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부동산 PF 리스크 시한폭탄 우려”…올해 부도난 건설사만 13곳
[건설 FOCUS] “부동산 PF 리스크 시한폭탄 우려”…올해 부도난 건설사만 13곳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3.12.04 09:47
  • 수정 2023.12.0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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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HN Inc·대우산업개발’ 법정관리…경남, 남명건설 부도
건설사 부도 처리, 4년 만에 최다·폐업 건수도 17년 만에 최대
과도한 PF 사업장 수두룩…내년 상반기 도래하는 PF 규모 3.5조
금융권 추산 ‘위험 노출액’ 규모만 6조…PF 대출 옥죄기 확대
쪼그라든 PF에 건설업계 신음…“내년 부도 도미노 현상 심화”
서울 시내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부동산·건설 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게 되면서 건설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 및 PF 대출 등의 여파로 건설사 추가 부도가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하반기 자금줄이 막힌 건설사의 숨통을 뚫고자 정부 당국이 부동산 PF 대출 지원 완화 등 금융지원책을 내놨지만, 이미 얼어붙은 건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속수무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범현대가 정대선씨가 지난 2008년 주거 브랜드 ‘헤리엇’과 도시형 생활주택 브랜드 ‘썬앤빌’을 앞세워 설립한 HN Inc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아파트 브랜드 ‘이안(iaan)’을 소유한 대우산업개발 역시 올해 하반기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다수의 중견·중소 건설사들도 도산 위기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견뎌내야 할 부동산금융 관련 손실 규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전의 삼승건설을 포함해 이달 들어 41개 종합건설업체가 폐업을 신고했다. 올해 들어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7건)보다 67.0% 증가했다. 2006년(530건) 이후 17년 만의 최대다.

아파트 공사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공사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도산 등 부도 처리된 건설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13곳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다. 부도가 난 국내 종합건설사는 2019년 이후 가장 많다.

남명건설은 올해 부도처리된 13번째 건설사이며, 경남지역에서는 유일하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부도 건설업체 12개는 서울 2곳, 인천 1곳, 경기 3곳, 부산 2곳, 충남 1곳, 전남 2곳, 경북 1곳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최근 남명건설을 대상으로 당좌거래를 정지했다. 남명건설은 장기 미회수된 공사대금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만기 어음 12억4000만원을 막지 못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엔 창원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업계는 남명건설의 부도는 이미 예견된 행보라고 입을 모은다.

남명건설의 시공 능력 평가액은 올해 기준 847억원으로 종합건설 시공 능력으로는 전국 285위, 경남 8위다.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총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 4월 남명건설은 경남 함안지역 첫 지역주택조합 정비사업(함안 남명 더라우)에서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부동산사업 대출(PF)에 실패하며 19개월 만인 지난 2021년 11월 공사를 중단했다. 당시 1층 골조 공사가 진행되던 중에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정률은 15.5%에 그친다.

특히 조합 측과 남명건설 간에 공사를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타절금액(산정금액)에 대해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해당 정비사업은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남명건설의 재무 건전성도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더 심각한 것은 남명건설과 같이 과도한 PF 부담에 노출된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다만 건설사 별로 분기별 회계상 지표에서는 자금 건전성이 확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설사 내 다수 현장에 대한 PF 대출 만기가 대부분 내년에 집중된 만큼 개별 사업장 부실에 따른 손실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지방 악성 미분양 물량도 건설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주된 요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사고 위험 대상’으로 분류된 사업장(지난 7월 기준)은 5만3641가구로 나타났다. 관리 대상 단지는 2020년(8864가구)에 비해 6배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행사·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리스크에 더해 PF 경색 등 악재가 겹쳐 내몰릴 대로 내몰렸다는 반응이다. 특기 금융권이 과도한 금리 인상을 통해 건설업의 자금 순환을 옥죄는 것은 건설업계 생존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대출금리 급등으로 인해 다수 사업장은 토지 매입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브릿지론 금리가 20%다. 사실 이들 사업장은 본PF 전환도 여의치 않아 향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정부의 PF 지원책에 대해 “실제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가 각종 기준을 높여 대책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은 말 그대로 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귀결된다”며 “자금 악순환을 불러 신규 사업 추진에도 제약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말 기준 부동산 PF(5대 시중 금융은행 기준) 잔액. [사진=연합뉴스]
올해 6월말 기준 부동산 PF(5대 시중 금융은행 기준) 잔액.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집계한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매입 확약 기준)은 이달 1일 기준 16조402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6월 말 기준 19조2426억원(제2금융권까지 포함)으로 올해 최대치를 찍은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자금이 경색이 불거졌던 지난해 9월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19조622억원이었다.

신용공여란 금융거래 과정에서 타인에게 자산이나 신용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것으로 사실상 대출과 비슷한 개념이다. 매입 확약 물량은 부동산 개발 시행사 내지 신용공여한 건설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채워 넣어야 한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 해당 사업에 매입 확약 신용공여를 제공한 증권사는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신용공여 규모가 확대됐다는 것은 금융권이 짊어져야 하는 유동성 부담도 늘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반영된 실제 부동산금융 위험 노출액은 훨씬 크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회수에 문제가 생긴 대출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실제 잠재된 위험노출액으로 환산하면 6조원에 달한다.

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않아도 만기 연장에 성공한 사업장 모두 포함된 것이다. 더 나아가 부실 대출이 아닌 대출과 부동산 펀드 및 리츠 등 건전성 분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도 부실 가능성이 잔존하는 부동산금융까지 합쳐서 위험노출액을 산정한 것이다.

특히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가 만기인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6조 1000억 원)의 25%는 이미 1년 6개월이 경과한 사업장이다.

내년 상반기 돌아오는 브릿지론 만기는 무려 3조 5000억원 규모다. 문제는 다수 건설 사업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 대출인 브리지론 상환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사업 기간 2년이 넘은 사업장 사업성 저하로 장기 대출인 본PF로 전환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한신평은 “아직까지 상당 규모의 브리지론이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화가 지연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선별적인 만기 연장과 재구조화로 부동산 PF 시장의 기조가 변할 경우 미뤄뒀던 부실이 빠르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총괄본부장은 “내년 건설업종의 전망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로 인해 직격탄을 맞는 최대 이슈 업종이 될 것이며, 신용등급 전망 역시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PF 사업성도 저하되면서 이제 우발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담보 여력과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져 유동성 대응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상위 건설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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