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호주의 꿈, 거대한 거짓말이 됐습니다"...부동산 문제로 멍드는 호주
[월드 프리즘] "호주의 꿈, 거대한 거짓말이 됐습니다"...부동산 문제로 멍드는 호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02 05:28
  • 수정 2024.01.02 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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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항 주변 주택가 [사진 = 연합뉴스]
시드니항 주변 주택가 [사진 = 연합뉴스]

저스틴 다우즈웰(31)은 성인이 되어서 본가로 들어가 방을 같이 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시드니에서 꽤 보수가 괜찮은 직업을 갖고서도 10년이나 세입자로 살다가 호주의 전례 없는 주택난으로 인해 생활이 엉망이 되면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BBC는 1일(현지 시각) 호주의 심각한 주택난 때문에 ‘호주의 꿈(Australian Dream)’이 산산히 부서지는 현실에 대해 보도했다.

“굴욕적이었습니다.”

다우즈웰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노숙자 신세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다우즈웰의 처지는 오늘날 ‘위대한 호주의 꿈(Great Australian Dream)’이 얼마나 공허한 꿈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좀 더 피상적인 구호인 반면, ‘호주의 꿈’은 실현 가능한 현실이었다.

지금까지 호주에서는 작은 땅에 내 집을 갖는 것이 성공의 지표이자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국가의 정체성에 스며들어 현대 호주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열망이었다.

1950년대 이른바 ‘10파운드 폼(Ten Pound Poms)’부터 현재 인도 출신 숙련 노동자들의 이주 물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민자들이 희망을 찾아 호주 해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현 세대에게는 부모와 조부모 시대에는 실현 가능했던 꿈이 정말로 이루지 못할 꿈이 되고 있다.

주택을 기본권이 아닌 투자로 간주하는 수십 년 간의 정부 정책 이후, 많은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임대 주택을 찾을 수만 있다면 행운이라고 말한다.

“호주의 꿈은…거대한 거짓말입니다”

다우즈웰은 이렇게 단언했다.

퍼펙트 스톰(a perfect storm)

마이클 포더링햄은 호주 주택 정책은 더 이상 잘못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지금보다 최악은 은행의 도산뿐입니다.”

‘호주 주택·도시연구소’ 소장인 포더링햄은 BBC에 이렇게 말했다.

주택 문제의 모든 악조건의 기저에는 천문학적으로 비싼 주택 가격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호주 주택의 평균 가격은 일반 가구 소득의 약 9배이며, 25년 전의 3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은 특히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호주 인구의 4분의 3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국제 인구통계적 주택 구입 가능성 조사(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에 따르면 시드니는 지구상에서 홍콩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은 도시에 속했다.

호주에서는 기존 가족의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내 집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호주 주요 은행 ANZ의 총재는 주택 자금 융자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첼시 히크맨(28)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없게 되었다. 패션 디자이너인 그녀는 자기 집을 가지고 엄마가 되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재정적으로 어떻게 두 가지를 모두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도무지 계산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한탄했다.

그녀는 멜버른의 쉐어하우스에서 갖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10년 동안 풀타임으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힘으로 아파트를 빌릴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친구들도 비슷한 처지이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건가요?”

그녀는 이렇게 자문했다.

“우리는 세상의 가르침대로 모든 일을 했지만, 여전히 재정적 독립과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IT 관리자인 타렉 비간스키(26)는 자가 주택 소유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그냥 웃기만 했다.

“너무 먼 거리에 있어서 생각하기조차 싫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 호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이자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어렵사리 내 집 마련의 사다리에 올라탄 많은 사람들조차 이제 그 사다리에서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푸드뱅크는 간신히 살아가는 모기지 대출자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추가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고, 많은 연금 수급자들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파멸을 맞고, 우울함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젊은 층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3분의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자가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반기고 있다.

주택난 해결을 위해 시위에 나선 호주 시민들 [사진 = BBC]
주택난 해결을 위해 시위에 나선 호주 시민들 [사진 = BBC]

분노의 포도

호주의 주택난은 자가 주택의 꿈을 접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임차인으로서라도 변형된 ‘호주 드림’을 꾸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 시장도 천국은 아니다.

빈집을 찾기가, 최저 공실률을 기록할 정도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들은 빈 휴가용 주택과 단기 임대 주택 소유자들에게 장기 임대 시장으로 전환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그러나 임차인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호주 뉴스에는 막대한 임대료 인상에 대한 이야기와 결함 투성이의 임대 부동산이라도 세를 얻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들의 이미지로 넘쳐난다.

이를 두고 주택연구소의 포더링햄 소장은 미국 대공황 시대를 그린 존 스타인백의 유명한 소설 『분노의 포도(Grapes of Wrath)』에 빗댔다.

한때 저소득 또는 중산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던 사회주택이나 보조금 지원 주택은 대부분의 호주인에게 그림의 떡이다. 이런 공공 주택 수는 즉각적인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하며, 대기자들은 수년 동안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상가상으로 자연 재해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광활한 호주 대륙의 훨씬 더 넓은 영토를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만들어 집 지을 땅이 사라지고 있다.

주택은 기본권인가 투기의 대상인가?

2023년에는 호주의 주택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주택 가격 상승에서 허름하더라도 내 집을 갖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임대료 동결 및 명도 금지 조치 종료와 기록적인 이민 급증, 급격한 이자율 상승 및 주택 건설 지연으로 인해 호주 주택 시장이 사상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고 경고한다.

작금의 위기는 “지난 50년간의 정부 정책 실패, 금융화, 탐욕”의 결과라고, 금융 저널리스트인 알란 쾰러는 최근 언론 칼럼을 통해 주장했다.

특히 중요한 일은 새천년의 전환기에 일어났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 시점까지 호주의 주택 가격은 소득 증가 및 경제 규모와 보조를 맞추었었다. 그러나 연방 정부가 주택 매매업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쾰러는, 이민 유입과 정부 주택 보조금의 급증으로 당시에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위에서 예를 든 세금 감면이 호주인들의 주택에 대한 사고방식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고 지적했다.

“주택이 단순히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없애지 않고는 주택 가격을 덜 파괴적인 것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다우즈웰 “주택은 투자의 수단이기 전에 인권과 관련된 필수 서비스로 간주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런 원칙에 동의는 하면서도 이기심이 앞을 가리는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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