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친구들과 어울리면 ‘욕쟁이 앵무새들’의 욕이 줄어들까?
[월드 프리즘] 친구들과 어울리면 ‘욕쟁이 앵무새들’의 욕이 줄어들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28 07:08
  • 수정 2024.01.2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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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앵무새’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8마리 앵무새들 중 하나인 ‘캡틴’ [사진 =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
‘욕쟁이 앵무새’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8마리 앵무새들 중 하나인 ‘캡틴’ [사진 =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

지난 2020년 잉글랜드 동부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의 앵무새 5마리가 관람객들에 욕설을 남발한다는 기사가 세계의 이목을 끈 바가 있다. 이 앵무새들은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27일(현지 시각) BBC와 CNN 등 외신은 해당 동물원 측이 최근 이 앵무새들의 입버릇을 고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마련했지만, 그 효과를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링컨셔 야생동물원은 욕설을 입에 담고 사는 여덟 마리의 아프리카 회색앵무새(African grey parrot)를 더 큰 무리와 어울리게 함으로써 그들의 못된 버릇이 고쳐지기를 바라고 있다.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뛰어난 지능, 사회성, 언어 학습 능력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언어 학습 능력이 영국 프리스크니 소재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Lincolnshire Wildlife Park)의 골칫거리가 된 사실이 알려진 바가 있다. 앵무새 8마리가 얼마나 심한 욕설을 내뱉는지 동물원 측에서는 경고 표지판을 내걸어야 할 정도이다.

“관람객들에게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이 새장에서는 욕이란 욕은 다 들을 수 있으므로 민감한 분들의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악명 높은 ‘욕쟁이 앵무새들’의 욕을 경고하는 안내판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그러던 중 동물원 측은 이들 ‘욕쟁이 앵무새들’을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면 욕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링컨셔 야생동물원의 스티브 니콜스 관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계획이 역효과를 낳을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반대로 욕하는 앵무새가 100마리로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니콜스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결과는 시간이 말해주겠지요.”

‘악명 높은 욕쟁이 앵무새’ 이야기는 2020년 빌리, 타이슨, 에릭, 제이드, 엘시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회색앵무새 5마리가 이 동물원에 기증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회색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따라하는 능력으로 유명하지만, 동물원 관계자들은 앵무새들이 거의 저주에 가까운 욕설들을 토해내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방문객들을 놀래키지 않기 위해 이 앵무새 5마리를 격리해 두었다. 그러나 욕설을 들은 사람들은 앵무새들을 미워하기는커녕 깜찍하게 여기면서 이 앵무새들은 오히려 동물원의 인기 구경거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앵무새로부터 ‘꺼져’라는 말을 들어도 사람들은 화 낼 줄을 모릅니다.”

니콜스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도리어 미소를 짓습니다. 심지어 그 욕설들을 따라하는 방문객들도 있습니다.”

최근 동물원은 욕하는 앵무새 3마리를 더 확보했다. 그들의 이름은 에릭, 캡틴, 쉴라이다. 니콜스 관장에 따르면 이들은 선배들보다 입이 훨씬 더 걸다.

니콜스 관장은 CNN에 “그들은 처음 도착했을 때 운반 상자를 열자마자 정말로 쌍스러운 욕설들을 쏟아냈습니다.”라고 말했다. 

“흔히 듣는 가벼운 욕이 아니라 정말 쌍욕이었습니다.”

‘욕쟁이 앵무새’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려주는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의 경고판 [사진 =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
‘욕쟁이 앵무새’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려주는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의 경고판 [사진 = 링컨셔 야생동물 공원]

아프리카 회색앵무새가 인간의 말을 곧잘 흉내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3마리의 욕설은 너무 또렷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니콜스 관장은 CNN에 말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욕을 할 때 비슷한 어조로 한 번에 한두 단어를 빠르게 섞어 내뱉게 되는데, 이 특성이 앵무새들의 학습 능력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꺼져’라는 말을 할 때는 대개 비슷한 톤으로 소리를 냅니다.”

니콜스 관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앵무새들이 놀라울 정도로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동물원 측은 욕설의 부정적 요소를 “희석”시키기 위해 이들 욕쟁이 앵무새 8마리를 다른 평범한 92마리 무리가 사는 우리에 합사하기로 결정했다. 아프리카 회색앵무새는 야생에서는 최대 1,000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할 정도로 사회성이 매우 높으며, 서로 다른 울음소리 자주 의사소통을 한다.

“앵무새는 무리를 짓는 동물입니다.”

니콜스 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앵무새들과 함께 있어야 해요. 무리가 클수록 더 행복해집니다.”

그는 욕쟁이 앵무새 8마리가 다른 무리와 어울려 지내다 보면 욕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아도 그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앵무새들이 욕을 학습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죽을 때까지 하게 됩니다.”

그는 다른 회색앵무새들도 자동차 소리, 문의 삐걱거리거나 꽝 닫히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 심지어 휴대폰 소리까지 흉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8명의 욕쟁이 앵무새들도 이런 평범한 소리를 흉내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니콜스 관장은 욕쟁이 앵무새 8마리가 되레 나머지 92마리에게 인간의 욕을 가르쳐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또한 인정했다.

그럴 경우 그는 이 앵무새 우리는 “성인 전용 관람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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