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2024년은 약 20억 명이 사는 남아시아 국가들이 선거를 치르는 해
[월드 프리즘] 2024년은 약 20억 명이 사는 남아시아 국가들이 선거를 치르는 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01 06:44
  • 수정 2024.01.01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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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8일, 방글라데시 수도 디카에서 열린 야당 BNP가 주도한 시위 현장 [사진 = 연합뉴스]
2023년 10월 28일, 방글라데시 수도 디카에서 열린 야당 BNP가 주도한 시위 현장 [사진 = 연합뉴스]

방글라데시에서는 세계 최장수 여성 총리가 집권 연장을 꾀함에 따라 제1야당이 선거를 보이콧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군부의 강력한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크리켓 영웅이자 수감중인 전 총리와 망명객 출신의 정치인이 일전을 불사할 듯하다.

인도에서는 대중적 지지 기반은 확고하지만 종교적 분열을 일삼는, 포퓰리스트적 현 통치자가 집권 20년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2년 전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섬나라 스리랑카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의 인구를 합하면 거의 20억 명에 달한다. 이들 남아시아 4개국이 2024년 1월부터 9월 사이 총선거를 치르면서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CNN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지난 세기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식민지였다는 공통점과 각 국가마다 다양한 위기와 기회에 직면한 남아시아 4개국의 정치 상황과 2024년에 예정된 총선거에 대해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인구 1억7000만 명의 방글라데시가 1월 7일 새해 제일 먼저 투표를 실시한다.

집권 아와미 연맹(Awami League)이 정적을 계속해서 탄압하며 국가를 일당제 독제 국가와 점점 궤를 같이 함에 따라 다당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 총리이자 아와미당 의장인 셰이크 하시나가 4년 연속 국가 지도자로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부터 권좌를 지키고 있는 현 하시나 총리는 선거 폭력과 부정선거 혐의로 오염된, 2019년 12월 실시된 마지막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그녀의 주요 상대였던 제1 야당 ‘방글라데시 국민당(BNP)’ 대표이자 전임 총리인 칼레다 지아는 행적이 묘연하다가 2018년 부패 혐의로 투옥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방글라데시의 정치는 정치인 아버지와 남편이 각각 대통령직에 있다가 암살되는 것을 목격한 두 여성 사이의 격렬한 대립으로 점철되었다. 그 결과 정치적 혼란이 2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78세 노령인 지아 전 총리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있으며, 그녀가 소속된 BNP는 하시나 현 총리 세력들의 거세지는 정치 탄압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정치 상황은 시위로 이어졌고, BNP는 다시 선거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아시아 수석 연구원인 줄리아 블렉너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약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적들로 감옥을 채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가 자의적 체포, 강제 실종, 협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야당, 비판가, 활동가들을 조직적으로 탄압할 때 자유선거는 불가능합니다.”

블렉너 연구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1년까지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방글라데시는 경제성장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이 국가의 경제성장은 대부분 국내총생산(GDP)의 35.1%를 차지하는 의류 제조 산업이 이끌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국가 설립 이후 늘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렸지만, 상당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해 왔습니다.”

OP 진달 글로벌대학(OP Jindal Global University)의 국제문제 교수이자 『새로운 여정의 방글라데시-지역 정체성을 넘어서(Bangladesh on a New Journey – Moving Beyond Regional Identity)』의 저자인 스리라다 두타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녀는 나아가 방글라데시가 이 지역의 주요 이웃 국가들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정치 지도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동일한 개발 모델이 적용될 것입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열망하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 보안요원들이 2023년 2월 30일(현지시간) 자폭테러가 발생한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의 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0명, 부상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사진 = 연합뉴스]
파키스탄 보안요원들이 2023년 2월 30일(현지시간) 자폭테러가 발생한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의 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0명, 부상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사진 = 연합뉴스]

파키스탄

76년 동안 정치적 왕조나 군부가 통치한 파키스탄은 독립 이후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중 5년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2억 3천만 인구의 파키스탄은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잔인했던 심각한 경제 위기와 함께 너무나 친숙한 정치적 불안정과 잔인한 탄압의 결과들을 목격해 왔다.

