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대만 총통 선거와 중국의 가짜뉴스...내년 1월 선거 앞두고 '흙탕물 작전?'
[월드 투데이] 대만 총통 선거와 중국의 가짜뉴스...내년 1월 선거 앞두고 '흙탕물 작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18 05:22
  • 수정 2023.12.1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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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 대표와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타이베이에서 2024년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만 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 대표와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타이베이에서 2024년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내년 1월 13일 대만에서는 총통 선거가 실시된다. 오는 20일 후보자들의 첫 정견 발표가 예정된 상황에서,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35.7%로,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요우센 후보(31.7%)를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다. 이처럼 선거가 막판까지 우열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당파와 젊은층의 표심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총통 선거에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17일(현지 시각)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가짜뉴스(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최고로 기승을 부릴 때 대만 시민 낸시 흐시에는 온라인 상으로 친척들로부터 “바이러스가 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소금과 식초를 탄 물을 많이 마시면 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다.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시징 앱 라인(Line) 상의 챗봇이 원본 메시지 바로 아래에 “이 메시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 지적하며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팩트체크된 링크를 첨부해주었기 때문이다.

챗봇인 ‘앤티 메이유(Auntie Meiyu)’는 인구 2,350만 명이 거주하는 민주주의 사회 대만이 가짜뉴스 증가와 맞서 싸우면서 점점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만의 여러 팩트체크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이다.

흐시에는 코로나19 치료에 대한 비과학적 방법 외에도 경제 관료를 빙자한 가짜 연설, 허위 여론조사 결과, 가짜 식품 안전 보고서 등 ‘앤티 메이유’가 가짜뉴스를 구별해준 순기능을 경험한 바가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만이 다음 달 매우 중요한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이와 같은 팩트체크 메커니즘이 더욱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대만의 이번 선거는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한 번도 직접 통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유권을 주장할 뿐 아니라 군사·정치·경제적 압력을 증가함에 따라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가운데 치러져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의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만에서도 선거 때만 되면 유별나게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대만은 특히 위태로운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투표 기간이 아닐 때에도 가짜뉴스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3월에 발표된 스톡홀름대학의 ‘다양한 민주주의 프로젝트(Varieties of Democracy Project)’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10년 연속 외부로부터 가장 많은 허위정보가 유입되었다. 이는 어째서 이 섬에 대한 효과적인 사실 확인 메커니즘이 절실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자료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 [사진 = 연합뉴스]

증가하는 안보 위협

대만의 안보 기관은 가짜뉴스에 특히 민감하다.

최근 CNN이 참석한 비공개 보안 브리핑에서 대만 정보 업계는 중국이 친중국 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일련의 허위 정보와 군사 및 경제 작전을 통해 대만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정보당국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은 최근 은밀하게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작전을 이끌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당이 패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대만의 한 고위 안보 당국자는 중국이 대만의 집권 민진당(민주진보당당)을 싫어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민진당은 2016년 집권을 잡은 뒤부터 대만을 사실상의 주권국가로 주장하며 서방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진당 부총재 라이칭더에 대한 혐오감을 대놓고 표출하고 있다.

현재 라이칭더는 친중국파로 분류되는 국민당의 허우요우센 후보와 대만인민당의 고원저 후보를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다.

대만은, 베이징의 다양한 선거 개입 전략 중에서도, 대만에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친중국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확대하는 중국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가장 정교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다수의 안보 관리들이 참석한 비공개 안보 브리핑에서 주장했다. CNN에도 이 회의 참석할 수 있었다.

관계자들은 중국의 정보 전략이 콘텐츠 팜(content farms, 검색엔진의 검색 순위를 높이려고 잡동사니 자료들을 가득 채워놓은 웹사이트)의 운용과 소셜 미디어에 가짜 계정을 개설하는 등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징의 다른 정보 전술로는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진짜 뉴스 웹사이트를 사칭하고, 대만 TV 정치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친중국 메시지들을 동영상으로 재포장해 퍼뜨리고, 생활 밀착 보도에 집중하는 소규모 언론사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친중국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등이 지적되었다.

관리들이 지적한 허위 정보 중 하나에 민진당 부통령 후보이자 최근까지 주미 타이베이 대표를 지낸 샤오메이친이 미국 시민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대만 최대의 팩트체크 단체 중 하나인 ‘대만 팩트체크 센터’를 포함한 여러 팩트체크 그룹들에 따르면 샤오메이친은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2년에 이를 포기했다.

