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2024] 바이든의 의회폭동 연설, 단순히 선거 전략에 불과한 것인가
[미 대선 2024] 바이든의 의회폭동 연설, 단순히 선거 전략에 불과한 것인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06 06:49
  • 수정 2024.01.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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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3주년을 맞아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미국 독립전쟁의 상징적인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밸리 포지에서 의회 폭동 3주년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의 ‘극중주의(極中主義)’를 비판하는 언론인 마가렛 설리번(Margaret Sullivan)의 칼럼을 실었다.

설리번은 이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민주주의 원칙을 아예 대놓고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지해야 한다는 바이든의 주장을 대선 주자의 유세 프레임에 가둬놓고 중립적으로만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그녀는 바이든의 예정된 연설은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를 부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금요일 예정된 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할 때 이것이 그의 유세 연설이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설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바이든의 이번 연설은 단순한 대선 유세 연설 이상의 함의를 지녀야 한다. 이는 국회의사당에서 일어났던 1월 6일 난동 3주년에 전달되는 경고 및 적색경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바이든 캠프가,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법치주의와 공정한 선거가 더욱 위협을 받고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날짜를 선택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의 정치·언론 지형이 이런 현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만연된 ‘경마 중계식’ 보도가 답습될까?

지금까지의 징후는 특별히 긍정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바이든의 메시지를 사전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이 신문은 “바이든의 예정된 두 연설은 그의 낮은 지지율에서 관심을 돌리고, 민주당원들과 중도층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라고 제목을 뽑았다. (바이든은 토요일 펜실베이니아주 밸리 포지에서 연설하고, 월요일에는 젊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2016년 말 흑인 교구민 9명을 살해한 사우스캐롤라이나 교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CNN 또한 “바이든의 유세 가동…”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메시지가 아닌 대선 레이스를 강조했다.

그나마 <USA Today>는 좀 나은 편이었다. 이 매체는 “바이든은 1월 6일을 맞아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는 대선 레이스가 진행 중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헤드라인이나 뉴스 내용을 넘어 행간까지 읽을 줄 아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뉴스 제목이 간결하고 사실적이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의무도 있다.

필자는 바이든의 연설이 그의 대선 캠페인과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의 대통령 선거와 미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얽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조차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확신 하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캠프의 관리자 쥴리아 차베스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D.C. 미 의사당에 난입하고 있다. [사진 = ATI]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D.C. 미 의사당에 난입하고 있다. [사진 = ATI]

이뿐만 아니라 더 민감한 요소 또한 자리 잡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은 단순히 정부의 운용 철학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와 미국인의 기본적 자유권 수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언론이 발이 묶이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언론은 ‘수행적 중립 노선(performative neutrality)’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면서 불평등한 요소를 억지로 평등화하고, 진정한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바이든은 연설 능력을 타고난 정치인은 아니다. 더구나 그는 81세의 노구(老軀)이다. 그것도 별로 건강하지 못한 노인이다.

미디어가 무엇에 초점을 맞추든 이러한 요소는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인에게는 후보의 의사 전달 능력이나 외모, 여론조사 같은 안전한 소재를 넘어서야 할 의무가 있다.

주류 언론은 국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렸는데도 더 큰 메시지 전달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우파 세력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리는 그들은 특정 후보나 정당의 ‘전위부대’처럼 보일 것을 두려워하면서 전통적 보도 소재인 숫자, 여론조사, 지지율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번 바이든의 연설 보도는 그 중 일부일 뿐이다. 언론은 지금부터 11월까지 트럼프가 두 번째로 집권하는 것이 미국에 어떤 의미가 될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장이었던 마틴 바론은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나는 언론으로서는 유일하게 트럼프가 헌법 기능 정지를 언급하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 그는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내세워 군대를 동원해 명백히 합법적인 시위를 진압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그는 당시 퇴임했던 합참의장을 반역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그는 NBC와 MSNBC의 소유주인 컴캐스트(Comcast)를 반역죄로 기소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정적들을 탄압하는 데 정부를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독립적 언론을 짓밟는 것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론의 결론에 따르면 “모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본질적으로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에 편집이 필요하지 않다.

이점이 바로 이번 주말과 앞으로 몇 달 동안 전달되어야 할 메시지이다.

뉴스룸의 기자들이나 화려한 사무실에 들어앉아 있는 언론사 간부들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사명임을 명심해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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