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의 정치와 현실 사이 '인지부조화'로 고민하는 군인들
[이-팔 전쟁] 이스라엘의 정치와 현실 사이 '인지부조화'로 고민하는 군인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11 07:12
  • 수정 2024.02.11 0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자지구 북부 국경인 에레즈 교차로 근처에서 발견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형 지하 터널을 둘러보고 있 이스라엘 군인들 [사진 = 연합뉴스]
가자지구 북부 국경인 에레즈 교차로 근처에서 발견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형 지하 터널을 둘러보고 있 이스라엘 군인들 [사진 = 연합뉴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 전쟁의 현실과 정치적 주장 사이의 인지부조화 때문에 갈등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인 아모스 샤니 아츠몬(26)은 현재 상황과 관련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도시가 불타고 폭격을 당하는 것을 보면… 저는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의 친한 친구 한 명을 잃었습니다. 이밖에도 저는 폭격으로 가족 전체가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비군으로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징집된 아츠몬은 이번 하마스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3명이 납치된 지 몇 시간 만에 소집됐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의 공격에 대해 대규모 공중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즉각 보복하고 있다. 하마스 산하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2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UN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4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

하마스 보건부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숫자를 밝히면서도 사상자의 약 70%가 여성과 어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후 약 1만 명의 하마스 대원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CNN은 어떠한 수치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규모에 점점 더 경악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이스라엘에게 군사작전으로 인한 살상과 파괴를 자제하고 집단학살 선동을 방지하고 처벌하기 위해 “모든 조치”와 함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런 명령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대량 학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판결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아츠몬은 자신은 부대에서 “좌파”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지난해 봄과 여름의 대부분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보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사법부를 뒤바꾸려는 그의 계획에 반대한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 성향의 정부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거부하고 서안지구(West Bank) 내 유대인 정착촌을 지지한다.

그러나 아츠몬은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치권을 획득할 때까지 우리와 싸울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목표를 지지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그가 반대하는 정부를 대신해 싸우는 군인이어야 한다는 자괴감을 낳았다. 그는 군 복무를 앞둔 15세쯤부터 이러한 정치적 신념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이 문제로 고심해 왔다고 말했다.

“저는 가자지구 사람들, 어린이, 노인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26살의 평범한 젊은이인 나처럼 그들도 죽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에게는 제 자신과 가족, 친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그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이 이스라엘 봉쇄 정책에 대한 정당한 “저항” 행위라는 생각을 일축하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을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고 사람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100% 확신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키부츠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비인간적인 테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악에는 전쟁에 참여해 싸워야 한다고 느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화가 통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츠몬은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를 잊지 않았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0월 7일에 사임했어야 했습니다. 그가 하마스 공격 다음 날인 8일에 ‘실망시켜 죄상하다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네타냐후보다는 잘 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아츠몬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그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전우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모든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드루즈(Druze) 및 체르케스(Circassian) 출신 남성은 군 복무가 의무이다. 아랍 시민과 초정통파 유대인은 군복무가 면제되지만, 원한다면 군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엄격한 병역법은 다양한 사람들이 군대에 모이도록 해서 이스라엘군 또한 이스라엘 사회만큼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군대가 아니라면 신념에서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서 차이점을 극복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한편, 아츠몬이 좌파 성향의 이스라엘 군인이라면 현재 가자지구에 투입된 전투 부대에서 복무 중인 엠마누엘(35)은 그와는 정반대로 강경 우파 성향의 군인이다. 아츠몬과는 다르게 그는 ​​현역 복무 중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언론인과의 대화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그는 CNN에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엠마누엘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자지구를 통제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반적인 치안 확보” 권한을 “무기한” 유지해야 한다는 네타냐후의 의견에 동의한다.

가자지구 남부 국경 지대에 배치된 이스라엘 군인들이 메르카바 전차 앞에 모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국경 지대에 배치된 이스라엘 군인들이 메르카바 전차 앞에 모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엠마누엘은 서안지구가 가자지구의 미래 청사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그 지역을 성서에 등장하는, 고대 이스라엘 왕국 시절의 이름인 “유대와 사마리아”로 부르는 점은 분열과 혼란으로 점철된 이 지역에서 어떤 사람이 선택하는 단어가 그 사람의 신념을 대변한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반면에 아츠몬은 이곳을 ‘서안지구’라고 부르며 그곳이 점령지임을 “매우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의 연정 세력 중 일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자지구에도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자신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자지구에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생각이 “비현실적”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그는 영어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영구적으로 점령하거나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주시킬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엠마누엘은 가자지구 정착촌을 지지한다.

“우리는 가자지구에도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멸절시키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적에 대해 확실한 승리를 담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에게 대항하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안보입니다. 우리는 유대와 사마리아에 정착촌이 있으면 그 지역의 보안을 통제하기가 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미래를 둘러싼 이스라엘 사회 내 분열과 논쟁은 하마스 공격 이후 더욱 깊고 격렬해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군인 멘델(19)은 지금의 정치적 논란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정치 …… 그건 정말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군인이고, 국민을 보호하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나홀로 군인”을 지원하는 단체인 ‘네버 언론(Never Alone)’이 운영하는 예루살렘 수련원에서 갖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버 언론’은 이스라엘에 가족이 없는 군인들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롱아일랜드 출신의 미국인 멘델은 이스라엘에서 몇 년간 거주한 뒤 군에 입대한 케이스이다.

엠마누엘이나 아츠몬과는 달리 멘델은 군인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하다. 그는 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몇 달 전에 징집되어 신앙을 가진 군인을 수용하기 위해 특별히 구성된 ‘Netzah Yehuda Battalion’의 일원으로 가자지구에 배치되었다. 그 또한 현역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징집 당시 자신이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7일부터 상황이 바뀌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은 아직도 인질을 붙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철수해도 여전히 인질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지상작전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224명이 사망했다.

그 중에는 12월 말 가자지구 남부 전투에서 사망한 그의 가장 친한 친구도 있다고, 아츠몬은 말했다. 두 친구는 전쟁과 민간인 피해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것과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 사이의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군인 개인과 군대 전체가 갖는 무게의 비대칭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 가자지구에 들어가 복수심 때문에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한다면 우리는 하마스만큼 나쁜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군대가 나를 살인자로 만들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 외부의 많은 사람들은 비대칭성이 한계를 넘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관리 800명 이상이 전례 없이 조직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대한 서방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 서명하고 해당 정부들이 전쟁 범죄에 연루됐을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엠마누엘은 자신도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는 가슴 아프지만, 현재 진행되는 방식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나는 처칠이나 루즈벨트가 히틀러를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적을 관리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멸망시키도록 놔두거나, 아니면 우리가 그들을 무찌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전쟁은 하마스와의 전쟁입니다. 무고한 민간인, 무고한 여성, 무고한 어린이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에는 사상자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세 군인 중 가장 어린 멘델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끔찍한” 비대칭성에 대해 강한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하마스는 이런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전쟁이라고 해서 민간인이 죽는 것이 정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이고 전쟁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학살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 특히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최고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멘델의 군 복무는 약 2년 남았다. 그의 군 복무가 끝날 때쯤 전쟁이 끝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