중국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 외에도 중국 본토에 투자한 대만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거나 본토 여행에 돈을 대면서 대만 정치인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대만 관리들은 주장했다.

CNN은 이와 관련해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에 논평을 요청했다.

타이베이 시민들 “펠로시 방문 환영”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지난해 8월 2일 타이베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 ‘자유와 우정’ ‘대만방문 환영’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타이베이 시민들 “펠로시 방문 환영”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지난해 8월 2일 타이베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 ‘자유와 우정’ ‘대만방문 환영’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위장전술 경고

대만 유권자들을 흔들려는 중국의 시도가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다.

1996년 대만의 첫 번째 직접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분리주의자들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대만에 미사일을 발사했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중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만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이덩휘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에 임기 제한으로 재선에 도전할 수 없는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 현 총통은 중국 관리들의 분노의 표적이 되곤 했다. 그러나 대만 유권자들은 그녀에게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 총통 자리를 허락했다.

뉴스 확인(news literacy)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인지전이 선거 시즌과 무관하게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말한다.

허위 정보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국립타이베이대학 부교수 푸마 선은 연구자들이 루머를 퍼뜨리는 계정의 IP 주소와 자동화 여부를 분석해 가짜뉴스들의 출처가 중국 당국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확인했다고 말한다.

“중국의 여론전은 개방적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을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진당의 국회의원 후보 셴은 이렇게 주장했다.

한편 대만 안보 관리들은 중국의 가짜뉴스 작전의 목표가 대만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이 독점 입수한 대만 안보 문서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지난 여름에 발생한 한 사건을 조사 중인데, 대만 관리들은 이 때 중국이 향후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위장전술(false flag)을 훈련했다고 믿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에 발생했는데, 미국이 대만을 사주해 중국 인민해방군을 상대로 생물 무기를 개발하도록 했다고, 친중국 대만 매체가 보도한 것이다.

이 안보 문서에 따르면, 이 루머는 처음에는 조작된 대만의 ‘회의록’을 근거로 이러한 논의가 대만 고위 관리들 사이에 있었던 것처럼 주장했고, 결국 친중국 매체 기자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이나 타이베이는 대만이 생물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증거도 확인할 수 없다. 이후 타이베이 지방검찰청은 가짜뉴스 전파 혐의로 해당 기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한 안보 관계자는 조작된 문서에는 대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전문 용어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작된 문서임을 확신한다고 CNN에 말했다.

이렇게 대만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분노가 들끓자 중국군은 이후 3일 동안 대만 자체 방공식별구역으로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날려 보냈었다. 이는 평소의 몇 배에 해당하는 위협이었다.

이 안보 관계자는 “우리는 이런 행위가 단순히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상의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은 군사 행동을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허위 정보를 활용하고,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려 대만을 군사 공격하는 훈련에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문서 조작 의혹에 대한 CNN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뉴스 판별 능력

가짜뉴스 증가 위협과 그것이 대만의 민주주의에 끼칠 영향으로 인해 시민들이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도록 대만에서는 효과적인 사실 확인 메커니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만 팩트체크 센터(Taiwan FactCheck Center)의 수석 기자인 첸 페이황은 자신들은 약 12명의 기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온라인에 유포되는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를 판별하기에는 힘이 부친다고 말했다.

“우리는 단순히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외에도 미디어 활용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사실 확인 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가짜뉴스가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앤티 메이유(Auntie Meiyu)’ 같은 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텍스트나 웹사이트 링크를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는 다른 팩트체크 애플리케이션들과 달리, 챗봇은 그룹 채팅이나 라인(Line)의 메시지에서 뉴스의 진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메시지를 스캔하고 경고하는 기능이 있다.

콜필터링(call-filter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만 기업 고고룩(Gogolook)에서 챗봇을 운영하는 세실리 첸은 “많은 사람들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나 친척에게 감히 가짜뉴스라고 직접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 챗봇은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타오위안시에 거주하는 흐시에는 쳇봇인 ‘앤티 메이유’가 가짜뉴스일지 모른다고 경고할 때마다 노령층 친지들이 당황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들은 받은 메시지를 마구 재전송하지 않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이 드신 친지들이 받은 정보의 진위를 잠시라도 의심할 수 있다면 이는 이미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팩트체크 저널리스트인 첸 페이황 기자의 업무는 단순히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통계를 제공할 수 있다면 대중은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주장은 분명한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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