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극도의 피로감과 무려감...탈진, 번아웃은 왜 발생할까? 또 그 대처법은?
[헬스 프리즘] 극도의 피로감과 무려감...탈진, 번아웃은 왜 발생할까? 또 그 대처법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10 07:08
  • 수정 2024.02.10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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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은 우리 몸을 허약하게 이끌 수도 있는 번아웃 [사진 = 연합뉴스]
몸의 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번아웃 [사진 = 연합뉴스]

오늘날 극도의 피로감(탈진)은 너무 흔한 증상이고, 번아웃은 우리 몸을 허약하게 이끌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부정적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인 3분의 1 이상이 늘 피로하다고 호소하며, 번아웃 소견 건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지치게 만드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런 부정적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BBC는 최근 과학전문 작가 데이비드 롭슨과 문화 역사가이자 번아웃 전문 지도사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와의 대담을 실었다. 샤프너는 최근 『피로와 탈진의 모든 것(Exhausted : An AZ for the Weary)』이라는 책을 출간해, 피로의 역사와 과학을 살피고, 삶에서 마주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실증적 조언을 하고 있다.

탈진(exhaustion)과 번아웃(burnout)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갖는 에너지 소진에 대한 우리의 불안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인류가 고대 중국에서부터 피로와 그 원인에 대해 걱정했다는 증거는 많이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번아웃은 매우 특정한 증상을 동반하는 증후군입니다. 번아웃은 ‘이인증(depersonalisation)’과 결합되어 에너지 및 효율성 감소로 나타나는 업무상 불쾌감을 말합니다. 여기서 ‘이인증’이라 함은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우리가 일하는 조직에 대해 훨씬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탈진을 스펙트럼으로 놓고 볼 때 번아웃은 그 스펙트럼의 끝에 위치하는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번아웃을 겪는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완전히 무능력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몸이 안 된다고 말하고 기능을 멈추게 됩니다. 직업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번아웃이 점점 더 흔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영역에서 전 세계적으로 번아웃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은 부분적으로 우리가 더욱 불안정하고 경쟁적인 업무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자신이 하는 일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업무가 우리 감정 세계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 것이지요. 요즘 우리는 신분과 소득뿐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목적 달성과 자기실현의 기회를 성취하기를 원합니다.

과거에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명확했었지만, 현대는 테크놀로지 발달로 인해 이 두가지가 항상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기 훈련이 철저히 되어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 퇴근 후에도 이메일이나 ‘Slack 메시지(Slack messages)’를 확인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생각이 항상 일과 관련되어 돌아가고 있다는 징표입니다.

번아웃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을 일으키는 상위 6가지 원인은 과도한 업무량, 자율성 부족, 낮은 보상, 같은 생각을 가진 공동체의 해체, 가치관 차이, 불공정(부당함)입니다.

이중 불공정(부당함)은 아마도 제가 상담에 응할 때 가장 핵심으로 꼽는 요인일 겁니다. 인정받지 못하면 엄청난 사회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일에 따른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번아웃의 위험은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남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리자들이 하급 직원들에게 이를 베풀지 않기 때문에 기분 나쁜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직장인들 [사진 = 연합뉴스]
직장인들 [사진 = 연합뉴스]

우리의 개인적인 사고방식은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가?

완벽주의와 번아웃 사이에는 입증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달성 목표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업무에 과도하게 철저할 경우 우리는 번아웃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내부의 비판자’, 즉 매우 부정적인 내부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말을 외치는 것과 같은데, 그 때문에 우리 내부의 에너지가 고갈될 수 있습니다.

실증적 사례를 기반으로 무엇이 탈진과 번아웃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탈진을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의 기호(嗜好)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긴장 속에서 보냈는지 이해하고 언제 회복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핵심 스트레스 요인을 이해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과 통제할 수 없는 요인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번아웃 전문 상담사로 일하면서 나는 ‘수용과 전념 치료법(ACT :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도 활용합니다. 이중 ‘수용(받아들임)’은 두려움, 분노,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은 지극히 정상이며,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그 순간에 그에 대항해 싸울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밖에 다른 치료법을 활용할 경우 내면의 비평가(부정적 감정)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억지로 증거를 찾아내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추론이나 합리화하려고 시도하는 데에 많은 인지 에너지(cognitive energy)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신 ACT를 사용하면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해소(de-fuse)”할 수 있습니다.

즉, “나는 무엇, 무엇에 대해 정말로 화가 난다”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분노를 겪고 있음에 주목한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관점을 단순히 전환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더 많은 자기 통제력과 함께 안정적인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초밥 컨베이어 벨트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여러 초밥 종류들이 우리 앞을 끊임없이 지나가는 겁니다. 그들 중 일부는 맛있어 보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하나하나 골라서 다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ACT의 ‘수용(받아들임)’ 치료법은 영양가가 낮은 요리는 그냥 흘러가도록 놔두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문화사학자로서 당신은 인간 감정의 자립(自立)적 역사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ACT 원칙을 보완하기 위해 고대인들에게서 빌려올 지혜에는 무엇이 있나요?

우리는 과도한 기대치를 조절하기 위해 고대 스토아철학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 중에 “오직 미친 사람만이 겨울에 무화과를 찾으러 다닌다”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생활이나 내면의 삶에 대해 매우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고자 좋은 감정만 놔두고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늘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우리의 높은 기대치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많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ACT에서는 이것을 “부정적 고통(dirty pain)”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단순히 분노나 슬픔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고통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 수준이 높은 날이 며칠 또는 몇 달이 지속될 수도 있고, 에너지 수준이 더 낮아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동에 대해 스토아철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면 정신적 부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앞서 당신은 일이 우리 삶에서 너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과의 관계를 멀리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일에 완전히 얽매이고 우리의 정체성 또한 그 일과 뗄 수 없다면, 그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고려하는 것조차 정말 두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수록 우리 삶의 다른 영역은 더욱 공허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볼 때에야 비로소 빈 “공간”을 보게 됩니다. 우리 삶에서 의미와 기쁨, 즐거움의 다른 원천을 차츰 쌓아나가면서 일만이 우리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취미를 갖는 것도 좋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경쟁이나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비도구적 활동(non-instrumental activities)’이어야 합니다. 이는 또한 성취에 대한 압박감을 없애는 것입니다. 취미의 유일한 목적은 우리를 어딘가 목표하는 데로 데려가지 않는, 그냥 즐거운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행복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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