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지목된 대상자, 예고없이 증발”...시진핑 '부패와의 전쟁' 언제까지?
[월드 프리즘] “지목된 대상자, 예고없이 증발”...시진핑 '부패와의 전쟁' 언제까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13 06:33
  • 수정 2024.02.13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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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의 '중국공산당 역사박물관' 내에 전시된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 앞에 관람객이 모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중국공산당 역사박물관' 내에 전시된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 앞에 관람객이 모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지난해 중국에서 약 11만 명의 공산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고, 중국 반부패 사정 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기율검사위’가 최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산당은 당의 8가지 공직자 행동 강령을 위반한 사례 10만7547건을 적발했다. 8가지 공직자 행동 강령은 2012년 시진핑 주석 취임 직후 마련됐는데, 여기에는 공산당 기풍을 해치는 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12일(현지 시각) BBC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무기한 펼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시진핑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가 가장 최근에는 은행 고위진들과 핵 로켓 부대의 엘리트들까지 잡아들이자 일부 관측통들은 그의 부패와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짧은 대답은 ‘끝이 없다’이다.

현재 부패와의 전쟁은 중국 지도자의 통치 시스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이 자신의 스타일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려는 사람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숙청하는 통제 불능의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조지아주립대학교 중국 연구 책임자인 앤드류 웨드먼 교수는 “시 주석이 고위급 부패에 대해 편집증적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그가 부패를 걱정하는 것은 망상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두려워하는 부패는 확실히 현실입니다. 물론 그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이를 활용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과거 마오쩌둥 주석 치하에서는 당에 대한 열정으로 부패를 잠재울 수 있다는 철학이 있었다.

그러다가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에는 인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부패의 동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 이후 후진타오가 중국의 변화를 이끌 무렵에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훨씬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인간의 기본 욕구가 그렇듯이 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그를 위해 부도덕한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는 다시 부패가 광범위하게 퍼지는 한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제 시진핑의 때가 왔고, 그는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에 대한 충성심을 크게 강조하면서 마오쩌둥의 방식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반부패 캠페인은 당을 통해 시작되며, 당 자체의 규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당이 원하는 대로 조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은 부패와의 전쟁이 사실상 정치 차원의 문제임을 입증한다.

“지목된 대상자는 그냥 사라진다.”

금융기관, 스포츠 단체, 정부기관, 대학 등 중국 사회에서는 고위직 대부분이 공산당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일단 당원이 되면 매우 모호한 혐의나 심지어 개인의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당의 규율과 상충할 수 있다. 즉, 당의 도덕성에 먹칠을 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공포의 대상인 ‘반부패위원회’가 지목한 대상자들은 그냥 사라져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론적으로는 비밀 장소에서 심문을 받기 전에 대상자의 가족에게 통보해야 하지만, 이는 확실하게 보장된 절차는 아니다. 어느 날 당신은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뒤 다음날 변호인이나 책임 있는 설명 없이 무기한 심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과정이 비교적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반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정 한파는 1979년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창의적이고 기업가적이며 위험을 감수하려는 동기를 줄어들게 하고 있습니다.”

토론토대학의 정치학자 리넷 옹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바짝 엎드리다, 또는 복지부동’이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이는 생존경쟁에서 낙오된 젊은층이 부모 집에 붙어살면서 꿈도 없이 비디오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지만, 정규직에 종사하는 국영기업이나 민간 부문 공무원의 업무 환경을 묘사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업무에 임하면서 부여받은 일 이상도 이하도 넘지 않으면서, 혁신이나 야심을 드러내서 괜히 상부의 눈에 띄는 위험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풍조를 말한다. 

영향력 있는 공산당 기관지 ‘The Study Times’의 편집장을 역임했던 등 유웬은 “시 주석은 관리들이 청렴하면서 열심히 일하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부패에 초점을 맞추면 그들은 그냥 ‘복지부동’을 견지할 것입니다. 물론 시 주석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청렴한 자제로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사정 분위기가 10년이 넘도록 지속되니 이제 공무원들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들은 일하라고 채찍을 들면 잠시 움직이는 척하다가 채찍을 내려놓으면 ‘그냥 바짝 엎드려 있을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 2개월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해임된 리상푸 중국 국방장관[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말 2개월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해임된 리상푸 중국 국방장관[사진 = 연합뉴스]

막대한 이권과 어마어마한 뇌물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이어지고 있는 금융 부문의 떠들썩한 사정 바람은 부적절한 유혹에 이끌린 고위 임원들을 겨냥하면서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막대한 뇌물 수수 혐의에 연루된 금융계 임원들 중에는 주요 은행의 전직 회장과 한때 금융 규제 당국 소속의 사람들도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100명이 넘는 금융계 인사들이 처벌을 받았다.

“1~2년 안에 숙청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은 공무원들이 수십 년 동안 금융 부패에 연루되어 왔습니다.”

등 유웬은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금융계가 사정의 목표였습니다. 올해도 그럴 것이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웨드먼 교수에 따르면 “결국 은행은 큰돈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 부문에서 대형 부패가 발생하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돈이 있는 곳이 은행이라면 권력이 있는 곳은 군대이다.

인민해방군은 나라의 군대가 아니라 당의 군대이고, 당은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핵 로켓 부대의 엘리트 장성들과 리상푸 국방장관의 숙청은 중국의 부패와의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정한 조달 절차로 인해 결함이 있는 장비가 핵무기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을 횡령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인민해방군이 열악한 군사 장비를 구매,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지정학 컨설팅업체인 ‘세르시우스(Cercius)’의 CEO인 알렉스 페이예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로켓 부대의 부패가 시 주석에게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로켓 전력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습니다.”
우 교수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미래에 대만과 전쟁을 벌이게 될 경우 뛰어난 로켓 전력은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중국의 반부패 운동을 지켜보는 분석가들은 부패를 해결하는 장기적인 시스템적 변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시 주석의 접근 방식에 큰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스 페이예트 교수는 “당은 규제와 규율에 시스템을 도입하려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부패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당이 국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인프라 수준의 부패를 억제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웨드먼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태도도 크게 변해야 한다. 

“부패를 줄이고 통제하려면 법률, 규정 및 감독의 변화뿐만 아니라 공직 문화와 부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세대의 인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한편 시 주석의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은 일부 관료들, 특히 그에게 솔직한 조언을 해야 할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발언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코로나 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후 분명해졌다. 당시 세계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중국은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폐쇄되고 강력한 제한을 유지했다.

토론토대학의 정치학자 리넷 옹 교수는 “그의 주변에는 분명 똑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때까지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밀어붙인 것은 경제 전문가들이 그에게 충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른 중국 관측자들도 시 주석이 자신을 ‘예스맨’으로 둘러싸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시진핑은 솔직한 조언보다는 충성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페이예트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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