을 포함해 풀려난 인질들을 처음 맞는 친지들은 살이 빠지고 피부가 창백해진 인질들의 상태를 보고는 한결같이 충격을 받는다.

태국인 인질이었던 우타이 생누안은 아직 풀려나지 못한 태국 인질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휴전 4일차에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 [사진 = 연합뉴스]
휴전 4일차에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 [사진 = 연합뉴스]

육체적 정신적 상처

에이탄은 가자지구로 끌려가 처음에 구타를 당했다고 그의 이모가 증언했다. 

“제가 순진한 건지 모르지만, 나는 하마스가 인질들을 가혹하게 대우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틀렸습니다. 그들은 괴물입니다.”

그녀는 하마스 인질범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에밀리 핸드는 맞은 적은 없다고 말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딸은 큰소리로 겁만 줘도 말을 잘 들었을 거라고 말했다.

에밀리의 친구 힐라의 삼촌인 야이르 로템은 조카가 자신이 겪은 인질 생활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힐라는 이제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3인칭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끔찍한 일을 봤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인질 상태에서 풀려난 태국 인질 마니 지라차트를 면회한 그의 아버지 춤프론 지라차트는 아들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감금된 동안 벌레에 물려 고통을 겪었다”고 대신 들려주었다.

토마스 핸드도 딸이 벌레에 물렸다고 말했다. 

“딸의 머리가 머릿니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이는 처음 봤습니다.”

그는 큰딸과 에밀리 머리카락을 계속 빗질했다고 한다.

“빗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이들이 잔뜩 나왔습니다.”

한편, 엘마 아브라함(84)은 중병을 앓는 상태로 가자지구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인공호흡기부터 달아야 했다.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의 의료팀장인 하가이 레빈 박사는 그녀의 몸이 그 자체로 그녀가 겪은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몸을 보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수갑이 채워진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기본적 치료를 받지 못해 화학적 피해를 입은 겁니다.”

회복 과정

인질들의 원상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사례를 들어 구금되었다 풀려난 사람들은 불안, 우울증, 방향 감각 상실, 슬픔, 외상 후 스트레스, 생존자의 죄책감 등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10월 7일 공격으로 많은 인질들이 집을 잃었다. 그들 중 일부는 친지들이 살해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질 중 일부가 치료를 받은 이스라엘 ‘슈나이더 아동 의료센터’의 에프라트 브론-할레프 박사는 인질들의 상태를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는 수많은 어린이와 여성 인질들로부터 경험을 들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의료인로서 우리가 정말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풀려난 인질들은 굳건한 의지와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5일 동안 처음에는 움츠러들었던 아이들이 하루 이틀 지나니 벌써 병동을 뛰어다니며 떠들고 놉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7일 포로로 잡혀간 인질들 137명이 아직도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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