전 총리이자 대중적 지지를 받던 임란 칸은 사기 혐의와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기소되어 수감중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2월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해 의회 불신임 투표로 권좌에서 축출된 칸은 자신의 출마를 막기 위해 집권 세력이 정적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TV 방송국에서는 칸의 연설을 방송할 수 없고, 그의 파키스탄(Tehreek-e-Insaf)당 동료들 또한 다수가 체포되었다.

지난해 10월, 파키스탄의 전 총리 나와즈 샤리프는 탄압을 피해 거의 4년 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파키스탄의 정치 상황에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상당수 국민은 그가 다시 한 번 권좌를 노릴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는 사이 파키스탄은 경제 불안과 무력 충돌에서부터 수백만 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기후 재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리더십 구축 노정에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파키스탄의 정치 불안과 경제 불안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터프츠대학교 정치학과 노이바우어 교수이자 정치학 조교수인 파드 후마윤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공정하지 못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부는 그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군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에 절실한 자본 축적에 성공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인도 야권 정치인 수십명이 지난 달 19일(현지시간) 뉴델리 연방의사당 앞에서 야당 의원들의 직무 정지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도 야권 정치인 수십명이 지난 달 19일(현지시간) 뉴델리 연방의사당 앞에서 야당 의원들의 직무 정지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도

종종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실험대라고도 불리는 인도는 오는 봄에 실시되는 대규모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가 유래 없는 3선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의 대표이자 힌두 민족주의적 포퓰리스트 지도자인 모디 총리는 1970년대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철권통치를 부활시켜 인도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인도를 독재 체제로 몰아갔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인도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23년 호주와 미국을 찾아 외교 활동을 펼쳤던 모디 총리는 스스로 인도를 현대적인 초강대국 반석에 올려놓은 정치가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2023년은 인도의 14억 인구에게 놀라운 해였다.

2023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되었고, 2022년에는 옛 식민지 지배자였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인도는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세계 4번째 달 탐사 국가가 되었으며, 그로부터 몇 주 뒤에는 태양 연구용 우주선을 최초로 발사하기도 했다.

또, 인도는 지난 9월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국경을 넘어 리더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10년 전 모디 총리가 처음으로 권좌에 오른 이후 한때 세계 최대의 세속적 민주주의 기풍을 자랑하던 건국 정신이 놀라운 속도로 무너지고 있으며, BJP의 힌두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따라 소수가 박해를 받고 정부에 대한 모든 비판이 검열과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디 총리의 철권통치에 맞서는 세력으로는 26개 정치 단체들이 새로 구성한 ‘인도(INDIA)’라는 연합체가 있다. 여기에는 인도의 주요 야당인 ‘인도 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가 포함된다.

그러나 가장 최근 ‘인도 국민회의’는 지난 12월 주요 주 선거에서 지역 투표구 4개 중 3개를 잃어 모디와 그의 BJP에 힘을 실어주었다.

분석가들은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인도 정치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으며, 정당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선거 활동에 나서면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모디가 물러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야당이 뭉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3개월 전만 해도 가능할 것 같았던 그 꿈이 지금은 더 어려워 보입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C. 라자 모한은 이렇게 분석했다.

“하지만 정치에서 6개월은 긴 시간입니다.”

2022년 7월 시민들이 점령한 스리랑카 대통령 집무실. [사진 = 연합뉴스]
2022년 7월 시민들이 점령한 스리랑카 대통령 집무실. [사진 = 연합뉴스]

스리랑카

거의 2년 전, 국가가 73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노한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를 습격한 후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망명을 선택했다.

2,200만 인구의 파산한 국가 스리랑카에서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어 수백만 명이 식량, 연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세계가 놀라운 눈으로 이 나라를 지켜보던 순간이었다.

라자팍사가 사임하면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올 9월 이전에 예상되는 선거에서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절실한 도움을 받고 재정 확충을 위해 예산을 대대적으로 개혁한 지 몇 달 만에 두 번째 임기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스리랑카에서는 2018년 이후 총선이 치러지지 않고 있는데, 위크레메싱게는 경제위기를 내세워 선거를 거듭 연기해 왔다.

경제와 국민의 삶이 다소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선거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2024년 국민이 미래 지도자를 결정하는 해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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