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지난 6일(이하 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번복 시도와 관련해, 특검이 제기한 기소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 또한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8일 BBC가 분석, 보도했다.
연방 항소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저지른 행위에 대해 형사기소에서 배척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린 시간으로 인해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
따라서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기간의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잡혀있던 3월 4일의 재판 일정은 연방 법원 달력에서 삭제되게 되었다.
그리고 재판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전직 연방검사인 네마 라마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법 절차의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이 먹혀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이 사건을 끌고가는 것이 트럼프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렇게 해서 만약 그가 백악관을 다시 탈환하게 되면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습니다.”
재판 지연이 목표라면 트럼프의 법률지원단이 착수할 후속 조치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그들은 11명의 판사로 구성된 워싱턴DC 순회항소법원에 이 사건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머지 판사 8명 중 6명이 해당 결정을 지지해야 하고, 그러한 요청을 이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 전술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와 관련해서 항소법원은 재검토 요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1월 6일 사건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더 이상의 재판 지연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그는 이 사건을 재검토할지 아니면 하급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를 대법원에 회부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대법원은 1월 6일 재판을 보류할지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항소법원이 트럼프 법률팀에 2월 12일까지 대법원 회부를 준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이 선택지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재판 지연 요소가 추가로 발생할 것인가 아니면 재판이 정상적으로 복귀할 것인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대법원이 관련 사건 심리를 거부할 경우 선거 개입 사건은 원래 재판 일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대법원이 사건 검토를 받아들인다면 빨라야 대선일에 인접해서 재판이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앞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칸 판사는 지난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와 관련해 3월 4일로 잡혀있던 공판 일정을 취소했고, 새로운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처트칸 판사가 11월 대선일까지 사건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법원의 판례와 미국의 법적 전통을 고려할 때 대법원은 트럼프의 주장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조지타운대학 헌법 강사인 데이비드 슈퍼 교수는 말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의 법적 지위는 군주의 법적 지위와 기능적으로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재판이 지연되면서 대법원에서의 패소는 트럼프의 또 다른 승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의 패소와 대선 승리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연방 차원에서의 그의 법적 우려는 한 줄로 삭제될 것이 분명하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는 취임 후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를 통해 사건을 기각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대통령 사면권을 자신에게 사용하는 ‘셀프 사면’이라는 역사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2기의 화려한 서막을 장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4년 전 자신의 패배에 항의해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전직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사건이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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